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직후 ~ 8개월차
이 글은 직접 수술한 뒤 8개월간 겪은 부작용과 회복에 대해 공유하여 수술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수술 이후 비슷한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합니다.
⭐️ 어느 병원을 저격하고자 작성하는 글이 아니며, 병원을 특정하지 않습니다. 댓글로 물어보셔도 답변해 드리지 않습니다 ⭐️
2023년 8월 하순,
미뤄왔던 시력교정술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협약 병원 한 군데에서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당시 내가 찾아보고 정리하기로는 시력교정술은 크게 네 가지 방식의 수술로 이루어지는데, 특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병원에서 주로 광고하는 포인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장단점이 있는데, 내가 수술 결정 시 몰랐던 부분까지 정리해 보면 이렇다.
라섹
- 각막 상피를 깎고, 각막 실질도 깎은 후 회복시키는 수술방식
- 소위 1세대 시력교정술 (단순 마케팅용 용어)
장점
- 가장 오래된 수술방식으로 임상결과가 풍부하다
- 일부 최신 기계는 완전자동화되어 의사의 손을 타지 않는다(아마리스 레드, EX500)
- 넓은 범위에 레이저를 조사할 수 있어 동공 크기가 클 때 빛번짐을 줄일 수 있다
- 라식/스마일에 비해 각막 두께가 비교적 얇아도 가능할 수 있다
단점
- 각막 상피를 통째로 날려버리므로 통증이 심하다
- 각막 상피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라식
- 각막 윗부분(각막 상피)을 자르고 제낀 뒤, 각막 속부분(각막 실질)을 파고 제낀 겉면을 다시 덮는다
- 소위 2세대 시력교정술 (단순 마케팅용 용어)
장점
- 통점이 모여있는 각막 상피를 남겨두기 때문에 통증이 덜하다
- 각막 상피와 실질 사이 보우만막을 남겨둔다
- 꽤 오래된 수술방식이라 임상결과가 풍부한 편이다
단점
- 덮어둔 각막 상피가 움직일 수 있어 강한 충격을 받으면 안된다(격한 운동 불가)
- 각막 상피를 덮개로 남겨야 한다는 특성상 각막 두께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스마일라식류 (클리어라식, 스마트라식)
- 각막 실질을 레이저로 조사해서 분리한 뒤 최소절개창으로 끄집어내는 방식
- 소위 3, 4세대 시력교정술 (단순 마케팅용 용어)
장점
- 통점이 모여있는 각막 상피를 남겨두기 때문에 통증이 덜하다(바로 일상생활 가능하다고 홍보)
- 각막 상피와 실질 사이 보우만막을 남겨둔다
- 각막 상피를 제껴야 하는 라식에 비해 최소한의 절개만 필요하여 각막 상피가 안정적으로 고정된다(격한 운동 가능)
단점
- 각막 실질을 의사가 끄집어 내야 해서 손을 탄다
- 각막 상피를 덮개로 남겨야 한다는 특성상 각막 두께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 레이저 조사 범위가 제한되어 동공이 큰 경우 빛번짐이 생긴다
- 수술 이후 수술부위 접근이 매우 곤란하다(재수술 시 보통 라섹으로 진행)
- 난시교정이 비교적 까다롭다
⭐️ 스마일라식의 단점을 개선했다고 주장하는 수술 방식이 클리어라식, 클리어라식, 스마일프로
- 기존 스마일라식의 레이저 굵기와 조사빈도 개선, 동공추적, 난시교정 등에서 이점이 있다고 함
렌즈삽입술
- 특수 렌즈를 안구내 삽입하는 방식
- 아예 논외로 두어 잘 알아보지 않았다...
장점
- 부작용 발생 시 렌즈를 다시 뺄 수 있다
- 각막 두께가 얇아도 수술 가능하다
단점
- 렌즈 특성상 특유의 빛번짐이 생긴다
- 각막 내피세포와 렌즈 간섭으로 내피세포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 사실상 내피세포 감소로 인해 초장기 착용자가 드물다고 들었음
수술 결정 당시 내가 잘 몰랐던 요소를 밑줄쳐 두었다.
2. 수술
나는 통증이 적다는 점과,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다는 홍보를 보고 마음이 동해 스마일라식을 찾아보았고, 스마일라식보다 개선되었다는 클리어라식을 받기로 결정하였다. 검사 당일 수술 가능하다는 병원으로 예약하였다.
아침에 안과로 가 검진을 받게 된다. 굴절률 측정, 안압검사, 각막지형도검사, 망막검사, 시력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점심먹고 바로 수술한다고 하여 밥을 먹고 수술을 진행했다.
