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구성>
토스와 타다 : 금융과 모빌리티 ㅣ 12조 원 vs. 35조 원 : 시장 규모ㅣ 대칭 vs. 비대칭 : 정보와 서비스
있다 vs. 없다 : 요금제와 미터기 ㅣ 개인 vs. 법인 : 결제 주체와 기간 ㅣ 직거래 vs. 다단계 : 배차와 리베이트 불합리 vs. 불공정 : 지입사기 ㅣ 해외 vs. 국내 : 결제·예약·리스·보험 등 사업확장성 ㅣ TMI. 뒤엉킨 고구마 줄기를 바라보다 화물 운송시장이 보인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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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모바일 금융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가 타다(모빌리티 스타트업 VCNC)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있었죠. ‘모바일 결제시장이 전통적인 택시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한 줄 설명으로는 양사의 전략적 선택과 미래 구도를 설명하는데 턱없이 부족하기만 할 텐데요.
글에 앞서 토스와 타다의 관계에 대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를 적용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자 합니다. 금산법과 인터넷뱅킹의 예외나 복잡한 사항을 설명하기에는 필자의 지식이 미천하기 때문이죠. 이 부분은 평소 SNS를 통해 경제 분야를 배우는 김현성 님의 페이스북 포스팅(토스-타다 인수 딜 관련 생각들)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이해가 쉽고 좋은 글입니다.
모빌리티 사업을 하는 카카오의 카카오뱅크나 얼마 전 토스뱅크를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가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한 것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디지털로 금융자본이 변화의 속도가 더딘 여객운수업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 또 결제 플랫폼을 활용한 데이터 축적과 활용이 바꾸는 운송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소비자나 서비스 공급자 양측에 어떤 나은 경험과 환경을 선사할 것인가 더 궁금합니다.
운송업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사람의 이동을 돕는 여객과 상품을 실어나르는 화물 운송이 공존합니다. 토스 발(發) 여객 운송 혁신, 한발 앞서 시작된 카카오와 티맵의 모빌리티 혁신은 화물 운송시장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요? 디지털을 만나 혁신의 수술대에 올라선 여객 시장과 아직 응급실에 도착하지도 못한 화물 운송시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국내 택시 시장 규모는 연간 매출액 기준 약 12조 원에 달하고 이중 절반가량이 호출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토스의 결제사업 등 여러 금융서비스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 이승건 토스 대표
토스는 타다 인수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결제 등 금융 비즈니스의 외연 확장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자와 산업 종사자의 선택폭 확대 ▲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혁신을 꼽았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금융시장의 모빌리티 진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로 봅니다.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모빌리티와 적극적으로 결합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가 되는 셈인데요.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금융회사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게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토스가 한국판 ‘그랩(Grab)’을 노린다는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그랩이요?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의 최대 사업자인 그랩은 2018년 그랩 파이낸셜을 설립하며 금융업에 진출했고, 결제·쇼핑·예약·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토스의 타다 인수를 그랩의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흥미롭게 분석한 글이 있는데요. 픽쿨(Pickool) 이태호 대표님의 ‘쏘카는 왜 타다의 지분을 매각하고, 토스는 왜 타다 지분 60%를 인수할까요?’라는 글을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단,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라 유료결제가 필요합니다.
토스는 타다 인수로 12조 원 택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표도 앞서 타다 인수에 대해 “사업모델이 굳어진 시장(택시)에 진출해 혁신적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 그게 토스가 창업 후 지속해서 해온 일. 이번 인수 역시 같은 맥락이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핀테크 시장은 왜 택시만 관심을 가질까요? 택시나 화물차나 똑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영역인데 말입니다. 국내 화물 운송시장 규모는 연간 매출액 기준 약 35조 원에 달합니다. 개인 용달 시장만 11조 원 규모인데요. 화물 운송 시장 종사자만 49만 5,000여 명으로 택시 25만 명보다 두 배가 더 많습니다. 지난해 7.5조 원 정도로 파악되는 음식배달이나 마트 배송 등 라스트마일을 수행하는 이륜차 배달시장과 종사자 수는 제외해도 말이죠. 시장 크기만 비교하면 국내 택시보다 화물 운송이 더 매력적이긴 합니다.
모빌리티 기업이 택시 시장을 혁신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정보의 비대칭 해결’과 ‘현 서비스의 개선’을 꼽습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시간대별, 장소별, 그리고 특수 상황에 따라 승객의 이동과 택시의 운행을 잘 연결해 서로의 편익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빌리티 사업자는 중개나 호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승객과 택시 양쪽으로부터 얼마의 사용료와 결제·예약 등 부가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플랫폼 서비스의 기본 개념이 그러하다는 것이지,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며 시장을 확장하는 소위 플랫폼의 두 얼굴을 옹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님을 밝힙니다.
