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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Nov 06. 2023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리어왕, 셰익스피어

아는 후배가 회사를 그만두고 약 1년의 일정으로 중남미 여행을 떠날 거라고 한다.


그동안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 온 걸 아는 터라 좋은 마음으로 축하와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축하한다고 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외국계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유형의 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충실히, 열심히 해 왔으리라 짐작한다.


회사에 질리고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어릴 때부터의 꿈을 찾아 떠나보려고 한다고 했다. 여행블로거, 여행작가라는 꿈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그래서 흔치 않은 중남미에 가서 일 년 동안 여행하고 여행작가로서 도전해 보고 싶다고. 응원해 주고 싶다. 40 초반에 새롭게 도전하는 그 긍정의 힘과 에너지를...


적성이란 무엇일까? 타고난 재능일까, 아님 살다 보니 좋아하고 잘하게 된 그 무엇일까?

타고난 기질이란 게 분명 존재하는 건, 맞는 것 같다. 회사에서 일해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일이 많으면 힘들어하고 어떤 사람은 일이 적으면 힘들어한다. 진짜다. 이런 사람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일을 만들어 낸다. 뭔가 하고 있어야 성취감을 느끼는 타입이라고 할까. 일없이 놀면 불안해하는 사람 의외로 많다.


어떤 사람은 회의를 통해서 자주 소통하고 서로 명확하게 의견조율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회의보다는 메일이나 개인적인 소통 그것도 문자나 채팅을 선호한다.


어떤 사람은 명확하고 똑 부러지게 내려오는 지시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대략적인 방향성만 주어지고 알아서 주도적으로 하는 일을 선호한다.


어떤 관리자는 단계단계 점검하고 피드백주고 다시 점검하고 피드백 주면서 일을 진행시키는 걸 선호하고 어떤 관리자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믿고 대략적인 진행사항만 보고 받고 기다려 주는 타입도 있다.




우리는 회사에서 다종 다양한 일들 쳐내면서 살아간다. 명확하고 빠르게 쳐내야 하는 일도 있고, 더듬더듬 답을 찾아가면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도 있다. 분명한 경우도 있고 모호한 경우도 있다. 아는 경우도 있지만 모르는 경우도 있다.


불행히도 우리는 우리에게 던져지는 모든 경우의 수에 맞는 다양한 일처리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겐 쉬운 일이 어떤 사람에겐 어렵고 어떤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 어떤 사람에겐 쉽다.


직장생활에 어떤 정답이 있을까? 어떤 상황에 어떤 성격의 문제를 해결하냐에 따라 능력과 적성, 일머리가 바뀐다. 부서 마다도 일처리 스타일과 조직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직장생활에 "잘한다"라고 할 정해진 답은 없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고 해결하고 소통하는지 조차도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니 남들은 더 모른다. 이래서 직장생활이 눈치코치로 쉽지 않다. 대개 그냥 자신의 스타일로 퉁쳐서 세상과 타인, 동료를 바라본다. 자기하고 안 맞으면 "잰, 왜 저래."하기 쉽다. 그 사람 눈엔 당신도 똑같다.


그녀는 무엇에 지쳤을까? 어느 대목에서 번아웃이 왔을까? 대한민국 직장인의 대열에서 용감하게 이탈하고 중남미로 떠나는 후배에게 진심의 박수를 보낸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과 작업이 되기를...



(그림 : 잔디, 1973, 장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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