클리어라식의 경우 석션컵을 안구 주위에 붙이고 빨간 점을 쳐다보고 있으면 레이저가 조사된다. 레이저가 조사되면서 눈이 흐려지는데 움직이면 안 된다...
3. 수술 직후
수술 이후 호텔로 걸어가 잤다
눈을 뜨고 가기 곤란해서 흘겨뜨고 바닥만 보고 호텔로 갔음...
체크인하고 뻗었다가 안약 인공눈물 타이머 맞추고 넣었다
이때쯤 마취 다 풀려서 눈물 좔좔 나고 글씨가 안읽혔음
안약 사진 찍어서 아빠한테 보내놓고 뭐가 뭔지 전화로 물어봤다ㅋㅋㅋㅋㅋㅋ
타이머도 시리로 맞췄음 ㅋㅋㅋ
원래 계획은 배달시켜먹는거였는데
휴대폰 글자크기를 최대로 했는데도 읽히는 게 없어서 뭘 시킬수가 없었다
고민하다가 퉁퉁 부은 눈으로 후문에 있는 편의점 가서 삼김 조졌다
불 꺼진 호텔방에 뻗어서 윌라 오디오북으로 나미야 잡화점 듣기...
어우 심심해
이때쯤 스마일라식한 친구들한테 전화 걸어서 물어봤는데
다들 내일 광명찾을거라 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잠들었음...
4. 수술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는데 눈이 여전히 흐렸다
정확하게는 수술 전 안경 벗은것보단 나은거같지만 여전히 글자가 안 읽혔음
쓸 만한 안경도 이제 없으니 계속 흐린 상태로 씻고 준비해서 병원 가려니까 답답해 죽는 줄...
어찌저찌 준비하고 체크아웃한 다음 병원에 가서 시력검사를 했는데
8개월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0.6정도밖에 안나왔음...
그것도 글자가 분명 흐릿한데 때려맞춰서 0.6인거...
분명 다른 친구들은 다음 날 광명찾았다던데 나는 왜 안 보이는가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담당 의사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3주까지는 각막이 부어서 안 보일수 있다고 하셨음
당장 3일뒤에 출근해야되는데... 운전은 어떻게 하나...
많은 고민거리가 생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기다려보기로 했음
5. ~ 수술 3주차
어찌저찌 생활은 가능한 상태로 3주간 출근도 하고 학교도 갔음
이 때쯤 정확히 내 증상이 어떤건지 수술 조진건지 진지하게 찾아봄
5-1. 나에게 찾아온 부작용
나에게 찾아온 부작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복시
- 잔여난시 + 수술 직후 각막 부음으로 인한 부정난시로 인해 복시가 굉장히 심했음. 광원을 보고 있을 때 가장 심했는데, 전구를 보고 있으면 7~8개로 필라멘트가 주변을 동동 떠다니는 식... 이게 수술 직후에 굉장히 심해서, 낮에 아무 사물이나 보고 있어도 반사광때문에 복시가 두드러져서 너무 답답했음...
세상이 {원래 상 + 오퍼시티 12% 먹인 레이어 7~8개} 식으로 겹쳐 보였음.
야간운전 할 때나 터널 들어갈 때 앞 차 후미등이 위아래로 겹쳐 보이니까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가 없었음. 반대편에서 제네시스가 다가오길래 보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싼타페였다....
반자율주행 없는 차였으면 교통사고로 죽었겠다 싶음...
2. 흐림
- 상 자체가 엄청 흐리게 보임. 00년대 싸이월드 뽀샤시필터 먹인 것마냥 세상이 보임. 상이 또렷하게 맺히지도 않아서 글자가 안 읽힘... 그냥 수술 전 안경 벗은 때에서 약간 선명해졌다 싶은 정도였다.
흐린 건 아침에 제일 심하고 저녁이 될 수록 좀 나아지긴 했다. 3주차까지는 자기 직전에 샤워할 때 그나마 보이는 정도...
3. 안구건조증
- 이건 있을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각오하긴 했는데, 초기엔 오히려 심하다 느껴지지 않았었음. 눈물막 감지세포가 복구될 때까지는 눈물이 말라도 잘 느끼지 못하는 듯...?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눈 흐림의 원인이었음.
초반에는 인공눈물을 넣어도 여전히 눈이 흐렸지만, 나중에는 눈물 넣고 난 직후엔 깨끗하게 보였다.
