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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섬 Aug 06. 2016

<새벽 두시 전화벨> 9화

답정너

살면서 우리를 당혹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이를 테면, “이번 기말고사는 잘 봤니?”, “취직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낳을 거니?” 다정스러운 표정과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동반한 저 질문 속에 포함된 ‘기말고사’, ‘취직’, ‘결혼’, ‘출산’을 우리는 수행해내지 못했고 그 질문은 반성을 촉구한다.      

 이런 질문들 중에서도 백미이자 알파이며 오메가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물론 면접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자네는 꿈이 뭔가?”     


 일단 이 질문은 너무도 많은 함의를 가졌으면서도 단순히 ‘꿈’ 이라는 한 음절로 단순화 시켜버린 통에 올바른 답지를 고를 가능성을 거의 원천봉쇄 한다. 이루고자 하는 사상적, 신념적 성취인지, 장래희망인지, 직업인지, 경제적 수준인지, 아니라면 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어떤 초월적인 바람인지(미스코리아 들이 늘 외치곤 하던 ‘세계평화’ 같은) 의미를 헤아릴 수 없는 질문 앞에 선 우리는 말을 잃는다.    

  

 간단한 질문으로 한 인간의 깊이를 헤아려보고자 하는 얄팍한 술수 앞에 침묵한 청춘들에게 돌아오는 말은 역시나 간단하다. “자네는 패기가 없군”, “젊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이 없어서야”. 물론 조금 다른 버전도 존재한다. “아프니까 청춘이에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됩니다”, “아직 못 찾았나 보네요. 그럼 제 책을 보실래요? 이걸 보시면 꿈을 찾는 방법이 나와 있어요”.     


 글쎄다. 꿈이 무엇인지 대답할 것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의 대답에는 관심이 없는 기성세대가 해줄 수 있는 건, 솔직히 난 너희들에게 관심없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가 아닐까. 끝없는 인정투쟁의 지옥에 내몰린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걸 보면서 흐뭇해하며 한 손에는 알량한 위로를 한 손엔 책을 내미는 그들의 표정은 사실 상당히 역겹거든.      


(by TEAM "PLAN S", 글: 서은호 / 그림: 한섬)

<새벽 두시 전화벨> 9화 - 답정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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