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성격이 변한 거 같다.
이건 나뿐 아니라 남편도 그렇다.
결혼 전 남편은 감정적인 나와달리 항상 이성적이고
너무나 냉철해서 어른 같았다.
하지만 공감 못해주는 게 서운하고 서러웠다.
그걸로 늘 갈등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나에게 말한다.
"너는 공감능력이 없어!"
이게 무슨 말인가....
나 원래 눈물도 많고, 감성적이고 공감능력 많았는데...
요즘 우리의 싸움 방식을 보면 이렇다.
남편이 화를 내면 내가
"미안한데 이해가 안 되는데 왜 화났는지 설명을 좀 더 해봐..."
라고 말을 해서 화를 키운다.
남편 왈 니가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가 화가 났으면 그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야 한다나...아니 내가 이해가 돼야 공감이 되든 말든 하지
그렇다고 내가 배려를 안 하는 것도 아니다.
공감만 안될 뿐 그래도 몸이 힘들다 하니까
도맡아서 집안일도 더 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의 감정 흐름으로 공감 못한다 화를 내고 욕을 먹으니 내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그런데 이 사고의 흐름이 놀랍게도 연애할 때의 남편과 똑 닮아있다.
남편 말로는 본인은 원래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근데 왜 연애할 때 나에게 그렇게 한없이 객관적이었나...
나 일하는 게 힘들어! 하면
원래 남의 돈 받는 거 힘들어.
라고 말하던 그이가 이이 맞는가
요즘은 남편보다 내가 더 피도 눈물도 없다.
남편은 둘 다 본성이 나온 거라는데
그럼 나는 왜 연애할 땐 그렇게 감정이 풍부하다가
결혼 후 급격하게 감정이 단순해졌으며,
남편은 왜 연애 때는 세상 제일 이성적이다가
결혼 후 급격하게 토라지고 서운하고 화내는 걸까
물론 전에도 나는 약간 반반의 성향이 있긴 했다.
감정적인 거 치고 가끔 나 좀 냉정한 면이 있네
싶었는데 결혼 후 이게 더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건지(?) 성격 성향이 짠! 하고 변했다.
진짜 이게 내 본성...?
나도 어리둥절하다.
새벽에 잠에서 깨보니 옆에 남편이 없었다.
거실에 나가니 소파에 누워있었다.
"왜 여깄어? 안 추워?"
"너무 아파서 나왔어."
"약은? 먹었어?"
"응"
"그래"
그러고 나는 다시 들어와서 잤다.
아침에 출근해서 병원 가라고 카톡을 하긴 했는데
전형적인 사고형 대화인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싸움을 하고 난 후 남편은
현재의 자기감정, 기분에 너무너무 충실하다.
나는 생각을 좀 하고 화를 내라고
제발 뒤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이런 식의 말을 하는데 그럼 남편은 더 폭발한다.
내 감정인데 니가 왜 컨트롤하냐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서러울만하다.
나도 모르게 대(가정)를 위한 소(너의 감정)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막말로 이혼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뭔데?
적당히 해 적당히
요런 말과 생각이 불난데 기름을 콸콸 쏟아붓는다.
물론 그렇다고 나도 안 삐지는 건 아니다.
근데 확실히 예전보다 감정 지속이 엄청 길진 않고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해진 거 같다.
상황에 맞게 태세전환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은 당신 자신한테만 F야.
나한테는 여전히 T고 선택적 F라고"
남편이 아예 완벽한 감정형인 것도 아니고
나도 완벽한 사고형인 것도 아니다.
분명히 우리 둘 다 여지가 있는 반반 성격이다.
그러니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법도 한데
성격차이만 두드러진다.
우리 왜 바뀐거지...?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말해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