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ather May 24. 2024

“돌고 도는 나의 봄” 제2회 돌잔치 앞둔 김뜻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아카이빙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들을 아카이빙 해봅니다 :)  
사라진 매체도 있고, 찾아보기 어려운 매체도 많아서 브런치에 조금씩 아카이빙 합니다. 

인터뷰는 모두 제가 직접 섭외, 진행 했습니다 :) 



누군가를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서 만들어져서 피어오르는 감정일까? 요즘처럼 자기 하나 보살피기 어려운 세상에 사랑을 위해 신념을 굽힐 줄 알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치유를 택한 아티스트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이 신앙적이거나 목가적인 것은 아니다. 가끔 블랙코미디처럼 사회비판적이기도 하고 정신을 놓아 버리기도 한다. 어떤 것 하나에 도취되기보단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감정, 우리 모두를 지켜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의 사랑을 전하겠다는 핵심적인 주제이자 자신의 신념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모든 돌에도 뜻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김뜻돌’은 자신의 에고를 최대한 내려놓고자 스스로를 수양하며 이름과 무관하게 늘 우리의 곁에 있는 ‘에테르’(ether)를 찾고 있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만난 김뜻돌은 이제 무언가를 바꾸거나 비판하기보다는 다양한 감정을 수용하고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온몸 가득 품고 눈 속에서 갓 피어난 ‘에델바이스’의 꽃망울처럼 활짝 열려 있었다. 에델바이스의 꽃말인 ‘고귀한 사랑’처럼 세상 만물에 사랑을 나눠줄 준비가 된 그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Q. 안녕하세요? 뜻돌 씨, 우선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뜻돌 안녕하세요? 저는 싱어송라이터 ‘모든 돌에도 뜻이 있다’ ‘김뜻돌’입니다. 


Q. 저는 <Stage&FLO>(2020) 콘텐츠 촬영 당시 뜻돌 씨를 처음 만났어요. 당시 뜻돌 씨가 부른 ‘이름이 없는 사람’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흔히 여행을 떠날 때 나를, 나의 정체성을 찾으러 간다고 말하곤 해요. 그런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깨닫게 됐어요. 물방울에도 이름이 없고, 나무도 이름이 없고, 아름답게 흩날리는 들꽃에도 이름이 없는데,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이름을 찾는 게 진짜 중요할까? 의문을 처음 가진 거죠. 김뜻돌이라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걸 느끼고 감명받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의 뜻돌 씨에게 삶이란 무엇일까요?

김뜻돌 삶은 계란이랄까요. (웃음) 뭐 그냥 사는 거 아닐까요? 처음부터 큰 질문이 훅 들어왔는데요, 삶은 계란처럼 제때 할 걸 하고, 제때 잘 사는 게 좋은 삶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이름이 중요하지 않으니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내용만 담고 있는 건 아니에요.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이 있어요. 제가 앨범 소개글에도 썼는데 이 책은 ‘짜라투스트라’라는 초인, 소위 말해서 득도하고 깨달은 자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저는 사람이 어느 순간 어떤 높은 경지에 도의 수준에 도달하면 우리가 흔히 부르는 나라고 하는 그 에고(EGO)가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프로이트도 그렇게 얘기했고 많은 현자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곤 했는데요. 저는 항상 자기 수양에 관심이 많아서 진짜로 이름을 버릴 수 있는 상태, ‘나’라는 에고를 좀 내려놓을 수 있는 삶은 어떤 걸까 그런 사람은 꼭 어떤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사물 만물이 될 수 있는 그런 경지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책은 아무래도 좀 많이 은유적이고 어렵다 보니까 이걸 내가 해석한 방식대로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름이 없는 사람’을 들어보면 ‘날 찾지 마. 그건 내가 아니야’ 이런 가사가 있잖아요. 저의 ‘꿈에서 걸려온 전화’란 앨범도 그렇고, 제가 만든 모든 곡들은 다 하나의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데요. 제 음악 안에선 이름이 없는 사람이란 우리가 항상 느끼고자 하는 어떤 그런 신, 그런 초월적인 존재, 영적인 존재, 사랑, 그런 언제나 이름은 없지만 언제나 곁에 있는 것들을 의미해요.

