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단계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이기도 하고 대외적으로는 프리랜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임할 때 촬영 비용이나 견적은 그 값을 제시하는 나에게 자유도가 부여된다. 한마디로 내가 받고 싶은 금액을 적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하면 되는데, 그 수준을 어떤 기준으로 잡아야 할지가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초기에 겪었던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폭이 너무도 넓었다. 월급이 정해져 있지 않듯이 이 시장도 그러한데, 누군가는 10만 원에 촬영을 하기도 하고 내가 아는 어떤 작가님께서는 프로젝트 하나당 몇 백만 원의 견적이 나가기도 한다. 일을 얼마나 했는지 그리고 명성이나 결과물 등을 대조하며 촬영 비용이 결정되겠지만 본질은 내가 받고 싶은 금액을 견적서에 표현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견적에 숫자로 들어간 비용이 납득이 돼야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이 맺어진다.
언제 기회가 되면 내 견적이 어째서 이런 비용으로 산출되는지 건축학개론 게시판에 적어보고 싶었다.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촬영 후에는 무엇이 남았는지 알아야지만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과 결과물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있다. 흔히 싸면 싼 이유가 있고,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리고 가성비가 좋다고 말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세상 모든 물건과 서비스는 그렇게 평가가 되어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나의 경우 상업적으로 건축 이외의 사진을 촬영을 하지 않는다. 오직 건축물만 촬영하며, 온 신경은 건축물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집중되어 있다. 나의 마인드도 그리고 나의 장비들도, 내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도 건축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냥 사진작가가 아닌 건축사진작가라고 나를 표현하고 있다. 이것부터 일반적인 프리랜서 작가와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현장에 이른 아침에 도착하여 최소 저녁에 촬영이 끝나고 필요하다면 1박 혹은 2박을 머물면서 건축물을 촬영한다. 그 안에 있는 색감의 변화와 빛의 움직임 그리고 오브제의 형태를 담아내기 위해서 시간을 사용한다. 이런 사진들은 단순하게 불특정한 시간에 현장에 방문하여 장비를 꺼내고 쓱 찍어서 나올 수 있는 장면 등이 아니다. 현장을 관찰하고, 기다리고, 이해해야지만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95% 까지는 누군가가 닦아 놓은 길로 쉽게 갈 수 있지만 남은 5%는 몇 배의 노력을 해야지만 조금씩 쌓아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거기서 승부가 난다고 본다.
편집도 하루 종일 걸린다. 건축물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편집 기술이 쓰인다. 대부분 촬영이 끝나는 것으로 프로젝트까지 끝나는 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진 분야는 절대 그렇지 않다. 편집하는 이 시간까지도 모두 비용인 셈이다. 견적서에 적혀있는 그 숫자는 이런 비용까지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단순히 컷 수와 시간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나는 왜 상업 사진 시장이 이처럼 저평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 사진작가가 그 과정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포토그랩과 아키프레소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건축 사진 촬영에 대한 문의도 이전보다 많이 들어오게 됐다. 정성스럽게 견적서를 작성하여 발송하면 많은 경우의 수로 비용이 부담되어 촬영할 수 없겠다라는 회신을 받는다. 그럼에도 절대 촬영 비용을 낮추지 않고 더 올릴 생각을 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나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클라이언트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금액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 이후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더 나아진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사진에 대한 가치를 알아봐 줬고, 나와 작업함에 있어서 비용보다는 프로젝트의 결과물만 생각을 했었다. 내 선배들에게도 그리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내 후배들에게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보다는 인식에 대한 경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위에서 설명한 그 모든 것들이 견적서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프로젝트 하나하나 모두 그런 마음가짐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 분야에 있는 작가들과 클라이언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아는 건축 사진작가 님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 견적서에 적혀 있는 그 금액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돈을 받고 최선을 다할 것이며 현장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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