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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수 없는 버스를 타라고

by 엄지왕자 aka C FLOW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휠체어를 세웠다.

기사님이 어디가냐고 묻는다. 비장애인에게는 묻지 않는 것들을 버스에 타기 전부터 묻는다. 휠체어에 오르내리려면 기사님이 미리 알아야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버스 출입문 밑에서 슬로프(휠체어가 진입하기 위한 발판)가 나오다 멈췄다. 정류장 보도블럭 경계석이 높아서 였다. 기사님은 짜증섞인 말투로 "아 좀 더 붙여서 정차했어야 했는데"


간혹 기사님이 이 말을 하는데, 이 말의 의미는 차 도로와 정류장 보도블럭의 높이가 높은 곳이 있는데 오늘은 깜빡했다는 의미와 같다.


기사님이 다시 운전대를 잡고 나 보고 기다리라 한다.


"아, 뭐해요 기사님, 언제 출발해요?"

"손님, 기다려요 좀, 밖에 장애인이 버스 탄데요"


여기저기 버스에 탄 사람들이 나를 째려보며 탄식을 한다.


죄인이다. 타지말걸, 유난히도 추운 겨울. 퇴근 후 휠체어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추워서 버스를 타고 싶었다.


발판이 들락날락 하다 간신히 버스에 탔다. 5분 남짓 걸렸을까. 집 근처 정류장에 버스가 섰는데, 이번에도 슬로프가 경계석에 걸렸는데, 슬로프가 부딪히며 고장났다.


"손님들, 여기서 내릴 분들 내려주세요"

"네? 내리라고요?"

"장애인좀 도와줘요. 못내리고 있어요"


버스에 타는 것 자체가 미안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싫어 평소에 타지도 않던 버스.


오늘따라 나의 선택과 사람들의 불평과 눈초리에 죄인같다.


탈수 없는 버스는 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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