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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완 Mar 04. 2016

스트리밍, 음악가들의 적이 아닙니다.

음악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고찰

흔히들 음악시장의 적은 불법 음원 유통이라고들 합니다. 음악이라는 콘텐츠에 크게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아하는 소비자와 별로 탐탁지 않게 낸 돈이라도 받아야 하는 음악가들이 만들어 낸 접점이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볼 수 있죠. 아, 당연히 그 배경으로는 통신 산업의 발달이 함께 합니다.


한국에는 스트리밍은 경제적으로 음반의 완벽한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현재 한국의 음악시장에서는 실물 음반을 사는 것이 음악가들에게 훨씬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주니까요.


1999년을 기점으로 세계적으로 음반을 필두로 한 음악시장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불법으로 유통되는 음원들로 그 자리들이 대체되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음악을 돈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음악가들은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는 21세기에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음악가들이 금전적으로 휘청거리고 있을 찰나 사람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MP3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음원 거래 사이트가 생겨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 음원 거래 사이트들이 모두 휴대전화 벨 소리를 파는 통신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입니다.


한국의 통신 산업은 정부의 주도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정부는 당연히 대기업을 우선시했죠. 벨 소리를 사고파는 데에서 시작한 음원 구입은 당연히 음악가를 위한 것이 아닌 통신사의 소비자를 위한 일종의 서비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본의 아니게 공급하게 된 음악가들은 넋 놓고 끌려가게 된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기업이 주도하는 음원 유통 시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죠. 음악을 안 만드는 등의 보이콧을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은 음악을 돈 주고 살 생각 안 하는데 대신 돈 받아주는 음원 유통사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가 실물 음반이 우리에게 더욱 금전적인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시장의 흐름은 그 맥락이 약간 다릅니다. 음악 산업 국제 연맹 (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에 따르면 1999년 이후로 줄곧 하향세였던 음악 산업 매출이 2013년에 처음으로 증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아이튠즈와 같은 훌륭한 음원 유통 시스템과 적절한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스포티파이나 판도라와 같은 사이트들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물 음반 시장이 겪었던 신보 중심의 판매나 메이저 레이블 위주의 시스템 등이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적절한 큐레이팅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된 것입니다. 또 이러한 빅데이터들을 통해 레이블들은 더욱 섬세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긍정적 결과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킵니다.


혹자는 스트리밍을 기껏 구축해 온 유료 MP3 시장을 무너뜨릴 惡으로 봅니다. 소비자가 스트리밍으로 한 곡을 들을 때마다 레이블에 지불되는 돈이 매우 적어 보이지만 음악팬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몇십 번이고 듣기도 하기 때문에,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가 1년간 쓰는 돈은 기존 CD 구입자들이 1년간 쓰던 돈보다 오히려 더 많다고 Economist 지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미 MP3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는 유료 MP3의 효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음악이라는 예술은 디지털로 환산했을 때의 대비 효율이 가장 큰 예술이며 그것은 접근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통해 소수의 애호가들이 비교적 큰 돈을 지불하며 이끌어 나갔던 음악시장은 특유의 접근성을 통해 개인이 지불하는 돈이 적더라도 소수의 애호가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이라는 특수성과 발달한 디지털 시대의 적절한 합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문제는 과금하지 않는 자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원사를 통해 과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끌어 가야 할 문제는 이렇게 모인 돈의 합리적이고 정확하며 투명한 분배와 더불어 단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선 또 다른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제시입니다.


세계는 더욱 빠르게 흘러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만족하고 도태된다면 간신히 빠져나오고 있는 불황의 늪에 다시 빠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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