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로 농심의 ‘신라면’, 롯데제과 ‘월드콘’, 동서식품 ‘맥스웰하우스’가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각 사를 대표하는 이 제품들은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얼큰한 맛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은 1991년 국내 라면업계 정상에 오른 이후 아직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외 누적매출은 10조6천억 원으로 연간 평균 매출 7천억 원을 올리고 있다. 현재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신라면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넘어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까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롯데제과 월드콘의 누적 매출은 1조2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 금액을 개수로 환산하면 약 27억 개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54개씩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월드콘은 1986년 3월 출시와 동시에 크기와 용량이 타사 제품보다 월등히 크다는 점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10년만에 빙과시장 매출 1위에 올라섰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맥스웰하우스는 1986년 출시 이후 약 30년 간 꾸준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동서식품의 스테디셀러 캔커피다. 최근에는 디자인 리뉴얼과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여전히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40억 캔에 이른다.
대표제품들은 기업 브랜드를 넘어 또 다른 가치를 지닌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어느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인지 몰라도 어떤 맛인지는 단번에 아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보면 베스트 제품 하나가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업계의 고심은 더 커지고 있다. 신제품 발매 주기와 건수는 과거와 비교해 몇 배로 늘었지만 고객의 입맛을 ‘꾸준히’ 사로잡고 있는 제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투자 대비 신제품의 시장 영향력이 미미하다보니 몇 달을 못가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롯데주류의 저도주 ‘순하리’ 등 한 때 품귀현상까지 빚으며 히트상품이라 평가받은 제품들 역시 인기가 너무 빨리 시들해졌다. 두 제품 모두 단기간 최대 매출로 회사 실적을 올리는데 기여했지만 그 기간은 불과 1년 남짓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30년 이상의 장수 제품을 만들어내기는 이제 불가능한 환경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유난히 빠른 트렌드 변화, 미투 제품의 잇단 출시, 소비자의 보수적인 입맛, SNS 마케팅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판매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의 개발은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의 새로운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에서도 장수제품에 트렌드를 접목해 기존 소비층은 물론 젊은 층을 공략한 리뉴얼 제품이 눈에 띈다.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가 청포도를 만났고, 오리온 스윙칩은 간장치킨맛을 도입했다. 베지밀은 애플망고를 넣은 색다른 맛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밖에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야쿠르트를 거꾸로 만든 역발상 제품으로, 꼬깔콘은 꼬깔콘 모양을 본뜬 옥수수맛 젤리로 재탄생했다.
식품업계의 신제품 출시 관련 보도자료는 수십 건씩 이메일로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사랑 속에 장수제품으로 거듭날 제품이 이번 보도자료 속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이메일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