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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Aug 14. 2020

나의 인생을 사랑하는 엄마가 될게

<육아말고 뭐라도> 독후감

육아를 하다보면 '육아'말고 뭘해도 이보다 낫겠다 싶은 순간들이 참 많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사가 퇴근도 안 시켜주고 지시도 명확하게 안해주는데 세상에 어떤 직장도 이것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육아라는 걸 실감하는 매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육아를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서 '뭔가' 다른 걸 할 의지를 만드는 것조차 사실 너무 힘들다. 그렇게 지쳐있으면서도 왜 나는 뭘 할 의지가 없냐고 나를 채근한다. '엄마'는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고, '나'는 의지로 해내야만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걸까. 그렇게 '엄마' 이상을 해내지 못하는 '나'를 탓하고 자책하는 날들이 많았다.


'육아 말고 뭐라도' 해보고 싶은데 과연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자존감이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을 때쯤 이 책을 만났다. 이들도 나만큼 힘들었을텐데 이 책의 저자들은 어떻게 '육아말고 뭐라도' 해 낼 수 있었을까.



분명히 엄마라는 역할이 내게 주는 행복은 컸다. 만약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내 마음이 이만큼 풍성하지 못했을 것이고, 인생의 다양한 단맛 쓴맛을 모르고 살았겠지 생각할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다. 하나의 생명을 키우는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그 고생이 잊힐만큼 아이가 주는 보람 또한 크다. 그렇다고 엄마로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가 아닌 내 이름이 불리는 곳이 있길 바랐고,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또 다른 역할이 있기를 바랐다. 그것이 내가 그토록 힘겹게 육아와 일을 함께 붙잡고 가는 이유였다. - 63p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내 인생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인생의 일부인 아이를 사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 96p



지금 나의 마음과 너무도 같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지만, 아이가 잠든 후 마음이 헛헛해지는 밤들이 너무도 많았다. '나'를 잃고 사는 하루하루가 쌓여갈 수록, 아이의 인생은 자랄 지라도, 나의 인생은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한참 아이가 크고 난 뒤에 아이를 통해서만 내 인생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그 과정이 나와 아이 모두에게 힘들지라도 엄마가 '나'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해왔는지 다 자란 아이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도전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단지 '육아 말고 뭐라도 좀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당장 해낼 수 있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내가 해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100p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랜선독서모임도 시작하게 되었고, 또 한번 창업을 꿈꾸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미 1인기업으로 일하며 창업과 폐업을 한번 해 본적 있지만, 아직까지 나는 내 스스로에게 사업가라는 역할을 부여하기 부끄러운 정도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을 보면서 나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솟아올랐다. 사회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사업을 한다거나,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만큼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없다. 이미 엄마가 되기 전에 나는 내 능력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해봤고, 그렇게 가질 수 있는 왕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알고있다. 이미 나는 '엄마'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이제는 '나'로서 거창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은 욕심은 많지않다. 다만, 그저 내 아이에게 떳떳하게 '엄마는 살면서 이런 데 관심이 있어서 이렇게 도전해봤고 이런 경험을 해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일. 그리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내 아이에게 '너도 도전해봐,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 정도의 일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을 돌아보며 아이에게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사랑했고, 엄마의 이름을 지킬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더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 와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수백 번 고민하다가 '뭐라도' 해보자며 또다시 노트북을 켜는 우리는, 엄마라는 가장 어려운 산을 넘고 있기에 어쩌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 7p



도민이를 재우고 내게 주어지는 하루 3시간. 이 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쓰고 싶은지 감이 좀 잡힌다. 진짜 '나'를 위한 시간. 오늘부터 당장 하나씩 실행해나갈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정말 '뭐라도' 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겼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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