택시처럼 화물 운송시장도 정보의 비대칭 해결과 서비스 개선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모빌리티와 묶인 핀테크는 사람과 화물의 이동 중 여객에 먼저 집중하고 있을까요? 정말 이상한 게 자율주행차량이나 UAM(Urban Air Mobility) 등 모빌리티 최첨단 기술에 대한 상용화는 사람보다 화물에 무게를 두고 시행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람보다 화물을 먼저 테스트하는 것은 사고의 위험이나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겠죠. 또 사람은 불안감에 저항하나 화물은 그 어떤 불만을 말하지 않기도 합니다.
택시와 화물 운송 시장의 다른 점은 또 뭐가 있을까요? 사용자, 즉 고객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택시 승객은 주로 개인인 반면 화물 운송의 이용은 대부분 기업 대상입니다. 고객이 다르다 보니 택시와 화물 운송료를 결제하는 주체도 각각 다르겠죠. 또 개인과 회사가 운송료를 지불하는 방식과 구조도 차이가 납니다.
택시는 있고, 화물차에는 없는 게 바로 ‘요금미터기’입니다. 왜냐하면, 화물차는 화물의 크기와 종류, 형태에 따라 일반형, 적재함(탑)형, 컨테이너, 탱크로리 등 그 종류가 많아서 택시처럼 획일적인 운송요금 적용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택시보다 화물 운송요금에 대한 시비가 잦고 불투명하다는 오명과 지적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정부가 표준운임이나 안전운임제를 통해 화물 운송의 거래 투명성과 화물차주들의 최저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인 게 현실입니다.
교통비와 화물 운임 지급 주체와 회수의 구조는 어떨까요?
운송료 지급은 택시보다 화물 운송 쪽이 더 복잡합니다. 택시는 개인과 법인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요금 지급에 승객과 택시 사업자, 여기에 중개(호출) 플랫폼 정도가 관여하는 반면 화물 운송은 화주와 차주 사이에 ‘대형 물류사 〉 주선사 〉 화물콜(정보망) 〉 운송사’ 등 서비스 유형에 따라 단계별 경우의 수가 많습니다. 그만큼 화물 운송 운임이 차주에게 돌아가는 기간도 느립니다. 최근에는 운임 지급 시간을 단축하는 금융프로그램이 등장했지만 빠른 송금 대신 높아진 수수료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화물정보망을 통해 10만 원짜리 화물을 운송했다면 운임 입금까지 화물차주는 보통 2~3주 정도 걸립니다.. 이때 당일 운임을 받고 싶으면 카드사나 물류 핀테크 기업(이라고 말하고 대부업체라 쓰고)에 7,000원에서 1만 원 정도의 높은 수수료(이자)를 내면 됩니다. 할부, 기름값 등 차량 유지비로 현금 유동성이 필요한 화물차주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됩니다.
화물차는 택시보다 고객과 만나는 배차의 단계가 복잡합니다. 택시는 승객이 직접 거리에 나서거나 호출 앱을 통해 찾으면 근거리에 있는 차량이 오지만, 화물차의 배차는 크기, 가격, 위치 등 조건이 복잡해 즉각 배차가 어렵습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화주, 대형 물류사, 운송 주선사, 중개사(플랫폼), 소형운송사A, B, C로 이어지는 수많은 단계의 과정을 또 거쳐야 합니다. 이것을 ‘다단계 구조’라 불리는데, 정부는 차량배차 때 세 번 이상의 단계를 거치는 것을 다단계 주선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때 화물 콜이나 중개 망으로 불리는 플랫폼을 거치는 경우에 다단계 주선행위에 대한 셈법은 고무줄처럼 바뀝니다.
다단계 운송이 문제인 것은 단계마다 과도한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것 떼고 저것 떼면 기름값도 남지 않는다는 화물차주의 원성이 끊이질 않는 이유입니다. 이는 모두 '화물정보의 비대칭'이 만들어 놓은 결과입니다. 어디에 어떤 화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우여곡절 끝에 누가 어떤 화물을 갖고 있는걸 알더라도 개인의 화물차주가 기업을 대상으로 물량을 영업하고 따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화물정보는 돈이 됩니다. 대형 제조사의 자제, 이종사촌, 사돈에 팔촌까지 운송(물류)회사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들은 실제 운송을 하지 않지만, 이 화물정보를 갖고 제2, 제3의 운송사에 넘기면서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부를 축적합니다. 다단계 근절로 수익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택시보다 화물차 시장은 불합리, 불공정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물차 지입 사기가 있습니다. 지입 사기란 화주의 대형 물량을 미끼(허위물량)로 화물차주를 모으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이들은 1t부터 12t 윙바디까지 다양한 화물차의 구매부터 할부, 대출을 엮어 값비싼 상용차 구매를 유도합니다. 사기 방식이 모두 그렇듯 한두 달은 운송 물량을 대주다 그 횟수가 점점 줄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차량을 뽑자마자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사라지는 사례도 많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지입 사기단은 대기업 물량을 확보하지도 공급할 능력도 없는 것이지요.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지입 사기는 더 흥행합니다. 특별한 기술 없이 면허증만 있으면 운송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목돈을 모아 화물차 한 대를 사서 어찌어찌 살아보겠다는 서민들이 운송시장에 많이 몰립니다. 그러나 서민들의 꿈은 교묘하고 악랄한 사기 수법에 무릎이 꿇립니다.
