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선 Sep 25. 2023

후쿠오카. 처음으로 혼자 여행

 후쿠오카로 떠나는 날. 오전에 인천공항행 버스를 탄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전혀 없이 온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고속버스 짐칸에 배낭을 싣고 버스에 오른다.


 공항까지는 세 시간가량. 전날 늦게 잠든 탓에 버스에서 좀 자둘 생각이었는데 버스 안에 온통 시끄러운 사람들밖에 없다. 나 빼고 다 일행인 건 아닌 것 같고...... 분명 여러 팀인데 각자 자기 동행들과 떠드니 단체여행을 가는 관광버스 같은 소란이다. 출발 전부터 시작해 고속도로에 오르고도 그치지 않는 소음에 조금 짜증이 나려다가 아차 싶다.


 '지금 이 버스에는 여행을 가는 사람들뿐인 거잖아!'

 시끄러울 만도 하다. 여기엔 나처럼 설레고 들떠서 잔뜩 신나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니까. 어차피 나는 혼자 떠나는 길이니까 지금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끼고 가야지. 그렇게 생각했더니 조금 더 신이 나서 공항에 도착하고도 들뜬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분명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비행기 안에서 해가 졌다. 워낙에 도심형 길치라 서울역과 강남역 역사 안에서 길을 잃어 본 전적이 있는 사람이 나다. 이번에도 길을 잃거나 뭔가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괜한 걱정에 이왕이면 좀 서두르자고 했던 것이 전부 붕 뜬 시간이 되었다. 미리 예약해 둔 포켓 와이파이를 찾고 점심도 먹고. 내가 모든 일을 착착 마치고 길도 잘 찾을 줄은 몰랐다. 시간이 너무 남아 서점을 찾아 책까지 샀다.


 괜히 피곤하기만 하게 너무 일찍 나왔나 싶어 조금 후회되려다가 반짝이는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진 덕분에 만난 행운이다. 착륙을 위해 도시와 가까워지며 천천히 선회하는 비행기의 창 밖으로 보이는 밤의 불빛이 나를 위한 환영의 메시지 같았다.


 이렇게 무엇이든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긍정적이게 된다는 것 이상으로 마음이 여유로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것은 마법의 주문이라서 뭐든지 좀 괜찮게 만든다. 물론 과소비마저도 용납한다는 것이 약간의 부작용이겠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뭐 어때. 이러려고 버스에 비행기에 전철까지 타고 멀리멀리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