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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수씨 홍시아빠 Dec 19. 2018

핀란드, 바이시클

핀란드, 바이시클

핀란드에는 나의 가장 오랜 친구가 살고 있다.

나의 10년 지기 친구는 핀란드에서 10년을 지내며 나와 20년 지기가 되었고,

나는 이번 여름의 여행까지 8년 동안 3번 핀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내 친구도 한국에 가끔 와서 평균 1.7년에 한 번 정도 만나긴 했다.


처음엔 한 달, 그다음에도 한 달, 이번에는 보름 가까이

프로 집돌이인 내가 북유럽의 낯선 곳에 맘먹고 가는 이유는 오로지 친구 보러 가는 것이다.

어찌 보면 스토커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내 성격의 문제기도 하다.

뭐든 처음에는 느리고, 부정적이고 불만이 많다가도 내 삶이다- 받아들이면 파고들고 버리질 않는 성격.

나는 미련 많고, 애착 넘치는 피곤한 성격이다.

덕분에 방에는 초등학교 때의 편지부터, 20년 넘은 물건들도 수두룩하다. 취미들도 대충 못한다.

사람도 쉽게 사귀지를 못하는데, 나와 너무나 다른 이 친구는 특별한 예외가 된 인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각자의 삶으로 구름처럼 흩어질 시기

대학도, 군대도 늦깎이로 다녀온 내게 20대 후반은 복잡하고 분주한 시간이었다.

직장 생활하면서, 연애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면서 즐겁게 살았다.

그리고, 내 친구도 자신의 하늘을 찾아 먼 핀란드로 취업길을 떠났었다.

친구는 꽤나 고독하고 힘든 시간을 홀로 견디고 있었다.

종종 연락하면 친구는 힘들었고, 나는 정신없이 즐겁기만 했다.

핀란드로 놀러 오면 같이 자전거 타고 여행하자.라는 이야기는 매년 반복되었지만

나는 내 삶에서 여유 없이 살고 있었고,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의 여행은 엄두가 나지도 않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조금씩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구는 결혼을 했고, 나는 여전히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지내고 있었다.

솔직히 이러다가 이 친구랑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을 했었다.

늘 같이 다니던 20대 시절이 한참 지나가니 연락은 하고 지내도 안부 이외의 내용은 어색함이 더 많았기에.


친구는 늘 말버릇처럼 핀란드로 놀러 오라고 권유하곤 했다.

'사람 속도 모르고.. 거기 가는데 돈이 얼만데.' 생각하며 '나중에'로 대답하던 이야기였는데, 놈이 떠난 지

3년째 되던 해에 덴마크에서 하는 행사에 내 친구의 형제 커플들이 모이게 될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친구 몇 명도 함께 모여보자! 란 여행이 갑자기 만들어졌다.


친구와 나만 있는 여행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섞이니 물살에 등 떠밀리듯 나의 첫 핀란드 여행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뭐 이참에 친구랑 옛 추억 만들듯  놀다 와야지 하면서 준비했던 첫 번째 핀란드.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까지.


이 기록은 신나는 여행 이야기는 아니다.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는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둘도 없는 내 친구에게 언젠가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편지라고 하고 싶다.


2018년. 12월 함수씨.




핀란드 여행때 기록했던 스케치북, 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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