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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란 Jan 08. 2024

말만 통하지 외국이나 다름없어

큰아빠 01

"거기 생활은 좀 어때?" 친구들이 묻는다.

"말만 통하지 외국이나 다름없어." 


손바닥만 하다고 여기는 한국땅에서도 도 경계를 벗어나 이주해 보면 한국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후도 말씨도 풍경도 정서도 너무 다른 것이다.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나는 더 빨리 지쳤다. ‘살이’에 지쳤다는 말은 결국 ‘사람’에게 지쳤다는 말도 된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기로 알려진 지역에서 나는, 아직도 이곳 사람들의 말속에 숨은 참뜻을 알아채지 못한다. 보통 5년 정도 거주하면 눈치로 안다고 하던데… 이제는 알아채려는 시도도 그만두고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있다. 


갑자기 큰 산업단지가 들어선 시골마을. 이방인들이 주로 모여있는 마을에서도 사람들 사이는, 토박이 마을에 홀로 들어온 이방인만큼이나 데면데면하다. 여기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 여기는 꼿꼿한 벽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어색한 웃음뒤로 사다리차는 오늘도 이삿짐을 올리고 내린다. 


10년간 뿌리내리고 살면 거기가 고향처럼 된다는 말을 듣고, 10년만 살아보자고 한 것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직장이 있는 곳이고, 아이들에게는 고향이라 이제는 군소리 없이 살고는 있지만 나는 아직도 여기가 고향같이 여겨지지 않는다.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는 나와 동향인 큰아빠가 살고 있다. 우리들의 고향에서 큰아빠의 집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은 걸린다. 큰 아빠가 여기로 오셨을 때는 40년도 전이었으니, 그때는 도로사정도 훨씬 열악해서 10시간은 넘게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멀리 오셔서 집성촌의 따돌림과 텃세와 골탕을 이겨내고 정착하셨다. 긴 세월 외롭고 고달팠다고 하셨다.


그러니 그 먼 데서 이사 온 조카가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한 시간 반 거리를 삼십 분 거리나 다름없다고 하시며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당부하셨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가 있는 곳이었으므로 나는 가끔 큰아빠를 뵈러 가기도 했다. 큰아빠의 집은 태안, 우리들의 고향은 마산. 큰 아빠의 가게는 마산회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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