과거 몇몇 지입 사기단의 실체가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는 사례를 수없이 지켜봤지만, 그 형량은 정말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니 이들은 또 운송사 이름을 바꾸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또 다른 사기행각을 벌입니다.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더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죠. ‘도로 위 무법천지’라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토스가 타다를 인수한 롤모델로 꼽은 동남아시아 모빌리티의 맹주 ‘그랩’은 올해 말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랩은 중국 디디추싱 등에서 100억 달러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고 5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데카콘(Decacon,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화물 운송시장 분야에서 아직 그랩과 같은 데카콘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플렉스포트(Flexport)나 프레이토스(Freightos), 플릿(Fleet) 정도가 유망한 스타트업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기술로 화물 운송 중개와 매칭, 운임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중 플렉스포트의 기업 가치는 33억 달러(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0억 달러 투자 유치)로 화물 운송 플랫폼 중에는 최고 몸값입니다.
국내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SK티맵모빌리티가 디지털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에 관심을 보입니다. 올 초 카카오는 T앱에서 퀵과 택배를 부를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고, 화물주선행위를 위한 관련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이 회사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화물 운송을 제공하기 위해 화물운송사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티맵모빌리티도 카카오와 유사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압니다.
모빌리티와 핀테크가 화물 운송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택시 등 여객과 여행 시장의 불합리한, 또 불필요한 의사결정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관점에서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화물 운송시장은 결제, 예약, 리스,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연결되는 확정성이 높은 서비스 분야이기도 합니다.
모빌리티와 묶인 핀테크, 카카오와 티맵, 그리고 밸류링크유, 트레드링스, 쉽다 같은 국내 몇 안 되는 디지털 운송 스타트업의 출현은 복마전으로 시달리는 화물 운송시장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요? 다소 앞선 걱정이지만 혁신의 이름으로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빌리티 타다를 인수한 핀테크 토스를 바라보다 혁신의 바람이 더디게 부는 국내 화물 운송시장에 대한 갈증을 토로한 게 오히려 이 시장을 외면해야 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 같아 후회됩니다. 모빌리티와 핀테크에 질문을 드립니다. 화물 운송시장은 모빌리티와 핀테크 기술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게 언제쯤일까요?
“택시는 되는데? 화물차는 왜 안 되나?” 이유를 찾자니 삶은 고구마를 한입에 욱여넣은 듯 답답했다.
이 글을 쓰는 아침, 때마침 고구마를 캐는 날이었다. 고구마 밭은 흡사 열대우림처럼 늘어진 이파리와 줄거리 넝쿨로 꽉 찼다. 고구마를 캘 때 첫 번째 단계는 줄기부터 걷는 것이다. 얽히고설킨 줄기를 걷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허리를 숙여 줄기의 가장 밑부분, 그러니까 뿌리와 만나는 지점을 정확히 잘라야 한다. 그래야 위에서 엉킨 줄기를 아래에서 한 번에 걷어내기 편하다. 모기한테 팔뚝과 다리를 수십차례 뜯겼다 싶으면 어느새 검은 비닐로 덮은 밭이 나온다.
이랑을 덮은 비닐을 벗겨내면 이윽고 흙 틈새로 고구마가 보인다. 그렇다고 바로 고구마를 캐면 안 된다. 땅에 물기가 많아서 햇볕에 어느 정도 말려야 캐기가 편하다. 젖은 땅을 호미로 긁고 파내기가 쉽지 않고, 또 흙이 잘 털리지 않아 무겁다.
고구마를 캘 때 호미질도 중요하다. 힘껏 밭을 내려쳤다간 흙밭에 몸을 숨긴 고구마가 호미 날에 상처가 나거나 두 동강 나기가 일쑤다. 상처가 난 고구마에서 하얀 점액질이 나오는데 이런 건 절대 팔지 못한다. 저장(보관)성이 떨어져 상품성이 없다.
줄기로 뒤엉킨 고구마밭을 보면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게 화물 운송시장과 같아 보였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수확의 단계에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어렵게 고구마를 캐듯 화물 운송시장도 둘러싼 잡초와 뒤엉킨 줄기부터 걷어내야 비로소 뿌리가 보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