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콘텐츠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신사업팀으로 이동해 지속가능 패션&라이프스타일 버티컬 플랫폼을 만드는 매력적인 사업 빌딩에 참여했다. 실험과 실패, 성공과 낙담의 반복이 성장과 불확실성 마니아인 나에게 독이자 득이었다. MVP 전 드로우앤드류가 늘 강조하는 'SNS'를 고객과 대면하는 첫 번째 퍼널로 만들었고, 미디어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인지도를 키워 서비스 유입으로 이어지게 했다. 틀린 전략도 있었고, 실버라이닝과 같은 기획도 있었다. 그리고 콘텐츠만으로 오가닉 구독자를 2만명 이상 모았다. 퇴사를 준비하며 업무 마무리 시점에서, 혼자 모든 콘텐츠를 담당하며 실행했던 전략과 후일담을 전해본다.
얼마 전 아웃캠퍼스에서 CQR을 "의미있는 메시지를 무겁지 않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을 참고하는 채널"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세련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꼭 추가하고 싶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비즈니스화 하면서, 감도 높은 비주얼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것은 처음부터 고수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전략을 세우고, 컨셉을 잡고, 콘텐츠를 기획 운영하고, 정성 정량 지표를 분석하며, 매일을 달렸다. DM으로 ‘1팔로워에 200원’이 와도 무시했다.
정공법
서비스 첫 소개를 할 때 있는 그대로, 속이지 않고, 솔직한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정공법이다.
"패션 플랫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기준을 고민하며 제품을 고릅니다. "
구성원 모두 플랫폼과 패션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고, 각자의 과거가 앞으로 만들 서비스의 명분이 되기 충분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한계와 고민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시의적절한 피봇 그리고 효능
MVP 개발 후 타깃 정의를 하며 새로운 컨셉을 만들었다.
"의식 있는 취향을 위한 큐레이션, Conscious life Conscious Brands"
현재 이 방향으로 서비스와 미디어는 계속 디벨롭 중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많이 참고했던 정보성 채널인 크랙티, 아파트먼트풀, 온큐레이션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고민해보면 답은 분명했다.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효능감을 주고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인플루언서, 지인이 뮤추얼이라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지속가능성'을 쉽고,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 고루하지 않은 방향으로, '지속가능과 친환경'을 쓰지 않고 소통해왔다.
오리지널리티
몇 번의 (쁘띠한) 퀀텀 점프가 있었다.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뾰족한 기획이 필요했고 내부 스터디용으로 만들었던 그린워싱 체크리스트를 발행했다. 고객의 의견을 들으며 함께 만들어갔고, 세련된 디자인의 완전판을 무료 배포했다. 이 콘텐츠는 2천 회 가까운 다운로드, '캐릿'과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제로웨이스트 숍 알맹상점의 금자님이 소개해주기도 해, 트렌드를 다루는 채널에도, 코어 오디언스에게도 닿을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쉬운 언어로 바꾸어 '인플루언서'를 통해 알리는 콘텐츠도 만들었다. 수만의 팔로워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실재하는 실제로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인물들을 섭외했다. 물론 CQR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우리를 알리는 작업도 했다. 유명 마케팅 계정에 콘텐츠를 봐달라고 콜드 DM을 보냈다. 소재 디렉토리 또한 주제의 무거움과는 반대로 순항중이다. 비주얼은 단순화하고, 텍스트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BRAND (X) 는 미지의 지속가능 브랜드의 더 알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갖고 싶은 취향과 스타일을 제안하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염려를 놓치지 않는 컨셔스 브랜드를 발굴, 발견해 브랜드만의 고유한 키워드와 속성을 찾고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책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읽으면서 어떤 지점에서 인사이트를 얻느냐에 따라, 그 실행과 결과가 참 달라지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이야기하는 모두가 언급하는 것일지도) 우리는 서비스가 단계별로 발전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우리가 어떤 기획으로 이런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는지 소통하고 있다.
라이트 덕후의 정보 큐레이션
사람들은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리스팅 콘텐츠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획이 유효했던 이유다. 덕후는 아니지만.. 나의 얕고 넓은 정보량을 바탕으로 기획한 콘텐츠들이 유의미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목표였던 "CQR만 알면 지속가능성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에 가까워졌다.
진정성
무엇보다 진정성이다. 생산자로서 이 지점이 맞는 방향인지 매 순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부족한 점도 있다. 시간과 예산이 없었고 목표 대비 미달했고 개선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획을 하는 것이 빠르고 효율적이어서 많은 에너지를 써야했다. 혼자 콘텐츠 마케터이자 에디터의 업무를 다 해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늘 같이 고민해준 디자이너 동료는 내 공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게 아쉽다고 한다. 이렇게 평가해주는 동료가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일까?
답은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