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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훈 Dec 16. 2016

존재와 시간

16년 전 나의 글을 발견하다

우연히 옛날에 다니던 회사를 검색하다 2000년도에 쓴 나의 글을 발견했다.


20대 시절에 어린 내가 쓴 글.

웃음이 나다가 눈물이 날 것 같다.


16년 전에도 저런 고민을 하고 실았구나..


사진 속에 밝게 웃고 계시는 황사장님이 갑자기 보고 싶어 졌다.



http://news.inews24.com/php/view_print.php?g_serial=2180&g_menu=020100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근심의 신 ‘쿠라’는 어느 날 흙을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어떤 물건을 만들게 되었다. 만들고 보니 이 물건이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쿠라는 이 물건에 생명을 넣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제우스에게 부탁을 하였다. 제우스는 이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런데 생명이 들어간 이 물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쿠라와 제우스와 호무스(흙의 신)는 모두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였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가 생명을 넣어 주었으니까, 나의 흙으로 만들었으니까 라고 각자가 주장했던 것이다. 이 세 신은 끝내 결판을 보지 못하고 사튀른(심판의 신)에게 판결을 받으러 갔다. 샤튀른은 이렇게 판결하였다. “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아 죽을 것이다. 그때 가서 몸은 호무스(흙의 신)에게서 온 것이므로 호무스가 가지고, 영혼은 제우스에게서 온 것이니 제우스가 가져라.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은 만들어 낸 신 쿠라(근심의 신)의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인용된 이야기이다. 물론 쿠라가 만든 것은 인간이었다. 위의 이야기로 하이데거는 실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인간에게 확실한 것은 두 가지뿐이다. 죽음을 향한 존재라는 것과 살아있는 동안 근심에 허덕여야 한다는 것” 꼭 위와 같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근심의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실존의 끝에는 언제나 죽음만이 기다린다는 비극적인 결론과 함께. 이러한 근심과 걱정의 시간은 세상을 살아가는 어떠한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 인터넷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이 재구성되고 있다는 지금의 시기에도 근심과 걱정을 떨쳐 버리고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통해 밥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고민과 걱정을 하며 살아갈까? 옆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나 자신도 인터넷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기에 그런지는 몰라도, 그들의 걱정과 근심도 결코 적은 부분은 아닌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과 업계의 동향들은 이 업계의 실무자들에게 하루라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든다. 오늘 내가 선택한 솔루션이 내일 시장에서 경쟁 솔루션에 의해서 밀려 날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며, 내가 오늘 선택을 위해 하루의 고민을 한다면 그 시간에 경쟁자는 그것을 구현해 버리는 세상이 다가왔다.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더욱더 강한 선점논리를 유지하게 해 준다.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최상의 선택을 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 강박관념은 정보와 트렌드 읽기로 이어진다. 정확한 트렌드를 읽어 내지 못한다면 순간적인 선택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보와 트렌드 읽기는 단순히 온라인 속에서 서핑이나 뉴스레터를 보는 것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웹에서의 정보를 넘어서 온갖 인쇄 매체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매체를 통한 정보 읽기를 넘어서 실제 사람들과의 만남 또한 중요한 정보 습득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살아가면 얼마나 잘 살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지금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실존을 무조건적인 전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던 세계 1,2차 대전 후의 피폐한 사회상황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인터넷의 중심이라 불리는 테헤란밸리의 중간에 서 있는 나에게 하이데거의 실존에 대한 인식이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는다. 매너리즘(mannerism)의 어원이 hold라고 한다. 무언가를 계속 잡고 있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 매너리즘이라는 말인 것 같다. 무엇을 잡고자 하며 무엇을 잡고 있어야 하나? 꼭 잡고 있는 손을 한번만 풀어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IT는 아이뉴스24, 연예스포츠는 조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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