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선 Sep 03. 2023

단어 파먹기 : Like

Like : 좋아하다


 세상엔 좋은 게 참 많다. 나는 취미도 많고, 사람도 일단 좋아지면 한 없이 좋아하고, 좋아하는 물건도 너무 많아서 먹이를 모으는 때까치처럼 모아놓고 산다.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면 너무 좋아서 SNS에 남기는데 이것도 남 보다는 내가 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 장소, 순간을 모아서 예쁘게 정리된 상태로 아카이빙하기에 최적의 플랫폼이니까. 나는 그것을 가끔 일기장처럼 펼쳐본다. 나에게 SNS란 디자인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사용하기 아주 편리한 무료 클라우드 서비스인 셈이다.


 그래서 아주 사적인 공간이 되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의 팔로우 신청은 절대 사절이다. 나에게는 흔히 '부계정'이라고 말하는 두 번째 SNS 계정이 있다. 그것의 용도는 누군가 원치 않는 사람이 나에게 SNS 계정을 물었을 때, 내 진짜 계정 대신 그것을 보여주며

 "계정이 있긴 한데, 거의 하지 않아서요."

 라고 거짓말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나누고 싶으니까!


 SNS를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Like, 그러니까 좋아요라고 불리는 하트를 많이 받기를 원하지 않을까. 반대로 없다면? 뭐 그래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 빨간색 하트는 많을수록 좋겠지. 좋아한다는 마음은 공감받을수록 커지니까.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갔는데 그 사람도 좋아해 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나 감독을 똑같이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밤새워서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에도 Like it, 라이킷이 있다. 최근에 몽골에 여행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 중 한 편이 다음 메인 페이지에 걸리며 조회수가 5천까지 올라갔는데, 소소하게 끄적이던 나의 브런치에 이것은 아주 큰 숫자다. 그러나 ‘조회수가 5천을 돌파했습니다!’ 라는 알림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렇게까지 많이 보이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조회수가 이렇게 올라도 라이킷은 그대로구만!‘


 내 글에 라이킷이나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의 글에는 왠지 나랑 통하는 면이 조금씩 느껴지기에 더 반갑다. 그러니 반대로 라이킷이 없는 조회수는 왠지 멋쩍은 것이다.

 나는야 소심한 관종. 내향형 인간의 좋아하기란 이렇게 비밀스럽고도 개방적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