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감 Aug 17. 2021

게임을 걸친 유쾌한 질문들 <프리가이> 리뷰

[어땠어요?] 게임을 걸친 유쾌한 질문들 <프리가이> 리뷰


<데드풀>을 통해 믿고 보는 코믹액션배우 이미지를 굳힌 라이언 레이놀즈의 신작이 8월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레이놀즈 출연에 좀 가려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와 <리얼 스틸> 감독, 잔뼈 굵은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숀 네비가 감독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픈월드 게임의 npc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 가이>를 보고 왔습니다.


'프리 시티'라는 온라인 오픈월드 게임에서 매일 강도를 당하는 은행원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분)은 가혹한 운명에 비해 아주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매일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들리는 프리 시티는 이래 봬도 가이의 삶의 터전이죠. 그러던 어느 날 가이는 몰로포프 걸(조디 코머 분)이라는 아이디의 유저를 만나게 되고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꿈꾸던 가이는 어느날 유저들만 끼고다니는 썬글라스를 우연히 줍고 전에 본 적 없던 프리 시티에 접속하게 됩니다.


<프리 가이>를 볼 때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역시 게임이라는 소재의 활용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픽셀>과같이 게임 자체를 다루는 작품이나 게임의 스타일을 따온 작품은 종종 존재했지만 <프리 가이>의 특장점은 바로 트렌디함과 디테일에 있습니다. 영화 안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록 스타 게임즈의 <gta> 시리즈나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일찍이 온라인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가져온 느낌이 아니라 아주 작은 연출들부터 이야기의 구성, 메세지까지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킥킥거리며 공감할 구석들이 많습니다.


사실 게임과 영화라는 매체를 잘 섞어 전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유저가 직접 컨트롤하며 몰입하는 매체기 때문에 영화와 게임이 서로의 장점을 가져오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프리 가이>는 아주 똑똑하게 게임의 스타일를 빌려 쓰는 선택을 했습니다. 자칫 게임이 가진 화려함에 유혹을 느끼고 영화적인 이야기와 구조를 뒤로 미루는 선택을 했다면 이렇게 깔끔하게 떨어지는 작품이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오픈 월드와 플레이어, 퀘스트를 주거나 엑스트라 역할을 하는 npc, 가상현실과 공간이동 등 영화는 철저하게 게임이 가지고 있는 외투만을 빌려 가져와 자신이 만든 영화에 멋들어지게 걸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듯 작품은 영화가 가진 본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프리 가이>에 대한 평들을 보면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이자 피터 위어, 짐 캐리의 대표작 <트루먼 쇼>가 자주 언급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뭇 많이 달라 보이는 두 작품을 많은 이들이 같이 떠올렸다는 건 그만큼 <프리 가이>가 던지는 질문이 가볍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주 거칠게 줄여보면, <프리 가이>가 던지는 질문은 만만한 질문들이 아닙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가상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스스로 무언갈 결정할 때 그 존재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해야 되는가?'라는 질문들은 보통 아주 무거운 sf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메세지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랙 미러>나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시리즈를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프리 가이>가 앞선 작품들 만큼이나 저 무거운 질문을 깊이 있게 다루었냐는 물음엔 대답하기 좀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러나 예술이 가지는 메세지들은 되도록 다양하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뻔한 말에는 망설임 없이 동의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저 질문을 가장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트루먼의 아침 인사처럼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 나와 같은 공간의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