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그들의 속깊은 매력
나의 영국과의 인연은 길지는 않은데
그닥 나와 인연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니라 생각
하며 살다가, 우연히
영국계 기관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얇디얇은 인연의 고리가 시작-
그 끈이 언제까지 일진 모르지만 덕분에
나도 미처알지 못한 그들과 곳곳을 가끔 들여 볼 수 있었던 시간-
작년 11월에 찾은 런던은
부슬 내리는 비로 조금은 습하고
떨어진 낙엽이 푸른 잎들과 어우려져
계절감을 다소 잊게 만드는 낭만과 현실이
공존하는 듯한 도심
타워 브릿지 근처에 숙소를 잡고
매일 아침에 마치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인냥
직장인 복장을 하고 출근 하던 길에
항상 노란 아이들이 길을 밝혀 주던 느낌
방문했던 영국문화체육관광부 건물 안에 걸려있던 알파벳과 여러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들 -
어찌보면 항상 가운데서 리드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성향과, 그 속에서 다양성을 키워 창조적 문화 플랫폼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한 -
다소 중의적인 느낌
오래전에 만들어진 지하철들이라
아주 깊고 깊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지날때면 항상 그 시각
그 공간들 속에 일어나는 일들을 요약한 듯한
벽면 포스터들과 광고물들
미팅 장소를 찾아가다가
구글의 실수로 (나의 실수) 주소가 잘못 찍혀
즐거운 우연으로 이 역에 도착했는데
'SEVEN SISTERS'란다 -
내 머릿속엔 갑자기 왜 빨강머리앤이 생각나고
내게도 자매가 있었으면 - 이라는 쓸데없는..
내가 숙소를 Borough market 근처로 잡은 이유 중 하나!!
항상 런던에 가면 하루에 한 번씩은 들리는
Monmouth cafe - "Flat white please!"
출장의 장점은 마치 현지인처럼 출근길에 take out 해서 기분이 즐거워 질 수 있는 꺼리가 생긴다는 점 -
Borough market 의 내부 전경
곳곳이 녹색이고 트러플 오일에 아마씨 오일에 각종 티에, 그리고 난 아침에 먹기위해 직접 구워파는 그래놀라를 좋은 가격에 데려왔더랬지
때마침 할로윈이어서 이렇게 익살 스러운 표정의 호박할아버지도 만날 수 있었지
어느 날씨 좋은 날 커피 마시러 갔다가
같이 줄 서 있던 한국 여성분과
같이 더 걷고 산책하고 bridge도 건너고
날씨 좋은 날의 런던 표정은 착한 마음 숨겨둔
어른 같다 -
템즈강 근처에 Oyster shed 라는 bar/cafe
내리쬐는 햇살에 나도 덩달아 신났고
병아리콩과 코코아가 들어간 그린 수프와
사이드로 나온 아시아식라이스 -
이 가격대비 훌륭한 맛은 감사 그 자체
주말이 되어서 동네를 쭉 걸어다니다가
외로운듯 어우러져 서 있는 나무와 인사하고
한국 전쟁에 참전한 영국인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도 들려보고 -
여기 뒷면엔 독도가 표기된 한국 지도도 있지
근처에 있던 셜록홈즈 관련 카페인듯
건물과 지나가던 사람과 레스토랑이 모두 잘 어우러진 -
다리를 건너다 본 런던아이와
저 멀리 빅벤과 (빅벤이 실제로 저 건물 시계탑 안에 있는 종의 이름이라는 -)
출렁이는 강을 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게 되던
웨스트민스터 안에서 한창 진행중인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아 그 전부터 양귀비 꽃 모양을 딴, 위로와 추모의 의미가 담긴
poppy 들 -
절로 숭고한 마음이 들고 한편으로 검정색이 아닌 붉은 색이 곳곳에 있어 더 잊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느낌 -
어딘지 모르겠지만
골목길을 걷다 걷다 발견한 사냥용품 파는 곳
박제되어 있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의인화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함박 웃음을 띄고 있었는데
다른 낯선 관광객도 내 뒤에서 웃고 있더라-
가을 채취가 나는 향수를 데려온 듯한
이미지에서 향기가 나는
진정한 가을에 젖어 쳐다만 보던 길
아쉬운 마음과 함께한 히드로 공항에서의
마지막 그들의 재치 -
무거움과 가벼움의 공존 -
알수록 빠져나오기 힘든
싫은데 좋은
이중인격의 소유자 영국,
특히 심드렁한듯 잘난척하는 런던,
또 다시 와야 뭐하나 싶다가도
다시오면 아- 얘네 매력있네 라고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