사람들은 항상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외부에 눈을 돌리고, 자기의 이름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러다 지치고 힘들어지면 자기가 너무 싫어져서 자기를 버리려고 하고… 사람들은 항상 그걸 반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항상 곁에 있는 존재들이 우리의 꿈에 전화를 걸어주고, 나를 알아봐주고, 이름은 없지만 나를 포용해주는, 더 큰 존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노래 속에서 하고 싶었어요


Q. 그러면 뜻돌 씨의 이름처럼 이름을 찾는 것보다 뜻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거네요.

김뜻돌 음… 그러니까 만물에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된다. 이런 느낌보다는 우리의 존재를 찾든 말든, 존재의 이유가 있든 없든, 우리는 모두 초월적인 이름이 없는 무언가로부터 태어났고 그 무언가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가 있잖아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시처럼 그 무언가의 뜻을 찾는다는 건 결국 그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이름을 붙여주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그곳에는 사실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로 통한다는 거죠. 저는 저의 삶, 그리고 저의 노래들이 뜻하는 바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초월적인 것들, 뜻을 찾는 행위 같은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으로 본인의 삶에 대한 이미지나 정의를 좀 그린 게 있을까요? 이 정의를 내린다는 것 자체도 사실 이름 붙이는 거랑 비슷한 걸 수도 있지만 이름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본인의 삶을 정의해 볼 수 있을까요?

김뜻돌 저는 계속 꿈 속에서 저에게 전화를 걸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이름이 없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저의 이름 ‘김지민’ 혹은 ‘김뜻돌’, 혹은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여자친구, 누군가의 친구, 이렇게 어떤 수식어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저도 이 생을 마치고 나서 혹은 이 생을 살면서 계속 그런 초월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혹 그런 존재라는 걸 알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너무 거창한 것 같은데, 그냥 단순하게 말해서 ‘정말 순수한 참된 어떤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저는 살아가는 것 같아요. 


Q. ‘이름이 없는 사람’은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던 뜻돌 씨의 이상이 가장 잘 투영된 곡이라고 생각해요. 듣는 내내 치유 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뜻돌 씨는 사람을 치유하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원래 치유사가 되고 싶어서 첼로를 배우기도 했고요. 그런데 누군가를 치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건 흔치 않은 감정이잖아요? 뜻돌 씨는 음악으로 삶을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고 싶다고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요.

김뜻돌 그냥 저에게는 무척 자연스러운 욕구였어요. 이를테면 저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초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 그런 질문하잖아요. 너는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하늘을 날고 싶어? 아니면 뭐 엄청난 돈을 훔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어? 막 이런 질문이 있는데, 저는 제가 초능력자가 된다면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신기하게도 엄청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저랑 이야기를 하고 그 과정 안에서 치유됨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보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 사람마다 행복한 지점이 다르듯이 저는 평생을 누군가가 치유됨을 바라볼 때 제일 행복했고, 그래서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좀 더 커선 심리치료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제가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음악 안에서 사람을 치유하는 음악 치유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꿨죠. 마치 음악을 좋아하면 노래를 부르고 싶듯이, 저는 사람을 좋아하기에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대만 투어 사진 © Photo by Hung Hsu Chen @103mc_milkgreen


Q. 그럼 음악 치유사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이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뜻돌 사실 저는 제가 노래를 못 부른다 생각했어요. 어릴 때 노래가 좋아서 동요 대회도 엄청 나가고 그러긴 했지만, 사실 노래 자체는 잘 못 부른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도 “지민아 동요대회는 이제 그만 나가면 안 돼?”라고 묻기도 하셨고요. (웃음)

어릴 때 부모님 영향으로 악기를 많이 배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첼로를 전공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중학생 때였을까요? 막 사춘기에 접어 들었을 때 처음 인디음악을 접하게 됐어요. 그때 “와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아름다운 음악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아빠에게 “나 기타 사줘!”라고 말하곤, 반 친구들에게 기타를 배워서 밴드부도 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악기를 연주했던 저에게 노래를 부르는 건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갑자기 “뮤지션이 되고 싶어!” 같은 꿈은 없었고요. 그때까진 첼로를 전공해서 독일로 유학을 가고, 그 후에 음악 치료사를 해야겠다고 생각만 했죠. 


Q. 그런데 독일로 떠날 뻔했던 뜻돌 씨를 무엇이 붙잡아서 인디음악을 하게 만들었을까요?

김뜻돌 첼로를 전공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였을까요? 엄청난 슬럼프가 왔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힘을 냈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가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며 클래식이란 음악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가 않았어요. 그리곤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 같아요. 물론 그때도 그것이 제 진로가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웃음) 단순히 친구들에게 ‘나 이런 거 만들었어’ 하며 들려주고, 그런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 자작곡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Q. ‘이름이 없는 사람‘(2020) 당시 숲속 요정 그 자체였던 뜻돌 씨는 이제 세상과 싸우기도 하고 소리치기도 하고 경고도 하는 록커가 됐어요. 무엇이 뜻돌 씨를 변하게 했나요?

