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늦은 밤, 오늘 하루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소란스러워진다. 혹시 실수한 건 없었을까? 내 설명이 부족해서 의도가 다르게 전달되진 않았을까? 그래서 누군가 상처를 입진 않았을까?
낮엔 달처럼, 밤엔 해처럼 숨어서 살 순 없을까…
(참고로, 원래 가사는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로 욕심 없이 주는 삶을 바라는 내용의 복음성가다.)
기분 좋게 집을 나섰는데, 약속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신경이 팽팽해진다. 긴장한 몸과 마음은 저절로 오그라든다. 나는 어깨부터 굳어온다. 어깨가 움츠러들면 시선은 자연스레 발끝에 고정된다. 구석자리에 앉으면 굳은 얼굴 근육 틈에서 웅얼거리는 말들만 흘러나온다. 내가 건넨 인사가 상대방에게 제대로 들렸는지도 불확실하다. 아, 조금 더 크게 말했어야 했나. 눈치만 보다가 행동은 어느새 뚝딱뚝딱. 그러다 울고 싶어 진다. 그만 집에 가고 싶다. 도착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래도 좋아하니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보기로 한다. 노력으로도 변하지 않는 부분은 타고난 성향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내가 불친절한 사람이 아니라 어색함을 곁들인 서투른 사람이라는 걸 알아봐 줄 안목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 믿어보기로 한다. 낮에 떠 있는 반달도 있으니, 스스로 너무 어색해하지 않는 것이 항상 첫째 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