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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수씨 홍시아빠 Jan 10. 2018

너무 차근차근 하지 말자

함수씨일기 (2018.01.09)

2회차 수업을 마쳤다.

지난시간이 오리엔테이션이었다면, 오늘은 기초.

육상꿈나무의 훈련으로 치면 지난시간이 운동장 돌기였다면, 오늘은 20미터 왕복 달리기 같은거였다.


음 이 비유는 적절치 않겠다.

나는 수영을 못해서 수영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선생님이 별다른 시행착오의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수영법으로 과정을 넘어가고

그렇다고 쳐지는 학생들을 일일히 봐주고 기다려줄 여건이 안되기도 해서 바로바로 넘어가고

나는 물을 꿀떡꿀떡 먹으면서 겨우 따라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음 이 비유는 괜찮다)


나이가 들어서 어려운가.

내가 원체 이런 쪼이는 느낌의 수업을 힘들어 하기도 하지 이러면서 자책!

어느덧 시간이 지나서 내리막길을 걸어내려오다가 허허허 웃음이 터지고 만다.


이 수업의 선생님은 상당한 실력자다. 대충 강사수준이 아니라 현역 프로급인 사람인지라

세심하고 다정한 선생님의 캐릭터가 아니다. 명석하고 또렷하게 보여주고 피드백도 훌륭하다

그러니 학생의 입장으로는 잘 따라가고,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케미포인트가 된다.

어릴적엔 아마 이런상황이면 실증내거나 포기했을텐데, 이제는 기회로 느껴진다.

과제도 어렵고, 연습도 해야한다. 내 개인작업은 내가 10년이나 미루어온 내 이야기책의 내용이기도 한데

공들여서 뭐 할것도 없이 쳐내면서 준비를 해야한다.


집에오자마자 기절했다.

목 뒤가 뻣뻣해서 온수로 등짝을 지져대면서 잠깨고 보니 새벽 2시.


늘 느리고, 돌아가고, 타이밍 일부러 피해가면서 천천히 홀로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행착오하기 좋아하는 나는 늘 관심있는 것이 생기면 재료를 많이 준비한다.

그리고 홀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일상으로 정착되거나. 쓰레기를 쌓고 살아왔었다.


생각해보니 늘 등떠밀려가며 마음 조여가며 황급하게 뭔가를 했어야 되는 상황에 늘 뭔가를 했다.

입시가 그랬고, 군대가 그랬고, 일들도 그랬고, 늘 공들여서 뭔가를 쌓기보다는 뭔가를 했던것들이 쌓인것이 경험이 됐다.


그래서 이 쪼들리는 마음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설프고 준비 안되고 도구도없어도 그냥 있는대로 해보자.

너무 차근차근 하지말자. 돌다리 두들기지말고 그냥 건너보자.

진짜 돌다리면 몰라도. 배움이란 것은 한방에 되는게 아니다.


학습은 학생이 스스로 만드는 진주만들기의 과정이고

교육은 학생에게 주어진 돌맹이 같은것이다. 그걸로 뭘 할수있는지를 알 수 있는 정보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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