3주차까지는 눈흐림과 복시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컸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글씨가 안 읽히는데 뭘 할 수가 없고, 운전할 때는 용케 사고 안나고 살아있다 싶음...
무엇보다 의사선생님이 얘기한 3주가 되어가는데 눈은 여전히 안 보이니까 너무 답답했고, 주변 사람들 중 이런 케이스가 나밖에 없었기에 우울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음...
수술은 망한 것 같고, 인터넷 찾아보니 나와 같은 사례도 생각보다 많고, 근데 대부분 병원에서 수술 잘 된거라고 우긴다고 하고... 내가 뭐 할 수 있는 건 없고...
이 때 재수술 전문병원도 찾아봤는데 예약이 27년 5월달까지 밀려있다고 예약 거실거냐고 하더라ㅋㅋㅋ 예약금 5만원 내고 일단 걸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음...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폐해졌다. 앞으로도 이대로 살아야 되면 어떡하지? 부정난시 때문이면 수술부위를 까볼 수도 없는 노릇인데 재수술로 해결이 되나? 난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평생 쓸 눈을 대충 맡겼지? 회사 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 (회사에서 숫자를 잘못 읽어서 큰 실수를 한번 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이대로 살 수 있을지 고민을 엄청 했는데,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우울감은 잔뜩 커졌다.
이때쯤이 인생에서 제일 다크한 시절이었던 듯...
3주를 꼬박 채우고 다시 병원을 갔다.
6. 3주차 ~ 1달차
의사선생님이 말했던 3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보이질 않으니 잔뜩 화나서 병원을 갔다.
시력검사를 했는데도 여전히 억지로 쥐어짜서 0.6이다. 검안사들이 쑥덕대는게 보임...
원장선생님께 증상 설명드리고 왜 그런 건지 물어봤는데 어김없이 예상했던 대답이 들려왔다.
“수술은 잘 됐구요 도수는 잘 나오세요”
나는 보이는 게 없는데 수술이 잘 됐다니 너무 황당했다. 눈이 안 보여서 글자도 안 읽히고 운전도 못하겠다고 하니 일단 검안을 해서 안경을 맞춰보시라더라
종종 회복이 느린 케이스가 있어서 3개월까지는 지켜봐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새로운 데드라인을 만들고 미루는 찜찜한 느낌을 누르고 일단 알겠다고 했다.
동네로 가서 안경을 제일 싼 걸로 맞추고 쓰고 살았다.
한 달차까지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더라
완전 멘탈 터져서 디시 안구갤러리 들어가서 나 같은 사람을 찾아봤다. 병원 찬양하는 광고 아니면 의사 죽이고 죽겠다는 부작용 환자만 있는 그곳... 다양한 부작용을 찾아보고 정확히 내 증상이 뭔지 정리를 했다.
눈이 너무 흐리고 안보이니 회사 출근하면 처음 하는 게 모니터 화면 설정하는거였다. 색반전 하고 흑백으로 바꿔서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바꾸면 그나마 읽을만 하다. 안 보이는 글자는 핸드폰 카메라로 줌 땡겨서 찍어 확인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인수인계일지에 내 이름 틀리게 적었다는 걸 전해듣고 죽고싶었다.
7. 1달차 ~ 3달차
1달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변화가 조금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흐린 눈이 오후 4시쯤부터 점점 또렷해졌다.
밤이 되면 꽤나 또렷해져서 살 만 했다.
이때쯤 엄청 키워놨던 핸드폰 글자 크기를 조금 줄였다.
오후 4시쯤 되면 나름 (깨끗하진 않지만) 글자가 읽히니 희망이 생겼다.
그래도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찾아보다 공막렌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각막 위를 완전히 하드렌즈로 덮어 부정난시를 포함한 모든 시야를 깨끗하게 만들어준다는 리뷰를 봤고, 내가 가는 병원도 취급한다기에 바로 물어봤다.
근데 병원 입장에선 남은 도수에 비해 너무 과한 처사라 생각했는지 한 번 빠꾸먹었고 일단 더 기다려보라는 얘기를 했다. 혹시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재수술 해주겠다고.
일단 알겠다고 하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살았다. 재수술로 해결이 되는 문제인가? 한 번 조졌는데 다른 병원에서 돈 주고 재수술 하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근데 라섹 재수술이면 어차피 같은 기계가 100% 같은 공정으로 수행할 텐데 차이가 있나?
어차피 교대근무중엔 컨디션 조절도 안 될 것 같고, 각막 안정화되는데 최소 반년에서 1년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기에 교대근무 나오면 재수술하기로 미뤄두었다.
