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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31. 2023

현실판 '강호동의 천생연분' 우리들의 대면식

[1화] 대면식에서 만난 나의 첫사랑 그녀

'이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 그 어딘가, 경험을 바탕으로한 창작 스토리입니다'. - 작가말 - 



꼬꼬마 학창시절, 나는 한별단이라는 써클 활동을 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고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추억은 써클활동으로 만들어졌고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중학교때까지만해도 그냥 관종끼 있는 '아싸'라 인싸들 사이에는 끼지 못하는 존재였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고등학교 입학 후 아직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해 서먹한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3분단 뒷쪽에 앉은 친구들이 갑자기 1분단 앞쪽에 앉은 나에게 불쑥 찾아왔다. 입학하고 같은반이었지만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던 친구들. 그 친구들은 내게 자기들과 함께 '한별단'이라는 써클 활동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평소 내 성격이라면 놀라서 뒷걸음질 치며 거절했을텐데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친구들과 함께 써클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내 성격도 외향적이 되어갔다.


써클활동은 너무 재밌었다. 남중을 나와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남녀 반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학생들과의 소통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써클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사친들도 생겼다. 그렇게 '찐따'였던 나는 여자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여자랑 대화하는 방법도 습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공고'라서 여학생 수는 남학생수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당연히 써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가족과 같이 지내던 같은 학교 여사친들은 이제는 거의 남자같이 편해졌고 우리 남학생들은 다른 여학교 한별단 친구들과 주말마다 '대면식'을 하고 다녔다.


대면식은 써클 대대로 내려오는 프로그램중에 하나였다. 선배들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학교끼리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 나누는 친목 행사다. 생각해보면 '단체 미팅' 성격이었다. 매년초  학기가 시작되고 써클에 새로운 신입들이 들어오게 되면 대면식을 열어 타 학교 신입생들과 만나 친해지게 만들어주는 선배들의 이벤트인거다.


대면식은 주로 야외 '어린이 대공원'에서 진행했다. 돈 없는 학생들이 한푼두푼 주머니 푼돈을 털어 약간의 이벤트 소품과 다과를 준비하다보니 따로 장소를 대관하거나 할만한 능력이 안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은 예산으로 유치한 게임을 하며 놀았는데 그게 그때는 그렇게 즐거웠다.


그리고 대면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바로 '짝짓기'. 남녀 신입생들간 게임을 통해 어느정도 친해지고 나면 여학생들이 뒤로 돌아 쭉 서있고 남학생들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 뒤에가서 줄을 서는 방식이다. 미모가 뛰어난 여학생이 있으면 그 뒤로 줄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마치 그 옛날 예능 프로그램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대면식이 끝나고 나면 커플들도 생기고 여사친 남사친들이 되면서 또 그 학교와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내년엔 또 다른 신입들에게 지금의 신입들이 선배가 되어 대면식을 열어주게 되는것이다.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기억에 내가 우리학교 한별단 7기였던가? 그랬는데 그 때까지는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일일포차로 진행된 색다른 대면식



거의 매주 다른 여학교와 대면식을 해나갔다. 이제 갓 이성에 눈을 뜬 나는 그 자리가 마냥 즐거웠다. 매주 다른 여자아이들을 만나 게임하고 놀고 때로는 어른 흉내도 내면서 유흥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게 좋았다. 남들은 대학생이 되어야만 해볼수 있는 것들 대부분을 나는 고등학교 시절 다 경험을 한것 같다. 물론 그 중에는 출입을 하면 안되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거나 하는 일탈도 포함됐다.


몇번째 대면식이었을까? 그 대면식은 다른 대면식과 달리 온천장에 있는 한 카페를 통째로 빌려서 진행했다. 마치 당시 유행하던 '일일포차'처럼 말이다. 상대학교 한별단 1학년 장이 자주 다니는 카페라고 했다. 평소 장사가 그렇게 잘되는 카페가 아니었기에 싼 가격에 그 카페를 하루 빌려주셨다고 한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당시 대면식에 모인 인원이 대략 3~40명쯤 됐으니까 1인당 1만원씩만 냈어도 그 사장 입장에서는 썩 나쁘지 않은 장사였을테다.


그날 대면식은 미성년자들의 술과 음악 파티로 진행됐다. 술이라고 해봤자 싸구려 김빠진 호프에 새우깡 같은 과자가 안주의 전부였지만 다들 엄청 즐겁게 놀았다. 나 역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계속 마음이 쓰이는 친구가 있었다. 검은색 긴 생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는 쉴새없이 서빙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다들 놀고 즐기는데 혼자서 그렇게 헌신하는 모습에 마음이 갔다.


그렇게 대면식이 끝나고 다음주 학교에서 그 친구의 연락처를 수소문 했고, 결국 연락이 닿았다. 그렇네 내 인생 첫번째 연애는 시작됐다. 내 연애는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다. 잘못된 만남. 그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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