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사직의 활기... 2022년 롯데자이언츠 홈 개막전 직관기
▲ 리뉴얼된 사직야구장 오랜만에 방문한 사직야구장, 변화된 모습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2022년 4월 8일 금요일, 이날은 롯데자이언츠의 2022년 시즌 홈 개막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나는 2018년, 2019년 시즌 홈 개막전을 모두 현장에서 직관했었다.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감염병으로 인해 2020년부터 직관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렇게 코로나19 감염병 시대, 프로야구 세 번째 시즌이 열렸다.
2020년 시즌이 시작될 무렵, 롯데자이언츠의 유니폼 판매 업체가 변경되면서 재고물량들이 저렴한 가격에 쏟아져 나왔다. 올해는 전국 야구장 투어를 해볼거라는 목표를 가지고 원정 유니폼과 홈유니폼까지 두개나 더 샀지만, 그 유니폼들은 태그도 떼지 못한 채 옷장에 쳐박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직관도 못가는 시기인 데다 롯데자이언츠의 팀 성적도 부진한 터라... 한동안 야구에 대한 관심은 점점 다 식어갔다. 그런 마음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내가 활동하고 있는 있는 롯데자이언츠 팬 단톡방의 대화도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 야구장에서 마시는 맥주 코로나19 3년차에 처음으로 맛본 야구장 맥주
언제나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겨울 스토브리그를 치룬 롯데자이언츠는 2022년 '봄데'라는 별명답게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진정한 롯데팬이라면 이런거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언제나 보살과 같은 마음으로 팀을 바라봐야만 무사히 프로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면서 신문기사를 봤는데 야구장내 '취식허용'이란 말을 들었다. 롯데팬 단톡방에 내용을 올려서 '팩트체크'를 시도했는데 아무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단지 홈 개막전보다 앞서 진행된 창원 원정경기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힌 관중들이 치킨을 먹는 모습을 보고, 사직에서도 가능할 것이라 추측할 수만 있었다.
'치맥'이 가능한 직관이라니, 또 슬금슬금 '직관병'이 도졌다. 우리 팀은 성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적으니, 세계 최고의 응원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직관으로 야구를 즐겨야 한다. 그렇게 3년만에 나는 홈개막전 티켓을 예매했다.
먼지만 쌓인 새유니폼 태그를 떼어내다
▲ 응원규칙 최소한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육성응원이 금지된다
경기 당일, 장롱 안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던 유니폼들을 꺼냈다. 남색 원정 유니폼, 흰색 홈 유니폼, 파란 챔피언데이 유니폼, 그리고 2018, 2019 팬 사랑데이때 받은 붉은색 동백 유니폼 두 가지까지. 오랜만에 출격이라 어떤걸 입을지 고민됐다. 고민끝에 새로 사놓고 아직 택도 떼지 못한 유니폼 중 하나인 파란 챔피언데이 유니폼을 골랐다.
요즘 남쪽은 벚꽃도 이미 다 떨어졌을만큼 따뜻한 날씨다. 낮 시간은 반팔을 입어도 될만큼 더울정도다. 하지만 나는 속지 않는다. 홈 개막전에 갈때마다 낮엔 더웠지만 해가 진 저녁에는 추워서 덜덜 떨었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기 위해 2018 시즌 홈 개막전에서 받은 자이언츠 후드티를 안에 입었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마'가 써져 있는 손가락 풍선과 자이언츠 깃발도 있지만 오늘은 챙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 개막전에서는 응원용 타월을 준다고 했다. 단체로 수건을 들고 응원하는, 가슴뛰는 장면을 상상하며 사직으로 출발했다.
경기 2시간전에 야구장에 도착했다. 마음같아선 더 일찍 도착해 개막전 행사를 충분히 즐기고 싶었지만, 평일인터라 스케줄을 더 조정할 수 없어 겨우 2시간 전에야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남은것 같지만 야구장에 도착해 티켓 뽑고,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 사고, 입장해서 선물로 주는 타월 받고, 맥주 사서 자리에 찾아 들어가니, 바로 경기 시작 전이었다.
좀 더 일찍 왔더라면 여유롭게 치킨과 맥주를 먹으면서 사전 공연과 선수 입장 이벤트 등을 볼 수 있었을텐데 개막전 이벤트를 놓친게 아쉬웠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지금 3년만에 야구장에 있다. 내 앞에는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은 양의 먹거리와 시원한 맥주가 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으랴.
모든게 완벽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건...
▲ 응원중인 롯데자이언츠 팬들 2022 시즌 홈개막전에서 대패를 하였음에도 신나게 응원하는 롯데자이언츠팬들
1루쪽 맨 꼭대기 자리를 잡았다. 꼭대기는 진정한 골수 팬들이 자리하는 곳이다. 역시나 내가 앉은 자리 옆쪽으로는 야구장에 올때마다 볼수 있는 '스타팬'들이 열심히 깃발을 흔들며 응원을 주도하고 있었다.
취식이 허용됐지만 하지 말아야 할 규칙도 많았다. 취식 중 대화 자제, 육성응원 금지 등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1루 응원석에 앉으면 계속해서 선수들의 응원가와 팀응원가가 흘러나오는데 그 음악에 반응하지 않는 팬들은 없을 것이다. 참으려고 해도 몸과 입이 자동으로 반응한다. 거의 '세뇌' 수준이다.
오랜만에 직관이라 새로운 선수들의 응원가를 열심히 배웠다. 단순한 멜로디 단순한 동작이다. 그래야 누구나 다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응원단장의 멘트도 '다함께 소리 질러'에서 '박수'로 바뀌었다. 감염병 시국 이후 처음으로 직관을 갔더니 새로운 '박수' 응원 도구가 경기장에 쫙 깔린 것을 알았다. 나만 손으로 박수치는 것 같았다.
금요일이라고는 하지만 평일 저녁인데도 개막전이라 그런지 1루쪽에는 관중들이 가득 들어찼다. 삼삼오오 먹거리와 함께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오랜만이라 울컥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났다. 개막전 경기까지 승리했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1회부터 와장창 무너져버린 경기 결과에도 팬들은 수고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오랜만이라 즐거웠지만 아직 예전과 같은 '신남'은 아니었다. 다른거라곤 마스크를 쓰고 있고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싶을 때 참는 것, 딱 이것뿐인데도 장내 분위기는 예전보다 많이 차분했다. 그래서인지 신남이 덜했다.
만약 코로나19 시대가 아니었다면, 홈 개막전 정도의 대형 이벤트 경기 후에는 '사직노래방'이 열렸을 것이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추억의 가요들을 다함께 목청 높여 따라 부르는... 세상 모든 근심 걱정까지 날려버릴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인데 열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런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 일상이 야구장이어서 좋다.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오랜 친구처럼 얼싸안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예전의 사직야구장의 모습으로 얼른 돌아갔으면 한다. 그런 일상이 더욱 빠르게 돌아오길 기다리며, 조만간 처음으로 우리 팬 단톡방에 '직관벙개'를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