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 서비스가 불법 독점(illegal monopoly)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실 겁니다.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은 알겠지만, 불법 독점이라니? 검색 품질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쓰는 거 아냐? 그게 왜 문제지?'라고요.
테크업계 뉴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시는 분들은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다수의 소송 및 규제를 하는 것을 떠올리며 '유럽에는 빅테크 기업이 없으니 자국 보호 차원에서 미국 기업 때리기를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미국 연방법원(federal court)에서 나왔습니다. 미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수년에 걸친 재판 끝에 1심 결과가 나온 것이죠. 다수의 미국 언론들이 판결문을 기사에 첨부하였는데요, The Verge 기사에 링크된 판결문을 여기에 공유해 봅니다. (아래 documentcloud를 누르시면 됩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불법 독점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1) 규정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과 2) 해당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게 위해 의도적으로 경쟁 저하 등을 일으켰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는데요, 구글의 경우가 그렇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우선 법원은 검색(General Search) 서비스는 독자적인 시장으로 규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요, 구글은 2020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90%나 되고, 모바일 검색시장의 경우에는 95%나 된다고 확인했습니다. 또한, 2009년 구글 검색 점유율이 80%였던 것을 언급하며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법원은 구글이 반경쟁적인 방법으로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86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는 다수의 쟁점들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데요, 이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구글이 다수의 유통채널들과(distribution) 독점계약(exclusive agreement)를 체결했고, 이를 통해 경쟁을 제한했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애플과의 독점적 계약을 통해 애플의 브라우저인 '사파리'에 구글검색이 선탑재 되었는데요, 애플기기에서 발생하는 총검색의 65%나 사파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또한, 구글은 삼성을 포함한 핸드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구글 검색을 선탑재했는데(Mobile Application Distribution Agreements), 제조사들은 1) 구글 검색 위젯(widget)을 홈화면 중앙에 둬야 했고, 2) 구글의 브라우저인 크롬(Chrome)을 홈화면에 선탑재하고 구글 검색을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해야 했습니다.
구글은 통신사와도 수익배분계약(Revenue Share Agreements)을 맺었는데요, 통신사가 선탑재한 앱에서 구글을 기본값(default)으로 선정하고 거기서 발생한 검색으로 광고 수익이 나면 나누어주는 계약입니다. 법원은 이런 RSA 계약들은 위에서 언급한 MADA와 달리 강제성은 없지만,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고 실질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유통채널들과의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검색량은 어마어마한데요, 구글 검색 총량 중 구글-애플 계약을 통한 검색량이 28%, 단말기 제조사 및 통신사들과의 계약을 통한 검색량이 19.4%, 그리고 파이어폭스 (Firefox)와 같은 작은 유통 파트너들을 통한 검색량이 2.3%로 약 50%의 검색량이 실질적인 독점 계약을 통해 발생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위의 검색량과 별도로 유저가 다운받은 크롬(Chrome) 브라우저에서 발생하는 검색량이 20%인데요, 판결문에는 결국 '구글 검색을 기본값'으로 설정하지 않은 검색량은 30%에 불과하다고 명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구글이 이렇게 반경쟁적으로 검색량을 확보했고, 1) 더 많은 유저 데이터는 검색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2) 좋은 품질은 더 많은 유저와 더 좋은 수익방안들을 만들어내며, 3) 더 많은 유저와 좋은 수익방안들은 더 많은 광고주들을 불러들이고, 4) 더 많은 광고주들은 (경매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시키고, 5) 더 많은 수익을 (독점적) 유통채널들에게 지급하는 선순환적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구글을 불법 독점 기업으로 판결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 참고로 법원은 구글이 검색시장뿐 아니라, 텍스트광고시장(search text advertising)에서도 독점이라고 인정했는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판결문 전문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검색의 원리, 검색시장, 검색광고시장, 독점의 개념 등이 아주 상세히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구글이 불법 독점이라는 판결이 나온 와중에 국내 테크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도 그러한지 궁금하신 분들도 많을텐데요, 사안이 달라 쉽게 얘기할 수는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큰 원칙인 1) 시장을 정의할 수 있는가, 2)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가, 3)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저하 등의 행위를 하였는가 관점에서 살펴보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documentcloud.org/documents/25032745-045110819896
P.S. 판결문에는 수년에 걸쳐 확인한 수 많은 팩트(Findings of Fact)들이 정리되어 있는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33쪽에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서비스 Bing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값(default)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마이크로스프트의 브라우저 엣지(Edge)를 사용하는 경우 Bing의 검색 점유율이 80%고, 구글은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구글의 품질이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Bing을 쓴다는 거죠. 반독점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유통을 장악한다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끼워팔기(Tying)가 경쟁을 얼마나 저해시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