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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랜드 외국인 Apr 24. 2019

뉴질랜드 해외 취업 적응기


뉴질랜드 현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고충이 제일 컸던 점은 실제로 컴퓨터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보다는 전화와 이메일,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미팅 등 현지인들과 실제로 이야기가 오가는 대화 시간이다. 회사 적응 초반, 이메일을 한 통만 받아도 모르는 영어 단어가 두 세개 씩 모르는 지식을 소화하고 답장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느라 길게는 20분이 걸리는 일이 많았다. 온라인 영한 사전을 모니터 한쪽에 항상 띄워놓는 것은 기본이요, 문법이 맞는지 두 세번 체크하는 일은 당연지사였으니 말이다. 전화 통화는 스트레스가 훨씬 컸다. 가끔씩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때면 심호흡을 먼저 하고 마음의 준비 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 속에 시나리오를 짰다.

‘인사를 먼저 하고, 내가 어디 회사의 누구인지 소개하고, 담당하는 담당자 있는지 바꿔달라고 말 해야지.’ 

그렇게 고객이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는 되도록이면 크고 또박하게 발음해서 전화 건너편의 사람이 알아듣도록 하고자 노력했다.



스트레스가 큰 것이 전화 통화라면, 단시간에 기를 쭉 빠지게 하는 것은 미팅이다. 다국적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회사이긴 하지만 영어권 직원이 많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은 나 혼자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빠른 영어 대화와 전문적인 테크니컬 이슈, 화상 통화까지 곁들어지면 초반의 열정적인 집중력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멍한 눈에 머리가 새하얘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감사하게도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내가 현지인만큼 이해를 하지 못해 놓치는 부분이 있어도 전부 이해 했는지 가끔씩 한번 더 대답 해 주었다. 직원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입사가 되었다면 실력에서 만큼은 인정을 받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국인 신분으로써 영어권에서 일을 한다면 영어에 대한 언어장벽은 꼭 넘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내가 영어를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였기 때문일까? 수능 80점 만점에 겨우 반타작을 한 나의 영어 실력은 금방 밑천을 드러냈고, 매일이 수능 영어 듣기 시험 장소가 바로 여기구나 싶을 정도로 영어 압박감은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새로운 환경, 암호명 같은 정보들, 그리고 한번도 듣도 보지 못한 생소한 영어 단어! 약자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머리를 풀가동으로 돌리느라 정오만 되어도 금방 피곤해 졌다. 아무리 해외에 2년 반 넘게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문적인 비지니스 영역에 맞서기에는 나에게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렇듯 언어장벽 때문에 어려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평적 근무 환경은 나에게 많은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었다. 높임말이 없는 영어의 언어적 영향 때문인지, 직급은 나이와 상관이 없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의견을 내세우는데에 지적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한국에서 일을 했을 때는 '사원' 급에 해당하는 말투와 대우를 받았다면, 회사 내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고, 부장급이나 임원급 정도의 회사 사람들과도 아주 자연스럽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호칭에 있어서도 ‘부장님’이나 ‘대리님’ 같은 직급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 심지어 은퇴를 앞두는 머리가 새하얗게 바랜 60대 엔지니어한테도 '이름'을 불러야 했다. 그래도 예의를 갖추는 나의 '한국인 마인드'가 그건 좀 힘들었는지 한번은 존경을 표현하고자 Sir 호칭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나를 의아한 듯한 눈빛으로 쳐다 본 이후로는 나이가 칠순이 넘든 무조건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위의 글은 올해 발간 된 책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에서 발췌, 편집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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