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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리 Feb 29. 2024

당연한 존재는 없다

코로나와 함께 추억으로 남아버린 동네 목욕탕 이야기







밤새 우르르쾅쾅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붓던
엄청난 비가 아침이 되니 많이 잦아 들었다.
다행이다...하고 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아직 좀 기다려야하는 시간.

여전히 조금씩 내리는 비에 두리번거리니
코로나전 몇년을 잘 애용했던 목욕탕이 보인다.
보통 새벽부터 문을 여는지라
앞에 서있으면 방해되려나 하고 다가가보니,



왠걸...
분위기가 수상하다.
7시가 되었는데 아직 열지 않았을리 없고, 의자로 가려진 뒷편에 왠 자물쇠가 채워져있었다.
유리문이라 보이는 안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은 듯한 풍경.
아...
매일 이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다니...

높은 지대에 있는 우리동네라 운영하는 상점이 많지 않다.
그렇기에 운영되는 상점들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 목욕탕 역시 걸어서 2분거리라 부스스한 몰골로 가볍게 들릴 수 있는 감사한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은 것 같다.
그런 감사한 곳의 안부를 이리도 오래 궁금해 하지 않았다니...
미안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훅 하고 밀려들었다.



이 와중에도 나는 이 곳의 처마를 빌려 비를 피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감사하다.
문근처에서 우렁찬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도움 받는 것이 나 하나는 아닌 듯 하다.
폐업을 한 뒤에도 귀한 은신처를 마을 사람들과 각종 생명체들에게 내어 주니 어찌 고맙지 않을까.
그래서 더 그립다.
목욕탕은 바나나 우유 라며 아이들과 개운해진 모습으로 노란 단지 하나씩 들고 나오곤 했는데...
이젠 그 또한 추억이 되었다.

해가가고 나이가 들 수록 새겨지는 추억은 많은데,
비가 와서 그런지 어찌 가슴 한 켠의 공백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세월의 노련함으로 채워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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