김뜻돌 제가 변덕이 많기도 하고 또 반항심도 많아서 남들이 이런 기대를 하는 것 같으면 반대로 저게 하고 싶고 좀 그렇거든요. 저도 제가 어떤 장르라고 설명하기 되게 난감해요. 그냥 그때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지고, 이야기가 다르니까 음악도 소리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막연한 분노에 휩싸일 때도 있었는데, 그땐 무대에서 무당이 굿판을 펼치는 것처럼 막 소리 지르고 망가지고 싶었어요. 세상에는 암울한 부분도 있잖아요? 그걸 무대에서 같이 표출했을 때 카타르시스도 있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무대에서 굉장히 망가지고 싶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이런 저런 장르를 도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럼 록커로서 뜻돌 씨가 싸워내고 바꿔내려는 것의 주체는 무엇인가요?

김뜻돌 요즘에 저는 저를 제일 바꾸고 싶어요. 음… 바꾸고 싶다는 말보다는 받아들인다는 말이 훨씬 더 정확한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참 바꾸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세상도 마음에 안 들고, 그때 사귄 남자친구도 마음에 안 들고, 세상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보니 타인과 세상을 바꾸는 게 너무 만만치 않은 일이 더라고요. 음악을 하면 계속해서 자기 반성을 하게 되거든요. 일기를 쓰고 반성하며 다시 읽어보는 것처럼 음악도 만들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혹은 ‘이런 말을 내가 하고 싶구나’ ‘듣고 싶구나’ 반추하면서 결국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고 나는 도대체 뭐가 이렇게 마음에 안 들길래 내가 이렇게 바꾸고 싶나 이런 생각까지 가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최근에 법정스님의 말씀을 릴스로 보게 됐어요. 사랑이란 “내가 널 좋아해” “나는 널 너무 좋아해”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게 사랑이라는 말씀이었는데요. 그걸 보면서 그래, 지금까지 내가 아둥바둥 뭔가 바꿔보려 했지만, 그냥 온전히 모든걸 이해해 보려 노력해보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좀 편하게 나를 보려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꾸려 드는 것보다도 이해하려는 시선으로 보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요즘 저는 무대에서 막 소리를 지르거나 부수려 하지 않고 다시 차분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만 투어 사진 © Photo by Hung Hsu Chen @103mc_milkgreen


Q. 뜻돌 씨의 초기 음악은 좀 넓게는 세상을 노래를 했어요. 그 다음엔 사회의 불만에 관해 노래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본인’에게 포커스가 돌아온 것 같아요. 본인을 좀 더 탐구하는 그런 시기가 진짜 온 것 같아요. 이젠 소리 지르고 이런 것보다는 본인을 더 받아들이고 차분해지려고 한다고 했는데 어떠한 꺠달음 같은 게 있었나요?

김뜻돌 깨달은 것 있어요! 나도 철이 들고 있다! (웃음) 제가 원래 나이 듦에 대해서 반감이 엄청 컸거든요. 하지만 그것의 장점을 찾았죠. 뭐랄까? 사물의 질서를 조금 더 태연하게 바라보게 됐다는 것, 그리고 나 자신에게 좀 편안해지고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김뜻돌이란 사람의 페이스를 이제 찾은 것 같고요. 그리고 뭔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과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는 건 다른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걸 알게 된 이후론 미친 듯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애쓰지 않아요. 그런 면이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죠. 공연하거나 합주를 할 때 항상 즐거운 건 아니지만 때때로 내가 이걸 하고 있다는 게 되게 행복하다는 걸 느껴요. 나는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일치하는 사람이구나. 이거 진짜 너무 행복하다.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Q.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행복일 것 같아요. 그걸 못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그게 무엇인지 찾아 헤매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자신이 뭘 하고 싶은 지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뜻돌 씨는 그걸 찾고 하고 계신 거니까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여러 장르를 오갔지만 이번 ‘다섯 번째 봄’에서는 데뷔 초 때의 느낌이 나기도 해요. 이 모든 변화들이 스스로 변화를 줘야겠다 의도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본인이 그냥 쓰고 싶은 곡을 계속 써서 오신 거군요.