8. 3달차 ~ 6달차
그럼에도 공막렌즈에 대한 관심은 없어지지 않았다.
‘원리상 이거 끼면 대충 해결되는 거 아닌가? 내 돈 내고서라도 이건 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연락해서 내 돈 내고서라도 하고 싶다고 했고, 병원에서도 오케이해서 날짜를 잡고 갔다.
다시 수술할때처럼 검안하고 렌즈가 미국에서 제작되고 배송오는데 2주정도 걸린다고 해서 기다렸다.
대충 미국 명절이 껴서 거진 3주정도 기다리고 렌즈를 받았다.
공막렌즈 후기는 따로 작성해볼 예정
미국 가기 전에 공막렌즈 받아서 참 다행이었다. 불편한 거랑 별개로 심적 안정감이 컸다.
지금은 거의 착용하지 않습니다(좋은 쪽으로)
공막렌즈랑 별개로 눈은 점점 좋아지는 듯했다.
날마다 편차가 엄청 크지만 한번씩 또렷하게 잘 보이는 날이 있어서 희망이 커졌다.
또렷하게 잘 보이는 걸 언제 느꼈냐면, 회사에서 내 자리를 보면 책상에 모니터가 3개 있고, 내 모니터 넘어 5미터쯤 거리에 상황판 모니터가 크게 있다.
수술 직후에는 내 자리 모니터도 안 보이고 심지어 핸드폰조차 안 보였다면, 3달차 넘어갈 쯤부터는 내 자리 모니터가 오후부터 점점 보이고,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도 점점 일러진다는 게 느껴질 때였다!
9. 6달차 ~ 현재
수술 후 반년정도가 지날 때까지 시야가 또렷해지는 정도도 점점 좋아지고, 시간도 일러졌다.
예전엔 인공눈물을 넣어도 똑같이 안 보였다면 지금은 인공눈물 넣으면 잘 보이는 정도
6달차쯤 되어서 시야의 흐림은 안구건조증 때문인 것 같다고 인정하고 병원에 안구건조증 치료를 문의해서 IPL레이저 치료를 받고 있다.
레이저 치료의 성과가 눈에 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거랑 별개로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나름 잘 보인다고 해도 될 정도로 시야가 많이 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흐린 건 여전하지만, 온열안대로 찜질 좀 하고 블레파졸로 닦아준 다음 인공눈물 넣으면 나름 깨끗해지는 정도?
복시 또한 많이 나아져서 지금은 잔여난시 조금 남아있는 것 빼고는 없어졌다.
상이 7개로 맺히던 게 두 개로 줄어든 거고, 안경 쓰면 해결되는 문제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운전할 때가 아니면 안경 없어도 생활하는 데 아무 문제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안경쓰는 것도 습관인지 평소에도 계속 쓰고 살고 있긴 하지만, 테니스를 치거나, 안경이 거슬리는 활동을 할 때 없어도 이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직 복불복은 좀 있어서 컨디션을 좀 타는 것 같긴 하다. 특히 회사에서 상황판 볼 때...
하지만 이것조차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인공눈물 넣으면 깨끗해지니까...
10. 결론
내가 시력교정술 부작용 후기글을 써야겠다고 처음 생각했을 때는 수술 직후 눈이 안 보일 때였다. 수술 후기고 뭐고 그땐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활활 타올랐었다. 병원 나오면서 깽판을 쳐야 하나 고민을 정말 진지하게 할 때였으니까... 근데 못 쓴 이유는 모니터의 글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4~5달 뒤쯤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인정했을 때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 망해버려라는 의도가 아니라, 진짜 수술 이후 이게 맞는 건지 고민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해서.
내가 본 시력교정술 후기 중 ‘저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습니다.’ 하는 글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부작용의 종류와 정도가 너무 다양할 것이고, 모두가 나처럼 나아지는 것도 아닐 것이며, 그런 글이 있다고 한들 반길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이해는 간다.
그러나 나는 글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수술 직후부터 3개월동안 진지하게 앞으로 인생에 대한 회의가 밀려들었고, ‘이대로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나는 그 때 몇 번이고 (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살아야 할 이유와 살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세곤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좀 더 버텨볼 이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라섹이 아니라 스마일라식, 클리어라식, 스마트라식이라도 회복에 반 년 넘게 걸리는 나 같은 사람이 있다. 내 사례가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사람이라도 한 번 기다려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제가 수술한 병원을 특정해 드리지 않습니다. 이 글은 어느 병원의 광고나 비방의 목적이 아니며, 수술 부작용 및 회복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수술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이나 수술 이후 부작용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