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슴농부 Sep 20. 2024

얼굴 문신과 함께 사는 미얀마 문족여인들

미얀마 소수민족인 문족들이 살아가는 오지마을 민다트


미얀마 여행은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혹은 만달레이에서 바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 동선이나 양곤 호스텔에서 잠시 만난 독일 청년이 보여준 흑백 사진 한 장을 접한 후 만달레이로 가지 않고 미얀마 오지인 민다트(Mindat)로 여행 동선을 수정하였다.

독일 청년은 민타트에 소수민족인 문(Mun)족들이 살고 있으며 문족 여성들은 얼굴 문신을 하고서 평생을 살아간다고 하였다.


독일 청년이 직접 찍었다는 흑백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데 사진 속 얼굴이 너무나 강렬하였다.

달랑 흑백 사진 한 장을 보고 들어 보지 못한 여행지를 간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꼭 가보고 싶었다.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민다트는 바간에서 버스로 6시간 거리에 있고 파코쿠로 이동해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민다트에 도착해 마을 입구의 인근 게스트 하우스에 방을 잡았다.

주인이 한국 사람은 처음이라며 반갑게 맞이하고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내가 물어볼 것이 많은데 오히려 나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였다.


소수민족인 문족 마을에 대해 물어보자 가이드 없이는 찾아갈 수 없다며 가이드에게 연락을 취해 만났다.


가이드는 문족마을을 다녀올 수 있다 하여 다음날 같이 방문하기로 약속하였다.


가이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동생이 경기도 광주의 농장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다 하였고, 한국 여행객과 문족 마을 방문은 처음이라 하였다.

가이드와 헤어져 잠자리에 들자 폭우가 쏟아지고 추위가 느껴진다.

침대 위 두꺼운 담요의 이유를 알았다.

민다트(Mindat)는 미얀마의 오지로 친(Chin Province) 주에 속해 있고 대부분이 친족(Chin Tribe)이고 해발 1,500m 고산 지대에 위치해 바간과는 확연히 기온이 차이가 있었다.


다음날 일정이 폭우로 걱정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내리던 비가 새벽에 거짓말처럼 그쳤다.

가이드와 마을에 있는 친족 식당에서 전통 국수로 아침을 해결하였고 문족 마을엔 가게나 식당이 없다며 점심과 마실 물을 준비하여 가이드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서 출발하였다.

가이드는 도중에 잠시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부모님 집이라며 투망을 가지고 나온다.

돌아오는 길에 강에서 물고기가 잡히면 물고기를 구워주겠다고 한다.

1차선 너비의 비포장 산길 도로 내리막길을 한참 내달리다 우측의 좁은 오르막길로 들어선다.


오토바이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좁은 길로 혹시 지름길인가 물었더니 다른 길이 없단다.

전날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럽고 오르막 경사까지 심해 위험천만이다.

가이드의 오토바이 실력을 믿어야 문족 마을을 갈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길을 곡예하듯 약 1시간을 달려 첫 번째 문족 마을에 도착하였고, 마을은 온통 산안개로 덮여 있어 앞도 잘 보이질 않았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문족은 고유 언어를 사용하며 문족 인사말을 가이드가 알려주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을길을 따라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자 얼굴문신을 한 여성분들이 담뱃대를 물고 지나간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모습으로 얼굴문신을 보자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문족여성은 15세 전후로 결혼 전에 얼굴 전체에 문신을 하고 문신을 하는 동안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마을에는 남자성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여성들만 보인다.

문족 문화는 남성은 사냥이나 힘든 노동일을 전담하고 여성은 집안일과 사소한 일을 한다 하였다.

담배는 여성의 전유물로 대부분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며 남자는 극히 일부만이 담배를 피우며 마을 인구는 약 150명 정도란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집으로 들어갔다.

벽면에는 사냥으로 잡은 야생동물 두개골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동물 두개골은 액운을 쫓아주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다 한다.


문족 종교는 샤머니즘으로 마을에 무당이 있고 아프거나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무당을 찾아가 치료를 받고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간혹 마을 사람을 만났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이내 사라져 버린다.


아마도 외부 사람들의 방문을 꺼리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마을 구경을 마친 후 오토바이를 타고 좁은 길을 따라 두 번째 마을로 이동하였다.


두 번째 도착한 마을은 좁은 마을 도로에서 마을 주민들이 돼지를 잡고 있다.

결혼식에 사용할 돼지라 한다.