김뜻돌 재즈면 재즈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전자음악이면 전자음악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고 전 그 매력이 각각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같이 음악을 만드는 파트너(레이블)가 옆에 없었어요. 그냥 매번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고 주변에서 이거 하면 좋다, 저거 하면 좋다고도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래서 그냥 매번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습니다. (웃음) 


Q. 그럼에도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천진난만하고 깨끗한 목소리를 가진 게 뜻돌 씨에게는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가사 하나하나를 꼭꼭 눌러 부르는 또렷함이 뜻돌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가사가 정말 잘 들려요. 가사를 쓸 때 노래가 불릴 때의 뉘앙스나 분위기를 고려해서 쓰는 편인가요?

김뜻돌 가사를 쓸 땐 딱히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데모 만들 때는 사실 별 생각 없는데 그걸 앨범으로 만드는 게 이제 고역이죠. 예전엔 즉흥적으로 많이 만들곤 했는데, 요즘은 약간 재료가 바닥 났는지 평소에 틈틈이 기록하려고 해요. 보통 뮤지션들마다 작업 방식이 다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진짜 쓰고 싶을 때만 쓰고 딱히 꾸준히 열심히 계속해서 쓰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솔직히 스스로 좀 게으르다고 생각하는데 반면에 언제 어디서 쓰든 내가 쓰면 좋은 곡 나오겠지 이런 자신감도 있어요. 그래서 딱히 작업을 위해 평소에 주제나 조각을 모으거나 그렇진 않아요. 그냥 일기를 쓰고 싶거나 친구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듯이 그냥 일상에서 갑자기 느낌이 와요. 오늘은 곡이나 쓸까? 이런 마음이 들 때 곡을 쓰는 편이고, 인간적으로 너무 아무것도 안 했다 너무 안 한다라는 생각이 들면 와르르 몰아서 쓰기도 해요. (웃음) 


Q. 김뜻돌은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흔한 사랑이 아닌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우리가 생각하는 러브(LOVE)가 아니라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다. 일반적인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인류애 같은 그런 사랑을 이야기 하고싶다고 말하셨더라고요. 김뜻돌이 추구하는 세상을 바꾸는 사랑은 도대체 어떤 것이죠?

김뜻돌 뭔가 적극적으로 사람을 돕기 위해 봉사하고 그러지 않더라도, 나의 음악이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혹은 정말 힘들 때 옆에 있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음악이란 이런 방식으로 좀 돌아돌아 사람들을 좀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음… 음악이란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힘들어하면 막 밥이라도 사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그러고 싶잖아요. 그런데 항상 제가 모든 사람들 옆에서 그렇게 해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제 음악이 나 대신 사람들 옆에서 조금이라도 힘들 때 조용하게 위로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요즘에 이렇게 소박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조금 더 큰 미래에는 제가 가진 이런 마음을 진지하게 치유의 음악으로 표현해 내고 싶기도 해요. 아니면 그게 음악이 아니더라도 좋아요. 나중에 요가라든가 명상이라든가 이런 걸로 좀 더 풀어보고 싶기도 하고 더 나이가 든다면 제가 좀 더 경험이 생긴다면 이 분야를 연구해서 진짜 좀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음악을 통해 치유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 싶어요. 지금은 내가 좋아서 내 음악을 하는 이유가 좀 더 큰데 먼 미래에는 세상을 구하고 바꾸고… 뭐 그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니지만, 제 세상이니까 저의 세상 안에서의 사람들을 좀 더 행복하게 해주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대만 투어 사진 © Photo by Hung Hsu Chen @103mc_milkgreen


Q. 어찌 보면 음악은 운명이네요?

김뜻돌 저는 사람을 돕는다는 게 특별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 다 각자의 위치에서 사람을 돕고,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요. 세상에는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저는 그걸 해결할 만큼의 용기는 아직 없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가 조금 비겁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조금 더 용기가 생기면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고 돕고 싶어요. 환경 운동이 됐든 아니면 그냥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적극적인 액션을 하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열든, 제 스스로 그런 걸 할 수 있는 더 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2023년에는 ‘다섯 번째 봄’ 싱글 1곡을 냈어요. 2022년에는 ‘기도(Kiddo)’, ‘Psychomania’, ‘일반쓰레기(Trash)’ 3곡의 싱글을 발매했고요. 작년 싱글 중 ‘기도(Kiddo)’는 개인적으로 아일랜드 밴드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가 떠올라서 반갑고 너무 좋았어요. 크랜베리스도 밝은 곡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분쟁과 테러, 복잡한 세계사란 사회적 배경 속에 슬픔이나 투쟁이란 정서를 베이스로 깔고 있잖아요. 근데 약간 그런 느낌들이 방금 전에 이야기하셨던 사회에 대해서 생각하고 뭔가 환경을 위해서 좀 움직이고 싶고. 이런 방향성이 뜻돌씨와 결이 맞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좀 재밌기도 한데요. 작년에 나왔던 곡들이랑 올해 나온 곡에 대해서 좀 간단하게 좀 소개를 좀 해 주시겠어요

