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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미 Jun 09. 2024

일단 작가부터 되자.

어쩌다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보통은 어릴적 글을 쓰면서 작가의 자질을 깨달았다는데, 나도 아주 어릴적, 그러니까 한 초등학교 4학년때 쯤 끄적이던 만화책이 있었다. 작가라기 보다는 만화에 심취해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도 써서 지역 경연대회에서 3등 정도 했던 적도 있고...그러나 딱히 내가 작가가 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제와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지금도 내가 무슨 문단에 등단하고 뭐 그런 대단히 깊이 있는 작가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그럼 드라마 작가는 그렇게 되기가 쉬워서 개나소나 드라마 작가를 하겠다고 하는 거냐 싶을수도 있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개중 그나마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고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일하기 싫어서 그럴듯한 핑계거리도 필요했다. 그러면서 소설이나 시나리오 구상을 한답시고(사실은 지나간 일들을 곱씹느라) 여행도 하며 유유자적 시간을 때웠다. 백수가 체질인지라 그렇게 놀면서도 하나도 불안하지 않았다. 당시엔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러다가 적당히 죽고 싶어지면 죽지 뭐, 했던 것 같다.하지만 이제 좀 슬슬 불안해 진다. 생각보단 더 오래 살 것 같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암환자라지만, 일단 0기인데다가(재발은 가능하지만 전이 가능성은 없다.) 술도 끊었고 새벽6시에 수영을 한다. 아무래도 오래 살고 싶은 건 확실한 것 같다. 근데 문제는 그동안 먹고 놀고 해야 하잖아. 일단 치과를 다시 하는 건 예전에 물건너 간 것 같고(급하면야 어떻게든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왕 시작한 '작가'로 먹고 살고 싶어졌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게 문제지만.


그래서 각잡고 정신차리고...쓰기 시작한 게 얼마 안된다. 새벽 수영을 규칙적으로 하고 나서 글도 규칙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겨우 1년을 조금 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양심은 갖다 버리고 이제 시작했다 치련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뭘 해서 결국 작가가 될 것인지에 대해 틈틈이 기록해 보려고 한다. 원래 이런 글은 아무도 안 읽는 블로그 같은데 쓰는데, 어차피 내 브런치 글도 아무도 안 읽는 것 같으니까. 


늘 철없고 허황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그러니 그냥 끝까지 허황되게 나가 보려한다. 괜히 현실적으로 살려고 했다가 망하느니 허황되게 살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영화워크샵에 가 보니 나보다 허황된 사람들이 많더라. 그냥 이렇게 살거면 진작에 허황되게 과감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나름 허황된 인생을 살긴 했지만 조금은 어정쩡 하긴 했다. 예를 들어 그 오빠한테 좋아한다고 말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 연극부를 나가 다른 연극부를 들어갔어야 했는데, 진작에 헤어졌어야 했는데 등등.


그래서 그 '확실히 허황되게 살아보기'를 시작해 본다. 우선 장편 드라마를 써서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여성향 컨텐츠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을 설립하는 것이다. 장편 드라마는 한 8개쯤 쓰는 것을 목표로 일단 하나를 썻고 이제 다음 것을 쓰려고 하고 있다. 웹드라마 용 원작 웹소설도 하나 쓰기 시작했다. 프로덕션은 이름을 적당히 정하고 도메인을 구입했다. 사업자등록도 하는 중이다.


이 이야기는 이제 막 프롤로그 단계에 있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아니면 또 갑자기 다른 일을 시작했다가 어느날 문득 이 글을 발견하고는 '내가 이런 짓도 했단 말이야?'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지금 할 일은 장편시리즈물과 웹소설을 최대한 빨리 완성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여성향 콘텐츠 제작사로써 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인데, 투자를 받으려면 생뚱맞은 '전직 치과의사, 사법고시 1차 합격자, 홈페이지 제작가, 웹소설 작가, 여행사 직원, 여행가이드북 작가, 영화워크샵 수료한 사람' 정도의 이도저도 아닌 명함으로는 안될것 같으니까 공모전 합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일단 올해는 시리즈물과 웹소설에 매진하고 올해가 다 지나도록 아무것도 안되면? 그럼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출사표 같은 거다. 그리고 중간에 잠시(?) 헤메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쓰기 시작한 나를 향한 또다른 채찍질이기도 하다. 정신 차리고 글을 쓰란 말이다! 에잇!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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