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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준 Aug 21. 2024

올림픽 복싱 성정체성 이슈
XX 염색체만이 여성인가?


      알제리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켈리프(왼쪽)와 대만 복싱 선수 린위팅 (출처)





이마네 켈리프(알제리)와 린위팅(대만)선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복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두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화제를 받은 이유는 성별 논란 때문이었는데요.





켈리프는 왜 논란이 되었는가?

                   

두 선수 모두 지난 해 국제복싱협회 (IBA)로 자격기준을 총족하지 못해 실격 처분을 받았습니다. 성염색체 테스트에서 XY 염색체로 확인되면서 여성 선수로서 출전 자격이 없다고 한 것인데요.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최근에 재정, 거버넌스, 윤리, 심판 판정 등 여러 우려되는 이유로 해서 IBA를 국제연맹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IOC는 작년 IBA의 판단과는 달리 단순히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여성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발표했고 따라서 두 선수의 이번 올림픽 출전을 허가했습니다.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 선수가 켈리프와 복싱 여자 66㎏급 8강전에서 맞붙었습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안젤라 카리니 선수가 46초 만에 기권하며 “내 생명을 지키고자” 했다고 말한 것이 성별 논란에 불을 지피게 했는데요.                    

그러나 이후 안젤라 카리니는 자신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상대 선수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러 논란과 이슈 속에서도 결국 두 선수는 각자 자신의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화제의 정점을 찍었죠.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여성 선수의 성별 자격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선수 안젤라 카리니가 46초만에 기권패했다.  (출처)





켈리프 전에도 여성성에 대한 문제는 있었다.


이번의 올림픽의 성별 논란에 대한 내용을 미리 언급한 책이 있어서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박상현 작가의 <친애하는 슐츠 씨>에 ‘캐스터 세메냐의 정체’ 라는 챕터를 통해 엘리트 여성 스포츠의 여성성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캐스터 세메냐의 성정체성 논란


2019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대회에서 800미터, 1500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여성 육상선수가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2위와의 격차를 무려 2초나 벌이면서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캐스터 세메냐 (Caster Semenya) 입니다.                    

하지만 세메냐가 세계적인 뉴스가 된 것은 그녀의 기록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성별 논란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근육질의 세메냐에 대한 성정체성 검증 요청이 제기된 것이죠.                    

국제아마추어육상경기연맹 (IAAF)은 세메냐를 상대로 성별 검사를 실시하게 되고, 성염색체가 XY로 밝혀지면서 출전 논란이 거세게 불게 되었죠.                    


캐스터 세메냐 (맨앞) (출처)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기준은 명확한가?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먼저 생식기로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겠죠. 또 하나는 성염색체 (XX, XY)를 통해 확인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XX 염색체, 남성은 XY 염색체를 가지게 됩니다.                    

보통의 경우 이 생식기와 성염색체가 일치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데 안드로젠 무감응 증후군(AIS)를 가진 사람들은 생식기와 성염색체가 일치 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AIS 증후군을 가진 비율이 꽤 높은데, 전 세계 인구의 1.7%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생식기와 성염색체를 통해서 남녀를 구분하는 기준은 불합리기도 하고 정확하지도 않다라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엘리트 스포츠 분야에서 이런 이슈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죠.                    


 XY 염색체 이미지 (출처)





XY 염색체를 가진 여성이 진짜 강한가?

                    

단순히 남성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AIS는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젠 무감응 증후군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남성 호르몬의 덕을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XY 염색체를 가진 여성 선수라고 해서 경기에 반드시 더 유리한 것만은 아닌 셈입니다.                    

그런데 AIS 증후군을 가진 여성 중에서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높은 경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운동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고, 이를 악용하는 도핑은 경기 조직위원회의 주요한 단속 대상이기도 합니다.                    

캐스터 세메냐의 경우는 다른 여자 선수들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이 몇 배나 많았습니다.                    

그래서 세계육상연맹은 이 점을 문제 삼게 됩니다.                    





테스토스테론을 강제로 낮춰야 출전할 수 있다.


남자가 여자 종목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성별을 막는 절차는 이제 단순한 이분법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졌습니다. 생식기도 성염색체도 성별을 구분해 주지 못한다면 실제로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호르몬의 수치를 통해 판단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됩니다.                    

2019년 세계육상연맹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캐스터 세메냐의 출전을 금지하게 됩니다.                    

세메냐는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소는 세계육상연맹의 손을 들어주면서 출전에 대한 조건을 달게됩니다. 지나치게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는 경우에는 강제적으로 그 수치를 떨어뜨려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판결한 거죠.                    

 6개월전부터 호르몬제를 복용해서 수치를 낮추면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다른 선수들은 약물을 복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하는데, 이들에겐 오히려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출전하지 못하게 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됩니다.                    





테스토스테론이 정말로 경기력에 절대적인가?


테스토스테론의 양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세계육상연맹은 고민했죠.                    

실제 테스토스테론의 양과 경기력을 모든 종목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가란 문제입니다.                    

실험을 해보니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단거리나 장거리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400, 800, 1600 미터 경기에만 이 호르몬 양을 체급처럼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사실 이는 캐스터 세메냐를 기준으로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규칙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죠.                

세메냐는 아주 뛰어난 선수이긴 했지만 GOAT(Greatest Of All Time)급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적도 없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기는 했지만, 그게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켈리프의 경우도 우승을 할만큼 뛰어난 선수이지만 완벽한 선수는 아닙니다. 전적이 51전 42승 9패입니다. 승리 중에서 KO는 6번 밖에 없었습니다.                    


알제리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켈리프가 파리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처)





형평성의 문제, 남자 선수는?


똑같은 일이 남성 선수에게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엘리트 스포츠는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타고난 사람들 사이의 피말리는 경쟁입니다. 후천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얻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반인보다 우월한 신체적 조건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입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것도 당연히 이런 유리한 신체 조건에 포함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선수가 여성이라면 예외라는 거죠. 그냥 예외일 뿐 아니라, 그 수치가 많이 나오면 출전 자격이 박탈된다는 겁니다.                    


최고의 MBA 센터 세르비아 농구천재 니콜라 요키치의 키는 211cm 에 이른다. 신체적으로 우월한 장점이 운동선수로서의 성공에 큰 기반이 된 것은 분명하다. (출처)





여성 선수 자격의 논란은 계속


세메냐와 201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 함께 출전한 호주의 육상 대표 선수였던 매들린 페이프는 세계육상연맹이 세메냐의 출전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이에 반박하는 글을 쓰게 됩니다. 당시에 그녀는 세메냐가 뛰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후에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인 성과 경기 능력의 관계는 단순히 테스토스테론의 측정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이다. 이를 규제하는 노력은 항상 성별 테스트의 대상으로 지목된 여성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혀 왔다. 평생을 여성으로 살아왔던 이들에게 단지 육상 트랙에서만 여성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별에 바탕을 두는 것으로 엘리트 스포츠 경쟁을 규제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성이라는 게 생물학적으로도 단순히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IOC측은 “각 국의 IF가 정한 올림픽 출전 자격 기준을 충족하고, 자격을 갖춘 모든 선수의 올림픽 참가를 지지한다”면서, 각국의 IF를 통해 자격을 갖춘 선수들을 성 정체성이나 성별적 특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XY 염색체를 가진 여성이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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