김뜻돌 작년에 싱글 3곡을 10월 29일에 발매했는데요. 슬프게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때예요. 그때 너무 난감하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기도’에 그런 메시지가 들어있었어요. “내가 너의 고통을 없애 줄 수는 없지만, 네가 다시 고통받으며 태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이런 곡이었는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그런 사건이 터졌죠. 세상에는 내가 알게 모르게 안타까운 사건들, 비극적인 일들이 항상 벌어지지만 나는 나의 힘으로 그런 것들을 통제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엄청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기 보단 “세상은 이렇게 엿 같고 똥 같아. 하지만 나는 내 맘대로 살 거야.”라는 메시지를 ‘일반 쓰레기’에 담았어요. 세상 여러 곳에서 “이렇게 살아야 된다” “저렇게 살아야 된다” 많은 조언을 던져주고 있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이런 거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거든요. 그래서인지 ‘psychomania’에는 그렇게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진짜 돌아버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좀 쓰고 싶었어요. (웃음) 


Q. ‘psychomania’만 영어로 쓰여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뜻돌 그냥요. 제 노래의 가사가 모두 한국어인데 사실 제가 영어를 못하진 않거든요. (웃음) 그래서 영어 곡들을 써보고 싶었어요. 특히 이 노래는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영어로 작사를 시작해서 영어로 끝난 곡이었어요. 이 곡은 제가 존경하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오마주 같은 곡이기도 해요. 나의 완전 창작물이라기보다는 그 곡 안에는 너바나(Nirvana)도 있고,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도 있고 여러 가지 밴드들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영어로 만들면 더 오마주 같을 것 같아 영어를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들을 오마주하며 좀 더 “미친 사람 같은 곡을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쓴 곡이에요. (웃음) 


Q. “일만 송이 꽃이 피어도 내겐 당신이란 숫자가 셀 수 없이 너무 크다오. 약속한 사랑은 어디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문을 두드리는 당신은 돌고 도는 나의 봄이여.” 올해 발매한 싱글 ‘다섯 번째 봄’의 이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라요. 이런 가사를 쓰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김뜻돌 이 곡은 꽤 예전에 썼던 곡이에요. 사실 제가 사랑 노래가 정말 많이 없어요. 만약에 제가 사랑 노래를 쓴다면 넌 너무 멋있어 아름다워. 평생 사랑해 이런 것보다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나만의 전달법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너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유일한 존재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사실 이 곡은 저의 현재 애인과 5주년이 됐을 때 5주년 기념 앨범으로 만든 곡이었어요. 그래서 ‘다섯 번째 봄’이라는 게 정말 크고 유일한 사랑이 담겨 있는 곡이에요. 제 애인이 이 노래를 듣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걸 보니 참 보람찼습니다. (웃음) 최근에 애인이 스포티파이 연말 결산을 했는데 가장 많이 들은 곡 1위가 ‘다섯 번째 봄’이더라고요. 저와 이 곡을 완전히 인정해 줬다고 볼 수 있죠. (웃음) 


Q. 정규앨범 <꿈에서 걸려온 전화>(2020)가 나온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어요. 근 시일 내 새로운 정규를 만들 계획이 있을까요?

김뜻돌 계획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뱉어 놓으면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에 그건 비밀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이제 집에 가겠습니다. (웃음)


