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아이즈(Big Eyes)>(2014)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1950년대에 활동한 여류화가 마가렛 킨(Margaret Keane, 1927~)의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가렛 역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Amy Adams, 1974~)는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지요. 이 영화는 팀 버튼 감독을 떠올리면 연상할 수 있는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세우지 않는 대신, 차분하고 담담하게 마가렛 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팀 버튼은 마가렛 킨의 작품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하네요.
영화는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는 마가렛과 그의 딸 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여성이 집 밖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1950년대 미국, 마가렛은 딸을 부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합니다. 마가렛은 적은 금액을 받고 길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을 하던 중, 풍경화를 그리는 월터 킨(크리스토퍼 왈츠)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미술 유학을 했다고 말하며, 파리의 거리를 그린 작품을 보여주었어요. 마가렛의 그림은 등장하는 인물이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것이 특징이예요. 왜 큰 눈을 가진 인물을 그리냐는 질문에 마가렛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눈을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눈은 영혼의 창이니까요.” 둘은 빠르게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결혼을 하기에 이릅니다.
월터는 마가렛의 큰 눈을 가진 아이 그림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고, 동네의 재즈 바에서 전시를 하게 됩니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 벽에 그림을 걸은 것인데요. 술집 사장과 월터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마침 술집에 있던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그림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이 그림이 누구의 그림이냐고 묻자, 말주변이 좋고 사업가 기질을 가진 월터는 자신이 그렸다고 말합니다. 월터는 여성 화가가 인정받기 힘든 세상이니, 남성인 자신이 그린 것으로 하자고 마가렛을 설득했어요. 마가렛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묵묵히 그림 그리기를 이어나가죠.
<빅 아이즈>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월터와 마가렛, 그리고 그의 딸 제인은 전과는 다른 부유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음에도 딸에게 조차 화가가 자신임을 밝힐 수 없는 마가렛은 우울감과 상실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대작 활동을 이어가던 중, 마가렛은 월터의 그림인 줄 알았던 풍경화 작품들조차 다른 사람의 작품 위에 자신의 서명을 더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사기꾼이었던 거죠. 거기다 마가렛의 재능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녀를 협박하기 위해 집에 불을 지르려는 시도를 하는 등 폭력성을 보이는데요. 위협을 느낀 마가렛은 제인을 데리고 하와이로 도망갑니다.
이후 1970년,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하여 모든 작품이 월터 킨이 아닌 자신이 그린 것임을 밝혀요. 1986년 하와이 법정에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법정에서 월터와 마가렛은 그림을 그리기에 이르고, 승소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림은 원래 주인인 마가렛의 손으로 돌아오게 되고, 서명도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되죠.
월터의 뻔뻔한 사기 행각은 우리를 화가 나게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그의 홍보와 판매 행위 덕분에 마가렛의 그림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요. 월터는 빅아이즈 작품을 포스터와 엽서 등 많은 아트 상품으로 만들어 싼 가격으로 만들어 팔았어요. ‘키치(kitsch)’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는 대중적 그림이 된거죠! 키치란 천박한, 대중적인 취향의 어떤 것을 일컫는데요. 미적으로는 조악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가장 밀착된 장르화, 복제품, 유사품, 통속미술작품을 뜻합니다. 1960년대 팝아트의 등장은 통속예술과 고급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키치는 산업사회의 소비문화를 수용하는 대중적 취향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였고,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지요!
이 영화는 예술의 본질과 예술의 대량생산과 판매라는 주제를 함께 탐구합니다. 영화의 화자가 미술평론가가 아닌, 가십전문기자 딕 놀란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앤디 워홀은 킨의 작품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킨은 정말 대단하다. 빅 아이즈는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다면 좋은 작품이 아닌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