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봉사
나는 엘리스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아서 자료를 읽어보았다.
"이거야? 보자... 음... 1유형.... 푸하하하하.....!! 진짜 웃긴다!"
"이건 2유형이야. 뭐라 했을 것 같아?"
"음.... 도움과 배려에서 나온 대사겠지?"
"당연하지! 여기!"
"큭큭큭.... 완전 재밌다!"
나는 종이와 붓펜을 가져와서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유형 : 계약서부터 씁시다!
2유형: 제 친구 이봉사 부터 눈 뜨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3유형: 오케이! 몇 월 몇 일까지 가져갈까요?
4유형: 눈을 뜨면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사라져버리진 않을까?
5유형: 됐습니다. 요즘도 저렇게 먹고 사는 사람이 많군....
6유형: 눈을 뜬 후 교정 시력은 얼마나 되나요? 부작용은 없나요?
7유형: 오 예! 드디어 새로운 세상이!
8유형: 1천석에 4명으로 합시다!!!
9유형: 눈 뜨고 못 볼 꼴 보느니 차라리 눈 감고 살지요... 허허허...
큰일 났다! 재미 붙어 버렸다! 알고 있는 온갖 옛날 이야기들이 머리 속을 떠돌고 있다. 앨리스만큼 나도 신이 난 모양이다. 같은 상황에 이렇게 다른 반응이라니.... 그것도 이론적으로 끌어낸 것이 아니라 유형별 사람들의 실제 답변들이라니... 이래서 세상은 칼라인 것이겠지. 흑백이 아니라...
"근데, 나 커피 안 줘? 루나도 많이 먹어. 곱배기로! 내가 낼게."
"제일 비싼 커피 먹을 줄 알아!"
나는 커피를 내리며 생각했다.
나... 심봉사...
공양미 삼백석,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 보기로 한다! 우리 청이와 함께 짚신이라도 꼬아서 마련해 보리라. 눈을 뜨고 나면 가끔은 눈 감고만 볼 수 있었던 것들이 그립겠지만 나는 그리움에 매여 있지 않을 것이다. 상실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눈을 뜨고 내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의 색을 마음껏 볼 것이다!! 내 세상은 now, here 이니까!
루나... 또 너무 멀리 갔다....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