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계속 우울함에 대해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겪고 있는 육아 우울증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약물치료를 받기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따른 지 1년이 넘어간다. 그리고 내가 한 가장 잘 한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육아우울증을 겪으며, 상담치료도 받았지만 그때뿐이었고, 상담이 종료된 후 다시 우울증이 심해졌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니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괴로워 집 근처 정신의학과를 방문했고 항우울증 약을 처방받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내 자체에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 둘을 키우면서 겪는 일시적인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커가면서 해결될 것이라 말해주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약을 처방받고 가끔씩 정말 욱! 하는 순간이 올 때 먹는 응급약도 같이 처방받아서 가끔씩 욱! 하는 상황이 오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큰소리를 아예 안 낸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약물 치료를 받기 전에 비교한다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지난 3개월 정도, 우리 가족에게 정말 많은 일이 생겼다. 지금 우리 가족은 폴란드에서 살고 있다. 남편의 주재원 결정, 남편이 먼저 출국함으로써 생긴 아빠의 부재, 2개월간의 독박 육아, 그리고 12시간의 비행과 시차 적응, 그리고 첫째가 아직 유치원에 입학을 하지 않았기에 2주 이상 이어지고 있는 두 아이의 가정보육. 이 모두 사실 견뎌내기에 쉽지 않은 챌린지이지만 처방받은 약을 매일 먹으며 하루하루 내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유럽은 벌써 겨울이다.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유럽살이는 처음이지만 무채색의 유럽의 겨울은 일반인도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단조롭고 자극이 덜 한 새로운 환경이 나의 육아우울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1년 사이에 부쩍 자랐다. 둘이 싸우기도 잘 하지만 잘 놀기도 잘한다. 둘째의 등장으로 아기가 되었던 첫째는 지금도 가끔씩 아기처럼 행동할 때가 있지만 의젓한 오빠가 되어서 동생에게 말도 가르치고, 색종이도 접어주고, 동생을 살뜰하게 챙긴다. 둘째는 엄마보다 오빠가 좋다며 오빠 따라쟁이가 되어서 하루종일 오빠만 따라다닌다. 그 덕분에 나는 24/7 육아 중에 잠시나마 숨 쉴 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혹시나 육아우울증을 겪고 있는 어느 육아 동지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게 꼭 나쁘지는 않아요. 저도 봄이 오고 아이들이 더 크면 투약을 중지해야겠지만, 정말 힘이 든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지금 겪고 있는 힘듦보다는 조금 나아질 거예요. 엄마의 마음을 아이들은 정말 민감하게 알아차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