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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민 Mar 10. 2021

네이버와 신세계의 오월동주, 그리고 쿠팡

: 합종연횡과 적과의 동침, 유통·물류 빅뱅은 이제부터다.


네이버가 신세계 이마트와 2,500억 원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손을 잡는다. 이미 CJ와 6,000억 원(CJ대한통운 3,000억 원)의 지분을 섞은 네이버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온·오프라인 영역에서 다양한 협업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존이 SK(텔레콤)에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하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혈맹의 대가는 2,000~3,000억 원 수준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동맹을 통한 온라인 쇼핑 사업 강화에 나선다. 네이버와 이마트는 양사의 장점을 살려 최근 인터넷 쇼핑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쿠팡에 맞서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협력에도 나선다. 이른바 ‘반쿠팡연대’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 매일경제 네이버-이마트 지분 맞교환…反쿠팡연대 추진, 2021.3.9


‘오월동주(吳越同舟)’가 떠올랐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시장의 절반도 못먹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는 격전지다.

지난해 이커머스 전체 시장은 160조 원 정도다. 이중 네이버(26조 8,000억 원)와 쿠팡(20조 9,000억 원), 이베이코리아(20조 원) 빅3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전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롯데온(7조 6,000억 원), 쓱닷컴(3조 9,000억 원)을 합쳐야 넘어설 정도다.


2022년 200조 원 규모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커머스 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CBEC(Cross Boarder E-Commerce) 해외시장 확장에도 기대가 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와 IT시장이 가만 놔둘 리 없는 셈이다.

이커머스 등 유통과 물류업 전반에 몰리고 있는 국내외 자본의 흐름과 기업 간 합종연횡, 경쟁사 간 적과의 동침이 끊이질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년 국내 이커머스 업체별 거래액과 시장점유율, 출처: 매일경제


불안함이 뭉치게 하다


최근 유통산업은 불확실성이 높고 기업환경의 변화속도가 빨라졌다. 이커머스 등 온·오프라인 할 게 없다. 물류산업도 온디맨드 전선에 참전한 유통기업들의 전후좌우 전측 방을 지원하다 보니 다양한 전술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통시장은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크고 작은 ▲M&A(인수합병) ▲전략적 제휴(Alliance Network) ▲합작투자법인(Joint Venture) 사례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와 CJ가 그랬고, SK와 아마존, GS홈쇼핑과 GS리테일이 또 그렇다. 매물로 나온 홈플러스에 쿠팡이 오프라인 거점 확대를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허무맹랑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망과 물류망을 잇는 영역간 짝짓기 노력도 지속적이다. 얼마 전 SK 11번가는 이륜차 배달업체인 ‘바로고’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실제 투자 규모는 5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생각대로(인성데이터)’와 ‘메쉬코리아’에 투자했다. 롯데는 마이크로 딜리버리 스타트업 ‘피엘지’와 협력을 도모 중이다.


이외에도 온디맨드 사업을 영위 중인 대형유통사와 IT기업들 대부분이 마이크로 풀필먼트와 딜리버리 스타트업과 어떤 형태로든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뉴스에 나오지 않았거나 일반적으로 잘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파트너십 사례는 따로 정리를 하겠다.


초조함이 판을 키우다


이커머스에 올해 최대 화두는 ‘MFC(Micro Fulfillment Center)’와 ‘MDN(Micro Delivery Network)’이다.

가격경쟁에서 배송경쟁으로, 다시 배송경쟁이 만드는 가치경쟁에 있어 물류는 이커머스 밸류체인 확장을 위한 전략·전술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초조함이 섣부른 투자로 판을 성급하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유통업체 대부분은 전략적인 풀필먼트 계획수립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딜리버리 전술만을 고집하는 양상이다. 11번가와 같은 이커머스가 퀵이나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30분내 배송할 상품이 얼마나 있을지, 그 서비스 이유가 의문이다. 이는 네이버에도 마찬가지 고민거리가 된다. 물론 음식배달이 아닌 다른 사업모델로 확장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겠으나 현재로선 ‘묻지마’ 투자처럼 맥락없어 보인다.


네이버가 어디 어디랑 손을 잡았으니까, 우리는 어디 어디랑 혈맹을 맺는 게 옳은가?

춘추전국배달시대를 맞이한 유통시장에 초록과 빨강, 노랑 등 형형색색의 깃발이 꽂히기 시작했다. 펄럭이는 깃발은 바람의 방향과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담대한 협력을 늘려라


결론부터 예상하자면 이커머스를 둘러싼 빅뱅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전의 뉴스보다 앞으로 나올 뉴스가 더 크고, 더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과 물류업 전반에 *NIH 증후군과 갑을관계의 수직적 파트너십을 극복하고 담대한 협력의 시대로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전체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하나의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협력과 결합의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NIH(Not Invented Here Syndrome) 증후군이란 제3자가 개발한 기술이나 문화, 프로세스는 인정하지 않고 조직 내부 역량만 받아들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는 경쟁 관계 하더라도 더 위협적인 신규 경쟁자를 상대하기 위해 때로는 서로 협력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방향은 ▲경쟁사의 시장점유 저지 ▲결합에 따른 신상품 개발 ▲불필요한 투자 축소 등 3가지로 요약된다. 그 목표도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 신기술 및 시장 확보 ▲리스크 관리 ▲엔드투엔드 관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적인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목표와 협력방식 정렬


자고로 무림의 세계에는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말이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이와 같은 파격적이고 담대한 협업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닥트렸다.

죽도록 미워하지만 죽도록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시대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능한 장수의 용병술은 상산(常山)에 서식하는 솔연(率然)이란 큰 뱀의 몸놀림과 같아야 한다.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날아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덤벼들며,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덤벼든다. 이처럼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 『손자』의 ‘구지편(九地篇)’


*** 이커머스와 물류를 둘러싼 담대한 협력의 시대와 관련해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의 『담대한 협력의 시대, 5가지 연결의 방법』이란 글을 일독해 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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