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콩물
너무 더운 여름이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내가 최애 하는 음료가 있다. 바로 우리 동네 5일장 콩물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신도시로 불리지만 나는 구 도심과 가까운 동네에 산다. 덕분에 시장이 인접해 있다. 그래서 3일 8일은 5일장이 선다. 5일장에는 뻥튀기 아저씨부터 즉석 돈가스, 핫도그, 호떡 정말 다채로운 먹거리가 많았고 신선한 채소도 싸게 살 수 있다. 5일장 덕분에 우리 집은 마트를 조금만 가게 된다. 그중에서 콩물가게가 있는데 이곳이 나의 단골이다. 어찌나 구수한 콩물을 잘 만드는지 늦게 가면 항상 매진이다. 5일장이 서면 가장 먼저 와이프에게 전화가 온다. "콩물 좀 사 와" 3일 8일 5일장을 날짜로 계산하면 참 좋지만 "밖에 나왔더니 장이 섰네"라고 기억하는 것이 빠른 편이다. 오늘도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콩물 좀 사 와" 너무 더워서 나가기 귀찮지만 콩물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지갑을 챙겨 나간다. 다행히 만들어온 콩물은 많이 남았다. 콩물 한병 주세요라고 말하고는 돈을 지불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손님인 내가 말한다. 사장님은 그런 나를 보고 연신 벙긋 벙긋 웃는다. 콩물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분이 좋다. 퉁명스럽게 전화로 "콩물 좀 사 와"라고 말한 와이프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콩물 한 컵을 쭉 들이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이 계속되는 지금 이 콩물 한잔이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
시장콩물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어느 콩국수 맛집에서 사 온 콩물도 아니지만 나에겐 이 콩물이 특별하다. 그저 나와 와이프의 입맛에 정말 잘맛는것이 1순위고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2순위이다. 사실 나와 와이프는 성격이 100% 잘 맞지 않는다. 좋아하는 취미도 성격도 생각도 많이 다르다. 우연히 연애를 하게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추며 연애했고 결혼했다. 결혼하고 나는 참 와이프를 속상하게 했다. 나는 제멋대로 사는 편이며 신중하지 못한 성격이다. 조금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와이프는 이런 나를 잘 맞춰주기도 맞춰 주려 노력하기도 했다. 내가 조금 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볼 때쯤 나의 이런 성격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와이프를 위해 내가 맞춰줄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가정의 평화라고 생각했고 와이프가 웃어야 아이들도 웃고 나도 웃게 된다는 참 평범한 진리를 갑자기 알게 된 것이다. 안 맞는 것에 불평하고 투정거리기 보다 현명한 건 그저 느긋하게 맞는 것을 찾아 맞추면 된다는 그것이 어쩌면 으르렁 거리며 싸우기보다 더 쉽고 편한 길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 입맛에 잘 맛고 와이프가 특히 더 좋아하는 시장콩물에 더 애착이 간다. 와이프는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은 편이지만 기호는 확실히 있다. 적당히라는 것이 없고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절대 안 먹는다. 나는 요리를 좋아해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잘 먹더라도 와이프는 잘 안 먹는다. 나와 입맛이 조금 달라 와이프가 좋아하면 내가 안 좋아하고 와이프가 좋아하면 내가 안 좋아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될 때쯤 발견한 5일장 콩물가게이다. 정말로 나와 와이프가 둘 다 동시에 "맛있다"를 외쳤다. 마치 "빙고" "찌찌뽕" "유레카"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와이프의 투정스런 전화임에도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꼭 콩물을 부지런히 사러 간다. 우리 동네 5일장 콩물은 편안한 행복을 나와 우리 가족에게 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콩물가게 사장님께 꼭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말하고 콩물을 사 온다. 사장님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5일장마다 오는 나를 단골이라 생각하고 방실 방실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