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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아미 Oct 30. 2021

베개 위에 수건을 올리는 습관

이제는 피부에 좋다고 생각하며 피식-하는 습관.



잠자리에 들면 눈물로 배갯잎이 흥건해지기 일쑤였다. 어느 날부턴가 베개 위엔 늘 수건을 한 장 올리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 가끔 수건을 올려두고 잠을 청한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진다. 더 이상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숨길 수 있는 곳에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싹싹하고 잘 웃는 신입 여직원으로 나름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식이 있는 날이면 극도로 초조해졌다. 약을 먹을 시간을 놓칠까 봐 불안했다. 약을 먹는 모습을 들키면 어쩌지,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고민했다. 이제 돌이켜보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그 당시엔 하루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예민해지는 일이었다. 비단 회식만의 문제는 아니었겠으나, 결국 두 달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티를 내지 않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일도 하고 연애도 하는 나름 멀쩡해진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완치가 되었구나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이고 싶었기에 더 그런 척을 하기도 했다. 






영원히 내 이야기를 숨기고 싶었다. 굳이 내가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이야기다. 글로 정리하려니 잘 아물어가던 상처를 다시 들춰내야 하기에 고통스럽다. 노트북을 켜놓고 눈물이 터져 그냥 덮은 날도 숱하다.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부터 나는 회색빛 기억. 그 시절을 잊고 살아온 지도 한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이 옅어짐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이만큼 이겨내기까지 정말 죽을힘을 다해 살아냈다. 영원히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젊은 날 그렇게 어두운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면 커갈수록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첫째 아이가 조금씩 우리의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자 그 마음이 확고해졌다. 책을 쓰건 안 쓰건 온라인 비즈니스와 인스타그램으로 돈을 버는 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 아픈 이야기를 고백하든 안 하든 사랑하는 두 아이가 자라는 데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책을 쓰고 내 이야기를 알리기로 마음먹은 건 아이들에게 더 당당한 엄마가 되기로 했기 때문이다. 

 

찾아 나서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다.
_ 빈센트 반 고흐 

 

눈물이 멈추지 않아 베개에 수건을 얹고 자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평범한 하루를 온전히 살아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포근한 베개에 누워 잠을 청한다. 사랑하는 아가의 새근새근 잠자는 소리는 달콤한 자장가다. 나도 모르게 베시실 웃음까지 난다. 정말 눈물 나게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지치고 힘든 날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금방 다시 행복 모드를 켤 수 있다. 마음의 스위치를 적절히 켰다 껐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도 감사함을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일희일비하기보단 굳건히 나를 믿고 오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도미노를 찾는다. 


가장 작지만 가장 강력한 도미노는 책이다. 매일 책을 읽는다. 읽은 책 중 기록해두고 싶은 책은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매일 필사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직접 모은 인친들과 단톡에서 소통한다. 매일 필사한 모습의 사진을 공유하고 감사 일기도 나누고 있다. ‘모든 것이 되는 모임’이라는 뜻에서 ‘모모 필사’라고 모임의 이름도 붙였다. 


독서 모임도 유료로 모집하여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로 경제적 독립을 꿈꾸는 이들이 모인 모임이다. 이 역시 ‘모든 것이 되는 모임’의 연장선이다. ‘모모_북크로싱’이라고 네이밍을 했다. 반아미 스토어(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인스타 마켓 셀러, 인스타 마케팅 강사 등의 일을 한다. 이 모든 것을 육아와 병행하며 하고 있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쓸 만큼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길 바라며 매일 실천하며 살아간다. 






가끔 나에게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조언하는 분들이 있다. 번아웃이 올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불이 꺼진 것처럼 에너지가 사라져 무기력함을 겪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 깊은 어둠을 겪은 탓인지, 빛을 만나니 이렇게 눈부실 수가 없다. 번아웃이 오더라도 스위치를 다시 켤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피드에 있는 새빨간 하트 모양의 ‘좋아요’를 누르듯이, 내 모든 일상에 ‘좋아요’의 새빨간 불을 켜면 된다.


그리고 이제는 베개 위에 수건을 올리며 생각한다.


'피부에 좋은 습관 하나 생겼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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