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무에타이를 배워봤다.
쉽사리 지겨움을 느끼는 사람답게, 무에타이를 배운지 고작 1주일 만에 버티기의 시간에 돌입했다. 평소 뭔가 꾸준히 하는 것을 잘 못하는지라, 재미를 붙이기 전까지는 먼저 하루, 그다음은 3일, 일주일, 한 달, 일 년 단위로 나 자신을 다독이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1주가 지났으니 이제 한 달… 을 버티자고 하려니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이 고작 4일밖에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일주일간 열심히 했다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동작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4일 더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다행인 것은 여기 브런치에 거창하게도 무에타이를 배우는 이야기를 써 왔다는 것이다. 처음 무에타이를 권했던 친구에게도 온갖 허풍을 떨고, 이곳에 먼저 계셨던 분에게도 민폐까지 끼쳐가며 이 도장을 찾아왔단 말이지. 결국 이렇게 나 자신을 믿지 못한 덕분에 오늘도 도장에 나갈 수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조금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밤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낮에는 지나치게 화창해 찌는 듯 더운 날이 계속되던 와중이었다. 오늘도 낮에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적당히 구름이 드리워져 평소보다는 훨씬 쾌적한 날씨였다. 무에타이에 집중하겠다며 아침수영을 빼먹고, 점심밥도 많이 먹었으며, 혹시라도 피로가 쌓일까 봐 낮잠도 잤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으나 막상 훈련이 시작하고, ‘푸시업 20개’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부터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여기까지 와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어서야 되겠냐고요.
그나마 내가 훈련을 하는 오후 4시 반은 주로 초보들의 시간이다. 고수들은 다들 선선한 저녁시간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랩 택시를 기다리며 훈련생들의 면면을 슬쩍 살펴본 결과 난 그냥 욕심내지 말고 계속 네시 반에 와야겠다 싶었다. 네시 반 수업의 참여자들도 물론 유동적이긴 하지만 대체로 초보자들이 주를 이루는데, 나와 주로 마주치는 사람들로는 중국어를 쓰는 두 아이와 두 여성분이 있다. 거기에 오늘따라 누가 봐도 무에타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소년까지 총 6명이서 세 명의 코치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굳이 엄하게 가르치지 않고, 약간은 놀이나 운동처럼 코치가 어르고 달랜다. 그 외에 성인 여성 셋과 이제 시작한 듯한 어린 소년 한 명은 아직 어설픈 동작이나마 나름 열심히 흉내를 내어 가며 훈련을 했다. 코치들은 휘청이는 우리의 어설픈 동작들을 일일이 잡아주며 쉴 새 없이 훈련을 시켰지만, 장난스러운 아이들의 훈련 모습을 보다 보니 자꾸 웃음이 터졌다. 나도 마음 단단히 먹고 훈련에 임했지만, 조금만 쉴라치면 나도 모르게 (살려고) 바닥에 드러눕게 되고, 그러다가 호출되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를 내며 일어나게 된다. 최대한 재빨리 일어나려고 하는데도, 온몸이 쑤신 나머지 뭉그적 대게 되고, 코치들은 그런 나를 구박하고 재촉하고, 주변에서 이걸 보는 사람들은 또 웃음이 터지고…
진정 무에타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늘 우리의 이 훈련을 본다면 이게 진정 최선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오늘 훈련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다들 한바탕 웃었고, 이 즐거움을 기억하며 또다시 훈련에 참여할 원동력을 얻었을 테니 내 기준으로는 최고의 하루였다. 힘들지만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즐거운 것이 내겐 제일 중요하니까. 계속하는 한, 거북이처럼 느리게 나아질지라도 어쨌든 실력이 늘기 밖에 더 하겠느냔 말이지.
그래도 이제 여기서 무에타이를 배울 수 있는 날도 고작 3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내일은 좀더 힘을 내 봐야겠다. 파이팅!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