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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an 18. 2018

하코다테 밤거리를 걷다

홋카이도 여행 에세이




하코다테 밤거리를 걷다



  그렇게 무거운 짐을 꾸리진 않았다. 기내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21인치 여행 가방 속에는 내가 입을 옷과 몇 가지 세면도구 그리고 아내가 챙겨준 방한용품들이 들어 있다. 최근 일본을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여행 가방에 넣는 선물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본에서 살 수 있는 건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좀 비싸긴 하지만 …

4층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새벽에 공항으로, 공항에서 일본으로 다시 하코다테로 오는 장시간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신발을 벗고 잠시 쉬기로 했다. 돌아다니기 좋은 상태로 여행 가방을 정리하고 넓은 방에서 쭉 뻗어 누워보기도 했다. 순간 방심했더니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내 모습을 알아차린다. 그만큼 하코다테로 오는 길이 결고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마침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코다테 밤거리를 걸어볼 생각을 했다. 숙소 바로 밑에 맛있는 편의점이 있지만 오늘 저녁은 따뜻한 공간에서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어쩌면 흥미로운 밤의 거리를 만날 수 있기에, 추워도 카메라를 챙긴다. 두터운 양말로 갈아 신고 다시 워커화를 신는다. 홋카이도로 오기 전에 아내가 사준 따뜻한 아우터는 내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던 가장 좋은 아이템이었다. 나가볼까?












오후 6시의 풍경, 밤이라고 말하는 게 차라리 나을까? 춥고 적막한 길을 걷고 있다. 하코다테는 한때 홋카이도에서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갖고 있던 도시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개발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 본토로 몰리면서 이곳도 서서히 인구가 줄어들어가는 오래된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트램은 그 옛날에는 1번부터 5번까지 활발하게 도시 중심을 지나다녔지만 현재는 2번과 5번만 운행 중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시내로 향하는 버스가 많았는데, 그 버스가 점차 줄어들다가 마을버스로 대체되는 것과 비슷한 걸까? 한국에는 트램이 없기 때문에 해외를 나가서 트램을 만나면 그저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다.



기대하고 왔지만, 하코다테의 밤거리는 생각보다 즐겁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거리에는 눈과 조명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여라도 불이 켜져 있는 상가들이 있으면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지만 역시 이미 문을 닫은 상태. 겨울 홋카이도의 하루는 짧아도 너무 짧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근처 식당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추위와 배고픔은 매우 참기 힘든 고통이다.



항구로 향하면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코다테에서 유명한 붉은 벽돌 창고(카네모리 아카렌가)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어둡고 사람 없던 기존의 거리와 다르게 이곳은 사람도 적당했고, 조명도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밤에 이곳에 모여드는 모양이다.



내가 해외에서 카페를 가는 경우는 딱 한 가지다.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 찾는 곳이 바로 저 카페인데, 아마 내일쯤은 저기에서 쉬고 있지 않을까? 프라하에 갔을 때도, 호주에 갔을 때도 좀 힘들다 싶을 때 저 카페가 보인다. 아니면 정말 명당자리에는 다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이곳 카네모리 아카렌가에서 관찰되기 시작한다. 이 사람들도 나처럼 배가 고픈 걸까?



결국 나는 택시 너머, 저 집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붉은 벽돌 창고군(카네모리 아카렌가)

옛 창고를 개조해서 매우 다양한 상점가들이 탄생했다. 먹거리를 비롯해서 액세서리나 패션 그리고 쇼핑까지. 하코다테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항구도시답게 바다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하코다테 곳곳에서 무역을 활발하게 했던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나 가게들이 많이 남아있다. 소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코다테는 즐거운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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