Q. 최근에 해외 투어를 많이 돌았어요. 해외 투어 시 국내 팬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그리고 해외 투어를 통해 본인이 체감하는 성장이나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특히 이번 하반기는 국내 보다 해외에 좀 더 집중한 한 해 같은데 내년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김뜻돌 나라마다 많이 다르더라고요. 대만은 조금 우리나라랑 비슷하다고 느껴졌죠. 뭐랄까…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이 각자 따로 즐겁게 논다!? 약간 그런 느낌이었어요. 호주는 한국의 경쾌한 버전 같아요. 제가 많은 나라를 가본 게 아니라서 평가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호주는 한국보다 더 액티브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필리핀은 도착해서 조금 많이 놀랐는데 모든 노래를 다 따라 부르시는 거예요. 그분들이 떼창을 엄청 열심히하고 막 슬램도 엎드려뻗쳐 수준의 하드코어한 것들도 많고 뭔가 좀 상상 초월이었습니다. 그리고 해외를 돌다 보니 한국이 너무 좋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웃음) 사실 저는 오래 전부터 해외를 엄청 나가고 싶었어요. 그러다 올해 처음 나가게 됐는데 또 하나의 꿈을 이룬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오히려 이러고 나니까 더 열심히 더 좋은 노래 많이 써야겠다 이런 생각도 하게 됐고요. 더 많은 노래를 써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새롭게 들려주고 싶다, 어서 앨범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계기가 됐어요. 해외 투어는 정말 즐겁고 재밌었어요. 


Q. 김뜻돌의 근황이 궁금해요. 아까 ‘초월’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썼는데, 현실 세계가 아닌 초월적인 존재의 세계에 관해 말씀을 하시는 게 매우 인상 깊었어요. 우리가 지금 이 현실, 물리 세계에서 살면서 사실은 그런 감각과 존재를 느끼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혹시 영감을 받기 위해 꾸준히 하는 활동이 있나요?

김뜻돌 매일 아침에 명상해요.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명상하는 걸 지켜봐서 명상은 너무 익숙해요. 그래서 명상 센터에 가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명상하는 법, 108배 하는 법, 이런 것들을 찾아보고 행하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누기도 하고 하다 보니 명상 관련 책들도 좋아해서 자주 읽어요.

저는 항상 모든 사람들마다 어떤 자기를 보호해 주는 수호신, 보이지 않는 힘들이 있다고 믿거든요. 그리고 모든 음악하는 친구들은 공통으로 그걸 어느정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명상을 하다 보면 그 존재들이 더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어떤 말이 마음 속에 떠오를 때가 있고 그게 예언일 때도 있고 아니면 제가 너무 힘들 때 저한테 너무 따스하게 건네는 위로처럼 들릴 때도 있죠. 그래서 이게 단순히 내가 나한테 “괜찮아” “잘 될 거야” “힘들어하지 마” 이런 수준의 말이 아니고 진짜 나를 너무나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명상에 들어가면 말을 걸어 주는 것 같아요. 물론 매번 말을 건네는 건 아니지만 게 따뜻하게 “너 잘하고 있어” “괜찮아” “네가 느끼는 괴로움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이야기를 건네요. 어린 시절 제가 너무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저는 명상하다 울기도 해요.

제가 어렸을 때 6살, 7살 때 즈음 새벽에 엄마가 늘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왜 저런 걸 하는 걸까? 의문을 가지곤 했어요. 엄마는 가끔 명상을 하며 울기도 했는데 그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매일 아침 제가 딱 앉아서 명상을 해요. 그리고 명상을 하며 마주하는 존재의 위로 속에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명상을 통해 수많은 존재가 저를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명상으로 인해 세상 온 곳에 사랑이 있음을 느끼고, 사람에게서, 고양이에게서, 어떠한 초월적인 존재에게서 저는 항상 사랑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Q. 12월 말에 단독 콘서트를 해요. ‘돌잔치’는 어느덧 김뜻돌만의 브랜드가 됐어요. 이번 돌잔치는 다른 해와 비교해서 어떤 면이 다른 지, 관전 포인트 같은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뜻돌 돌잔치 이름은 제가 돌이잖아요. 그래서 그거 영어로 하면 락 페스티벌이더라고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돌잔치란 이름을 붙였어요. 돌잔치가 1회면 첫 돌이라는 게 너무 재밌고요. 그리고 관전 포인트…. 이건 비장의 무기라서 스포할 수 없지만!! 일단 돌잔치 2회고 스탠딩이고… 이번에 게스트 라인업이 너무 좋기 때문에 게스트를 보기 위해서라도 제 공연에 오셔야 합니다. 이상은 님과 제가 한 무대에 선다면 뭐 말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은 안 오면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가 나갈 때 티켓 판매가 완료됐을 지 모르겠지만 아직 예매하지 않으신 분들은 어서 예매하시고, 다리가 아프지 않게 준비 운동 많이 하고 쉬다가 오세요. 무엇보다 체력을 단단히 준비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김뜻돌 모두들 건승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호주 공연 사진 

김뜻돌 인스타그램

인터뷰 조혜림       

Writer


조혜림(Heather Jo)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조혜림 인스타그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