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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Aug 14. 2020

오늘도 우리 잘 키워냈다

동지애를 다지는 부부의 시간

"오늘도 잘 키워냈다."


며칠째 도민이가 콧물로 고생하던 날들이었다. 나는 하원 후 도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왔고, 남편은 퇴근해서 저녁을 차리고 내가 설거지를 하는동안 도민이 목욕을 시켰다. 여느 날과 특별하게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그저 콧물나는 것만 빼면 너무나 쌩쌩했던 도민이와 달리 우리 둘 다 몸살감기 기운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뿐. 감사하게도 오늘따라 별로 애 먹이지 않고 잠들어준 도민이 덕분에 우리는 육퇴 후 각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독서를 했고, 남편은 공부를 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고요한 시간이 흐른 뒤, 자정이 되어 자기 전. 각자 컨디션 회복을 위해 쌍화탕을 하나씩 나눠먹으며 남편이 했던 말이다.


오늘도 잘 키워냈다. 이 말 한마디가 유독 위로가 되었다. 그래, 오늘도 우리 잘 해냈다. 하루만큼 더 키워냈다. 하루만큼 도민이는 행복한 아이로 성장했고, 웃으며 잠들었다. 그걸로 우리 둘은 오늘의 의무를 다했다. 우리 오늘도 잘 키워냈고, 잘 살아낸거다. 맥주 한 잔이 아닌 쌍화탕 한 잔에 오늘의 성공을 자축한다.  


육퇴 후의 시간은 참 소중하다. 하루종일 장난감 삐빅소리에, 상어가족 노래 소리에, 도민이 웃음 소리에, (가끔) 내 잔소리로 가득했던 집이 고요해지는 순간. 도민이가 잠이 든 후에 부부는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고작 하루 3시간 정도의 달콤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하루 중 제일 소중한 시간이다. 평일에는 각자 밀린 일을 하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주말에는 버터에 오징어를 구워 맥주 한 잔 나눠마시며 보고싶었던 영화라도 한 편 보는 시간. 이 시간만큼은 둘만의 신혼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누워있고 싶을만큼 누워있고, 하고싶었던 걸 하는 시간.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3시간동안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바빠 막상 대화할 일은 별로 없다는 걸 보면 이미 우린 현실부부다.


육아라는 이 기나긴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산도 넘고 바다도 건너야하는 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둘이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가보겠다는 결심을 했으니 말이다. 육아를 시작하고 가장 크게 달라진 우리의 마음가짐이라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은 열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도민이에게 부끄럽지않은 엄마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하고싶어졌다. 도민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기위해 현재의 나를 갈고닦아야한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결국 도민이를 잘 키워내고자 하는 우리 인생의 새롭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를 향해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부부는 눈을 맞추고 쌍화탕을 원샷한 후 비타민과 각종 영양제 한 줌을 꿀꺽 삼켰다. 건강하자. 내일도, 모레도 잘 키워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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