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루 clou Jun 09. 2021

13화. 미지와의 조우.

드디어 그 분이 오셨다.

헐리우드의 명감독 '데이빗 핀처'의 스릴러 명작 <세븐>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7가지 죄악을 다룬다. 살인마 '존 도우'는 마침내 형사 '밀스'를 필요로 했으며, '밀스'로 인해 비로소 <세븐>이라는 영화는 화룡점정을 찍는다. 바꾸어 말하면, '밀스'가 없고 동료 형사 '서머셋'만 있었다면 플롯의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고, 나아가 스릴러 자체의 매력이 크게 떨어져 명작 반열에 오르진 못했을 거라고 감히 짐작한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하여 딱 절제된 표현으로 여기까지만. 완전 감상 추천!)

클루의 스릴러 명작 다섯손가락 <세븐>

클루의 본 챕터 <정치는 싫은데, 정치판이 재밌는 이유>도 어쩌면 처음 글감을 떠올릴 때부터 의도적으로 '그 분들'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13화부터 연재할 2부 또는 3부작은 '그 분'이 오셨기에 비로소 시작 그리고 완성될 수 있었다고 미리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본 챕터 <4화. 검찰개혁이 밥먹여주나.>에 달린 댓글 하나.

지난 주말 가족들과 오붓하게 식사를 하던 와중에 핸드폰 진동을 느꼈다. 글을 쓰지도 않았는데 이 시간에 <브런치> 알람 표시? 뭐지 하고 확인을 했는데, 위와 같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무엇보다 본 챕터에 처음 달린 소중한 댓글인데, 혹시나 마음 바꿔 지울까봐 얼른 캡처를 해두고 이렇게 사진 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개소리 그만하세요. 검찰개혁이 밥은 안먹여 줘도 당신의 후손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탐정놀이를 해봐야겠다. 누구일까. 

1. 검찰 관계자.

2. 국민의힘당 지지자.

3. 민주당 지지자.

4. 무당층 또는 지나가는 사람.


문장은 비장한 분위기 속에 어떤 결심과 의지가 보인다. 그러므로 의도가 분명하니, 4번 무당층이거나 지나가는 사람은 아닐테다. 또한 <4화. 검찰개혁이 밥먹여주나.>의 주제가 검찰개혁 자체를 욕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검찰 관계자일리도 없다. 물론 많은 검찰 관계자들이 지금의 검찰개혁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을거다. 그러니 더더욱 1번은 아닐거다. 그럼 남는건 결국 2번 아니면 3번인데. 흠.


나는 그 분이 누군지 모른다. 아기 사진을 당당히 프로필로 한 것을 봤을때, 어린 학생은 아닌것 같고 한 가정의 아빠 아니면 엄마겠구나 싶다. 그 분도 내가 '클루'라는 것 말고는 별로 알게 없는데 우린 이렇게 글로 만났다. 그래서 '미지'라는 표현도, '조우'라는 표현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동명 영화 제목이지만 알맞다고 생각한다. 

개소리 그만하라는 얘기는 클루가 좋아하는 라임을 맞춘 것 같아서 센스있다고 느껴진다. (실제 챕터 4화에서 도그소리 하지 말라는 얘기를 계속 했다.) 

문제는 거창하기 짝이 없는 다음 문장인데 "당신의 후손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라는 정도의 이야기는 일종의 거대담론이다. 아무데나 쉽게 미사여구로 갖다 쓸 문장은 아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혼동할 수 있는 것이 뭐냐면, 검찰개혁이 나의 후손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건지, 아니면 검찰개혁은 좀 껄쩍지근 하더라도 '그 분' 본인이, 혹은 지금 정부가 나의 후손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정작 내가 궁금한건 '그 분들'의 속성이다. 무엇이 그들을 키보드 워리어로 만드는 걸까.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도저히 못견디게 만드는 걸까. 안그래도 사는게 피곤한데 조국, 추미애, 박원순, 민주당,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등등을 언급하는 기사에 나타나 열을 올리는 건지. 아 그뿐만이 아니다. 모든 정치, 경제, 사회 관련 기사에 등장한다. 물론 아주 쥐똥만큼이라도 부정적인 뉘앙스가 들어가는 기사에만 열을 올린다.  

위정자들까지 하도 주문처럼 "검찰개혁이 국민의 염원, 국민의 염원" 찾길래 개소리하지 말라고, 지금 국민의 염원은 코로나 종식이라고, 마스크 벗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말했더니 오히려 그걸 개소리라고 하다니. 


이봐요, 댓글러. 당신이 말한 개소리는 저기 2번 3번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하는 소리니까, 그쪽에 대고 외쳐주시고 자신이 마치 정의의 사도인것 마냥 아무 글에나 가서 글 싸지르지 마세요. 앞 뒤 문맥도 좀 파악하거나 행간의 의미를 잘 찾아보시든가. 그저 특정 단어만 보면 눈이 시뻘개져서 무작정 달려들지 말고. 그것도 아니면 판을 깔아주던가요. 클루를 당신 논리로 굴복시킬 수 있으면 기꺼이 당신 편이 되어 드리리다. 지금 나 조차도 잘사는 세상이 아닌것 같은데 어떻게 나의 후손들까지 잘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건지 그 거창한 계획이 몹시나 궁금하니까. 


아, 온 김에 적어도 14화까지는 읽고 가세요. 14화가 더 재밌을거거든요.(속닥속닥) 

매거진의 이전글 12화. 조국과 균형감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