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의 잡생각
출근시간대가 늦은 디자인 사무실
퇴근시간도 늦는 편이다. 야근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퇴근시간대를 조금 벗어난 7시 반 즈음.
버스도 전철도 꽤나 여유가 생긴다.
집에 도착하면 8시, 9시 언저리가 된다.
저녁을 먹지 않았다면, 종일 기다렸던 강아지와 쉬야 산책이나 놀이를 하고
간단하게 방청소와 옷 정리를 하고 씻고 앉는다.
이미 밤 10시. 11시다.
이후의 시간에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정말이지 매일 하기는 버거운 일정인 것이다.
운동도 해야 하고,
취미도 하고 싶고,
연애는 쉬고 있고,
뭔가 잘해야 할 것만 같은 것들이 산더미인데
그걸 밤 11시부터 집중해서 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표에 파고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늘 고개를 끄덕이는 맞는 말임은 알고 있지만.
일단
컴터키고 의자에 누워버린다.
뉴스도 보고, 유트부도 보고,
와인 한잔을 가져다가 홀짝 거리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서 들으면서
가만히 있게 된다.
반나절 이상을 뭔가를 위해 움직였으니
이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쉬고 싶은 거다.
취침만이 휴식은 아니기에.
회사를 3년째 다니니 평일의 이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곤 한다.
뭘 해도 1만 시간을 보내면 자신의 삶에 배울 것이 된다고 하는데
퇴근 후의 이 시간들을 합치면 1만 시간은 넘지 않았을까.
하루에 한 시간씩 3년을 매일 같은 시간 운동하면 건강해질 테고
영어공부를 한 시간씩 3년을 매일 같은 시간 했다면 늘었을지도.
그러면 퇴근 후 잠들기까지
나의 시간, 3년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배운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열심히 생각해봤자. 쌓아온 것이 없는 것을 알기에 괜히 마음이 울적하다
제길. 기껏 쉬는 시간에 이런 망상만 늘었나 몰라.
.
꼭 이러다가 잠들거나
새벽 1시쯤 되면 벌떡 일어나서 뭔가를 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꼭 뭔가를 하고 졸다가 잠이 드는데
그렇게 3년 한 것들이 또 지금의 즐거운 취미이기도 하다.
참 이 게으름의 아이러니는
종잡을 수가 없다.
다들 퇴근 후 어떻게 보내려나.
밤 10 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