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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Jul 29. 2020

나의 하루를 만드는 너의 등원시간

30초 남짓이 좌우하는 나의 6시간

도민이가 벌써 어린이집에 등원한지 5개월이나 되었다. 아직도 쪼꼬미인 주제에 혼자 자기 가방도 메고 엘레베이터 버튼도 누를 줄 아는 게 제법이다. 2월생이라 0세반의 가장 큰 형님인 도민이는 유일하게 1세반 형아들과 함께 체육 특활수업도 듣고, 친구 생일상 옆자리에 여유로운 얼굴로 앉아있을 줄도 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도민이가 친구들 이름도 다 알아서 기저귀도 챙겨다주고 가장 어린 아기에게는 '아-, 아-'라고 부르며 예뻐해준다고 말해주셨다. 물론 사랑이 넘쳐서 친구를 안아주려다 몸으로 밀어버리기도 한다는게 문제이지만.


엄마없이 첫 등원하던 날이 생각난다.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보내던 마음은 사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닫히는 어린이집의 현관문 사이로 보이는 너의 우는 얼굴. 마음으로는 부둥켜안고 함께 글썽이며 “도민아, 엄마 금방 올거야. 쪼금만, 쪼금만 잘 놀고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않다. 아이가 덜 힘들기 위해서는 작별의 시간을 짧게 가져야한다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당부는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이 막상 울다가 뒤돌아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노느라 바쁘다는 걸 알기 때문일테다.


성공적인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서는 2주에서 3주 정도 적응기간을 가진다. 첫 날은 한시간, 조금 괜찮아지면 두시간, 조금 더 괜찮아지면 점심먹기, 그 다음엔 낮잠자기. 이렇게 점점 어린이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간다. 적응기간은 아이만을 위한 건 아니다. 엄마도 적응이 필요하다. 뱃속에 있던 것 까지 치면 거의 2년을 24시간 찰떡같이 붙어있다 갑자기 떨어져있으려니 어색하긴 서로 마찬가지다.


그래서였을까. 모순적인 마음이 들었다. 도민이가 어린이집에 빨리 잘 적응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너무 빨리 적응하지 않기를 바랐다. '역시 넌 엄마밖에 없지?'라고 으쓱하고 싶었나. 하루종일 엄마로만 지내느라 너무나 힘들고 외롭고 미칠 것 같았는데, 너무 빨리 어린이집에 적응해버린다면 나만 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역할이 쉽게 대체되었다는데서 오는 허탈함이나 그동안 나의 고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싶은 허무함이랄까.


5개월이 지난 요즘은 아침에 어린이집 가자고 하면 먼저 현관으로 달려나가고, 들어갈 때는 선생님 품에 안겨 웃으며 엄마빠빠이까지 잘한다. 선생님께서 키즈노트로 보내주시는 사회생활 중인 도민이의 모습이 가끔은 어색할 때도 있고, 집에서보다 어린이집에서 밥도 잘먹고 잠도 잘 잔다는 말에 오히려 선생님께 도민이에 대해 여쭤봐야하는 상황도 생긴다. 아직 이런 말 하긴 좀 이르지만 나름 하나의 사회적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할 따름이다.


그렇게 잘하다 갑자기 우는 날도 가끔 있다. 그런 날은 기분이 묘하다. 오늘은 도민이가 나랑 더 있고싶은가? 왜 그러지? 어제 내가 좀 잘 놀아줬던가? 괜히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엄마로서 약간의 뿌듯함도 잠시, 사실은 걱정이 더 많아진다. 오늘 도민이가 기분이 안 좋았나, 컨디션이 별로였나, 그래서 유난히 엄마 품이 그리웠나. 고작 30초 남짓한 등원의 순간이 하원까지 6시간의 내 기분을 좌우한다.


그 때 핸드폰에 알림이 뜬다. '오늘 도민이가 울고 들어가서 걱정하실까봐 잘 놀고 있다고 사진 보내드려요~.'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서 활짝 웃으며 장난감 가지고 신나게 놀고 있는 도민이 사진을 보내주셨다.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놓인다.


도민아, 엄마가 오늘은 조금 일찍 데리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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