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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Mar 25. 2024

광고인은 셜록 홈즈가 되어야 한다.

2022-04-06 10:41

출처 : 픽사베이

사람과 브랜드를 잇다

대학교 1학년 학부생 때의 일이다. 학부 내 다양한 학과에서 내 갈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물론 학과가 인생을 정하지는 않겠지만 그 시절의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었다. 처음부터 특별한 장래희망이 없던 터라 어떤 길을 가도 크게 상관없었기 때문에 더욱 선택 장애를 앓았다. 세 가지 학과에서 고민을 하던 중, 결정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됐다. 그 시작이 된 문장이 '사람과 브랜드를 잇다'였다. 마케팅은 그리고 광고는 브랜드와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이라는 교수님의 말이 와닿았고 꽤 멋있었다. 물론 당시 디지털 마케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고 직장인은 하. 나. 도. 멋있지 않다는 현실은 몰랐지만, 내가 발굴한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광고 철학이 의미가 깊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는 [잇다. 짓다. 낫다. 닿다. 맞다.]와 같은 동사를 선호했다. 10년 이상을 광고 마케팅업에 종사하면서 변하지 않는 '좋아하는 광고' Top은 여전히 대림건설의 '진심이 짓는다'였다. 카피라이팅 지망생이었던 내가 카피 수업에 자주 등장시켰던 끝맺음 역시 위 동사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저 발음에 대한 취향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브랜드와 사람을 잇는다는 문장이 내 선택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

광고인이 갖춰야 할 자세 ①

광고를 업(業)으로 선택하거나 선택할 광고꿈나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다. 라떼만 해도 새벽 4시에 퇴근해도 다음 날 9시 정각에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 나는 무난한 편이었다. 집은 들어갔으니까. 물론 여전히 광고업은 야근에 시달리기 딱 좋은 산업이다. 주 52시간 제도와 MZ세대의 시대적 사명이 기업을 변화시키고는 있지만, 야근은 광고업(業)을 선택한 자들의 업보(業報)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꼰대 소리를 듣기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실은 그렇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야근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업무 철학은 <퇴근은 정시에, 광고는 24시간>이다. 앞 서 말했듯이 광고 마케팅업은 브랜드와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파악하지 못했던 니즈를 광고 마케팅을 통해 깨닫게 해 주거나, 또는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브랜드를 소개해야 한다. 어느 방식이 되었든 우리는 브랜드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의 해답은 사무실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원들에게 빨리 퇴근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숨 쉬길 권유한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헬스장에서 나올 수도 있고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나올 수도 있다. 지나가는 길거리 전등으로 달려드는 나방한테 나올지도 모른다.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펀(FUN)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우리는 더더욱 업무로서의 야근이 아니라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인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은 쉬어도 좋지만 머리는 쉬어서는 안 된다.

광고인이 갖춰야 할 자세 ②

언제 어디서나 브랜드와 사람을 이을 정신적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자료 수집이다. 물론 내 광고주가 있다면 광고주와 관련된 모든 것이 된다. 단어 한 글자, 기사 한 줄 모두 자료가 된다. 광고주가 없어도 상관없다. 의미 있는 글귀나 색감이 아름다운 영상, 사진 그 모든 것이 인생의 자료이고 광고업의 자산이다. 다시 학부생 시절로 돌아가서, 광고 수업 중에 클림트 전시회 방문 후기를 남기는 것이 있었다. 그때는 왜? 갑자기?라는 의문에 휩싸여 있는 과제였으나 돌이켜보면 그때의 클림트가 영감이 될 수 있는 기초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떨어졌지만 클림트를 소재로 공모전 제안서까지 제출했으니 말이다. 광고인은 기본적으로 다방면에 박식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 용어로 <폴리매스>라고 한다. 폴리매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폴리매스가 되기 위해서는 다방면 분야에 대한 자료 조사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광고인의 습관은 '박학다식'이다.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우리의 것이 아니어도 좋다. 적어도 트렌드가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민감해지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자. 광고 마케팅은 팀워크이다. 우리 합쳐지면 조직은 폴리매스가 된다.


광고인이 갖춰야 할 자세 ③


야근할 자세(?)와 자료 수집 습관이 갖춰졌다면 마지막으로 소비자와 브랜드를 잇기 위한 전략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처음 학부 시절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그때의 지식이 여전히 유효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와닿는 개념은 AIDMA이다. 미국의 R. 홀이 광고 효과의 심리적 단계를 설명한 것으로 광고에 주목(attention)하고, 흥미(interest)를 일으키고, 다시 욕망(Desire)을 일으켜 그 상품명을 기억(Memory)시킴으로써 구매 행동(action)으로 옮아가게 한다는 과정의 머리문자를 딴 것이라는 설명이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고루하지만 이 개념은 여전히 제안서의 기초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다. 물론 업그레이드 버전들이 많고, 이미 수년 전부터 사용되는 퍼널 마케팅이 그 맥을 함께 한다. 아래 마케팅 퍼널에서 볼 수 있듯이 인지/흥미/욕구/행동을 퍼널(깔때기) 모양으로 구분하여 각 단계에 맞는 광고 매체 /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직선적인 AIDMA를 퍼널로 표현하여 광고를 파는 것이다. 퍼널 마케팅 역시 이미 시간이 지나 꽤 고루한 내용이지만 여전히 퍼널을 쓰는 제안서를 종종 본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하지 않아서 맘 속에서 폐기했다.)  

출처 : 픽사베이


마지막 광고인의 조건은 학생이라면 지금 전공 수업에 집중하시길, 이미 광고인이라면 다양한 아티클과 서적, 미디어를 통해 전략을 위한 학습을 하기를 권한다. 출퇴근 30분씩 무료/유료 아티클을 통해 학습하고 '글쓰기'를 위해 여러 책을 읽어가며 공부한다. 시니어가 된 나 역시 이끼가 끼지 않도록 열심히 돌머리를 굴리고 있다. 쉬지 않고 공부하고 성장하는 자세가 내가 생각하는 광고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세다.



광고인은 탐정과 같다.

광고인은 탐정과 같다고 한다. 앞 서 얘기한 것이 그렇다. 흥신소 느낌보다는 셜록 홈즈와 같은 광고인이 되기 위해서는 앞 서 세 가지와 함께 품격을 갖춘 광고인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며, 앞으로 광고업을 함께 할 주니어 친구들에게 롤모델로서 서고 싶은 맘이다. 아직 시니어 중에서 막내 축에 들기 때문에 나 역시 갈고닦아야 할 길이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또 그 시점에 와서는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겠다 싶다. 일단 지금은, 내 위치에서 주니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번 적어봤다. 그리고 특히나 디지털 마케터의 경우 '감'보다 '데이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정량적 근거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 서 말한 세 가지 중 첫 번째가 트렌드에 입각한 '감'이라면 세 번 째는 학습과 연구를 통한 '데이터 인사이트'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중을 나누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마케터라면 ①과 ② 비중은 4:6 정도로 학습과 연구를 좀 더 골똘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역시 시작은 '감'이 필요하기에 그 역시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라는 점만 명심하고. 이 글이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 쪼꼬만 원양어선 정도의 가이드라도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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