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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May 13. 2024

거절은 어려워


거절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괴롭다. 괴로워하다보면 잘까지는 아니어도 되니 일단 어떻게든 의도가 닿게 하고 여기서 탈출하자는 마음이 들고 그때쯤되어 기진맥진한 상태로 상황에서 탈출하곤 한다. 상대방의 표정을 처리하며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대개 일차로는 문자나 이메일 등을 매개한다. 거절의 과정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많은 경우 선택의 결과를 나도 가름할 수 없고 그래서 처음부터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못한 것이 있다. 처음에 두루뭉술하게 말하거나, 혹은 할 수 있다고 얘기해버린 경우 추후 거절을 하는 상황이 더 불편해져버린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곱씹어보아야만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내 마음이 비로소 확실해지는 경우도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서면 최대한 빨리 말해야지 다짐하고, 그 생각을 하느라 밤새 잠을 못 이룬다. 아침이 밝자마자 새벽에 정리해둔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고쳐서 보낼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송 버튼을 누른다. 그때쯤 되면 언젠가 말했어야 했을 것을 말한 후련함도 들고, 잠을 제대로 못잔 피로, 이런 나에 대한 피로감 등 감정들이 몰려둔다. 돌아올 시차를 견디지 못해 밖으로 뛰쳐 나간다. 혹은 나를 삼인칭의 시선으로 보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쓴다. 괜찮다 괜찮다, 이야기한다. 경우에 따라 그나마 괜찮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는 많은 경우 시간이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고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내가 고민한 이유와 시간에 대해서도 잘 알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는 상대방을 한 눈에 사로잡는 치명적인 매력으로보다는 꾸준함과 일관성으로 더 잘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난 대개 시간이 나의 편이라 믿었다. 또한 반대로 시간만이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오해가 생긴다면 나는 해명하고 싶은 만큼 해명하고, 여남은 부분에 대해선 감수하기로 한다. 세상엔 아주 다양한 부류로 분류되는 유형이 있고 그 중 어디로 나를 생각하건, 난 나에게 최선을 결정을 내린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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