05화
사소한 배려가 많은 나라에 산다는 것은 그만큼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되는 일이 잦다는 의미이고,
그때마다 적절한 답변을 찾아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영어권 나라에서는 고맙다는 말에 상응하는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그중 내 마음에 쏙 들어온 표현이 하나 있는데,
바로 No worries.
‘유 어 웰컴’과 함께 자라온 토종 한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이 표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십 수년 묵은 체증이 확 가라앉는 기분이었달까.
어려서부터 가져온 오랜 의문이 하나 있었다. 대관절 ‘유 어 웰컴’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흔히 ‘천만에요’와 같은 형태로 번역이 되었던 것 같은데, 사실 우리가 고맙다는 상대방에게 ‘천만에요’를 자주 썼던가. 잘 모르겠다. 영어 표현과 한국어 번역 표현 둘 다 와닿지 않았었기에, 어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오래 답답해 해왔었다.
큰 것에 감사하다고 하게 되는 경우 보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순간에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 일이 잦고, 그렇다 보니 굳이 이런 배려를? 싶은 순간들이 있다. 고맙다고 말하기 민망하다거나, 부담스럽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No worries는 바로 이런 순간들에 효과적이다.
‘지금 이 배려는 내가 기꺼이 당신을 위해 하는 것이니,
당신은 괜히 미안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말아요.’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말인 것이다!
이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려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으니, 역시 배려일 것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영어권 나라는 ‘나’를 기준으로 ‘내’가 우선인 사회라고 배워왔는데, 거기서 끝인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야 맞는 것 같다. 스스로를 우선으로 여기는 만큼 상대방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생각할 줄 아는 사회. 그렇게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회.
나만큼이나 당신도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
그 당연한 이치,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사회.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