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Apr 01. 2024

나를 재구성하는 글쓰기


다시금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동안 블로그에 주간 일기를 써왔었는데, 그 주제가 하기로 다짐했으나 못한 일 그래서 이제 해야 하는 일의 무한 반복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음이 멀어졌었다. 나를 통과해 간 내밀한 일에 대해서는 결국 블로그에 쓸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 


나를 스쳐간 생각을 전시해 둔 게 마음에 걸려 주기적으로 그래왔듯 한동안의 일기를 모두 비공개로 돌렸다. 가끔 내 블로그에 들러 댓글을 달아주시는 이웃 분들에게 신의를 저버린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얼굴은 모르지만 글에서 글로 전해졌던 따뜻함이 종종 생각나기도 한다. 


블로그에 일기 쓰던 일을 그만두면서 올해는 다시 종이 일기장을 마련해 마음을 정리해야 할 때면 펜으로 눌러 쓴다. 더 솔직하게 쓸 수 있다는 건 분명하고, 그래서 좋기도 하다. 하지만 학창 시절부터 쌓아온 일기장을 어느 날 전부 분리수거함에 넣었듯, 이 공책도 역할을 다하면 떠나보낼 것이다. 


아무튼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어진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도 싶다. 서로에 대해 글 이상에 대해 묻지 않고, 그럼에도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응원하고 긍정해주며, 어떤 이유로든 떠나고 싶을 땐 훌훌 떠나도 선택을 존중해주는 느슨한 공동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홀로 수첩에 적는 일기가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그토록 도움이 되는데도 나의 생각의 일면은 그래도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 가장 크게는 존재의 불안을 조금 잠재워보려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나는 내가 성취하여 세상에 꺼내어 놓는 것들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는 시간에도 내 일상이라는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가끔 환산 가능한 지표만 보며 나와 타인을 재단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누군가 나의 구원이 될 수 있다거나 내가 누군가의 구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할 때, 혹은 누군가 별 생각 없이 했을 말을 곱씹고 또 곱씹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나'라는 것이 얼마나 개념적으로 취약한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혼자 쓰는 일기는 그런 순간을 발견하게 해준다. 하지만 타인과 공유하기 위한 구조적인 글쓰기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나를 얼마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나를 세우기 위해 타인의 시선과 얼마 간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건 불편한 진실처럼 느껴지지만, 따뜻함을 주고 받는 글쓰기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