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start up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한나무 Jan 04. 2022

우린 모두

<Restart up>#8

© j_wozy, 출처 Unsplash



2022년, 올해 43세, 1980년생


왜 그럴까? 왜 그런 것일까? 난 아직 20대 후반 같은 느낌이다.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진심으로 그렇게 여겨지다 보니 나뿐만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세월이 붙은 배와 조금 비어 보이는 머리카락을 보면서도 아직은 주름이 덜 잡힌 동안 얼굴과 순 간 한 번 크게 뜬 눈은 더더욱 나를 어리게 만든다. 물론 그때의 모자란 성숙함과 인성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청주에 머물고 있는 엄마를 보러 최근 두어 달간에 1~2주에 한 번꼴로 다녀왔다. 나는 엄마와 19살의 나이 차를 두고 있다. 거의 18년 가까이 청주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엄마가 그곳에 터를 잡기 시작하기까지와 그 이후의 삶이 평탄치 않았음은 설명하기엔 너무 길다. 내가 그걸 그나마 알고 느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꽤 오래 오지와 같은 시골 마을에 거의 쓰러질 것 같은 집에 머무셨다. 당신 자신과 자식들을 생각함과 함께 사는 바깥양반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지런함의 여장부 스타일 엄마는 참 많이 바쁘게 살았다. 밭일, 장터 물건 판매, 테마마을 사무장 등 청주에 머물기 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생짜배기 일들을 해내며 살았다. 그래서 그렇잖아도 쓰러져 가는 집에 깔끔할 수가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았다. 그런 엄마가 약 1개월 반 전부터 청주 시내로 나왔고, 깨끗한 집에 머물기 시작했다. 40세가 넘은 큰아들 나는, 딱히 그 과정에 엄마에게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발품으로 때웠다. 바쁜 엄마 대신 집을 알아보고, 당근거래를 최대한 활용해 집안 물건들을 채워 넣고, 뭔가 부족한 집의 이곳저곳을 수리했다. 인테리어업을 하다 보니 보이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설날은 아니지만 성탄절도 함께하지 못해 연말연시, 새해 첫날을 함께 하기 위해 내려갔고 새해 첫해를 함께 보았으며 떡국을 끓여 함께 먹었다. 바쁜 일상에 외로울 틈도 없을 엄마지만 그래도 뭔가 북적댈 수 있는 특별한 날에는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았다. 문득이 아닌 순간에 깊이 보았다. 나와 19살 차이의 엄마, 이제야 환갑을 맞은 엄마, 아직 젊다고 내가 믿고 싶은 엄마의 피부가 여기저기 울긋불긋하고 힘이 없음을 보았다. 지금도 당장 해드린다 말 못 드리고 있어서 부실한 치아에 틀니를 만지는 아랫입술의 움직임을 보았다. 새벽 일찍 잠에서 깬 엄마가 옅은 신음 소리를 내며 누운 채로 다리 운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 일어나자마자 장터에 내다 팔 도라지를 벗기고 계심을 보았다. 


그리고 들었다. 엄마가 넌지시 말했다. 그냥 당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는 들었다. 요즘 자주 깜빡 깜박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무겁게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말했다. 좋은 영양제 사드릴 테니 꼭 드시라고, 지금 먹고 있는 거 대신 꼭 이거 드시라고, 그래도 혹시 안 좋아지면, 자주 반복되면 병원 가보자고...


그게 다였다. 


늘 엄마를 뒤로하고 집을 향해 출발할 때면 마음 한켠이 아린다. 


난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이 그리 멀지 않았다 여기지만 지금 나는 이 아려버린 마음과 상황을 오롯이 감당해 내야 함이 참 많이 서글프다. 그러다 드는 생각을 적어본다. 


우린 모두 열심히 산다. 

우린 모두 행복하고 싶다. 

우린 모두 아픈 마음이 있다. 

우린 모두 외롭다. 

우린 모두 같다.    


창업과 성공에 대한 도전 스토리 시즌 2의 글에서 뜬금없는 글을 적는다. 지난 한 달여 동안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나의 기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