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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May 19. 2024

안부를 묻는다는 것

만남이 많은 한 주였다. 안부를 묻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묻는 안부는 집요하게 나의 성취를 캐묻는 것 같아 불편하다. 오히려 분명하고 그럴듯한 명분으로 나의 상황을 묻는다면 나는 기꺼이 내 과정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비교를 목적으로 친근함을 가장할 때 나는 배덕감을 느낀다.


내가 묻는 안부가 상대에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망설인다. 서로의 근황을 궁금해해도 괜찮은 사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주기적으로 리셋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나는 도무지 나 같지 않고, 그런 내가 가끔씩 사람들의 기억에서 기억으로 현재한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의 안부를 궁금해하거나 묻는 나에게도 배덕감을 느낀다.


나에게 가장 편한 사람들은 이미 나의 일상에 자리하기 때문에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다. 우린 즉각적으로 즐거움과 걱정을 공유하고 축하하거나 위로한다. 한 번 그런 사이가 되면 나중에 조금 더 편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안부를 묻게 된다는 건 내게 결국, 우리가 그토록 친밀했던 시절은 이제 없으며 그런 방식으로 대개의 인연이 시절인연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누구의 잘못도 없이.


내가 원하는 건 시절이 지나도 안부를 물을 필요 없이 늘 곁에 있어주는 인연이다. 안부를 물어도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내가 쓰는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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