집안 구경을 허락받아 안으로 들어가 방안을 살펴보자 살림살이가 정말 애옥하다.


부엌에는 마을 사람이 역시 결혼식에 사용할 염소 한 마리를 통째로 불에 그슬리고 있었다.

집밖으로 나오자 가이드가 한 여인을 가리키며 사진을 절대로 찍으면 안 된다며 몇 번의 주의를 주었다.


사전 허락 없이 사진 찍는 것이 발각되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하였다.


여인이 궁금해 눈인사를 하고 접근해서 곁눈질로 살펴보니 얼굴문신이 있었지만 젊고 미모가 상당하다.


아무래도 문신된 얼굴과 비루한 자신의 삶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일 것이다.

마을에서 잠시 머물다 세 번째 마을로 이동하였다.

마을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갔다.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없고 길이 좁아 도보로 가야 했다.

온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 마을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2차 대전 말기에 여러 명의 일본 군인이 쫓겨서 이곳까지 도망쳐 숨어 살았고 일본 패망을 알지 못해 몇 년 간을 더 살다 뒤늦게 일본 패망을 알고서야 돌아갔다고 한다.


작은 은둔의 왕국이다.

산비탈에는 얌(Yam)을 재배하고 있었고 마을의 유일한 수입원이란다.

마을에서 나와 점심으로 준비한 국수를 먹고 마지막 마을로 이동하였다.

두 곳의 문족 마을은 한편으론 충격이고 다른 한편으론 신기한 느낌보다 슬픈 느낌이 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문족여인은 얼굴문신을 새길 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얼굴 문신은 한평생을 지녀야 하는 문족여인의 주홍글씨인지 아니면 부족 표시 식별을 위해 후천적 몽고반점 같은 것인지 또 아니면 미인의 기준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어쩌면 얼굴문신을 통해 문족 여성으로 정체성을 나타내고 문신을 새겨 넣으며 겪는 고통을 통해 문족의 성인 여성으로 성장했음을 알리는 징표일 수도 있다.


세상과 단절해 살고 있는 문족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슬프고 애잔하게 느껴진다.


애옥한 살림과 함께 굴곡과 파란 많은 한평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문족의 삶과 여인의 얼굴에 새겨진 문신은 양곤에서 보았던 강렬한 흑백 사진보다 더 강렬하였다.


문족마을 탐방은 지금까지 다녔던 많은 여행지 중에서 가장 특이한 곳이었다.


문족 마을을 떠나 마지막으로 도착한 마을은 문족 마을이 아닌 전통 산골 마을이다.

마을에는 커다란 망고 나무들이 많이 있다.

가이드가 망고 나무 밑에 있던 긴 대나무를 집어 망고를 따서 건네주어 먹어 보니 망고가 정말 맛있다.

너무 맛있다고 하였더니 몇 개를 더 따주고선 자기도 하나를 따서 먹는데 이곳의 망고는 누구든지 따 먹어도 괜찮다 한다.

마지막 마을을 나와 오토바이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자 자그마한 강이 나온다.


가이드가 그물을 꺼내어 투망을 던지는데 잡히는 고기가 너무 작아 강으로 다시 놓아준다.


열 번 정도 투망을 던졌지만 결국 잡은 물고기를 모두 놓아주고 빈손으로 민다트로 돌아왔다.

가이드가 와인을 마시고 싶은지 묻기에 주저 없이 좋다고 하였더니 어느 집에 들어갔다.


집 마당에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희미해진 얼굴 문신 자국이 남아 있는 문족 할머니가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가 창고로 안내하는데 술 항아리가 가득하다.


각종 꽃과 과일로 담근 지 3년 이상 숙성된 와인이라 한다.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보는데 술이 아니라 주스 같은 맛이다.

여러 항아리에서 조금씩 주는 와인을 시음하고 마음에 드는 와인을 한 병 시켜 가이드와 나누어 마시자 버펄로 고기를 넣어 끓인 국물을 내어 준다.

소금만을 넣어 끓인 버펄로 고깃국으로 술안주로 제격이다.

처음 몇 잔은 주스 같은데 마실수록 취기가 오른다.

와인 맛이 좋고 가격이 워낙 저렴해 별도로 한 병을 구입하여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고생한 가이드와 헤어져 민다트를 떠나기 위해 만달레이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하였다.


우연히 알게 된 미얀마의 오지 민다트에서 다녀온 문족 마을은 미얀마 여행 중에 방문하였던 여러 여행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