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7 16:50
현실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에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발생한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장을 선도하는 것일수록 희생의 크기 역시 규모가 커진다. 흔히 주식 거래에서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높은 위험을 짊어질수록 높은 보상을 받는다는 듯으로 희생의 규모가 큰 만큼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성적, 정량적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Trade-off : 어느 것을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경제적 관계
그럼에도 첫 시작이 어려운 것은 현실적 베리어(barrier)가 높기 때문이다. 가장 큰 벽은 '돈'이다. 많은 기업이 트레이드오프 중 희생을 가장 꺼리는 것이 돈일 것이다. 충분한 잉여수익이 있다곤 해도 R&D 투자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다. 투자금 전체를 걸고 덤벼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사업 성공에 대한 조직적 합의가 없고는 쉬이 앞으로 나설 수 없다. 물론 기업마다 목표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국내 기업은 이익잉여금을 통한 투자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판단이다.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많이 시행하는 것이 배당금이다. 이익을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나누는 것인데, 투자개발에 대하여 함께 합의해야 할 주체 중 하나가 주주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벽에서 상장사들이 헤쳐가야 할 벽이 더욱 높은 편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개발이 절실하지만 현금 보유량이 현저히 적다. 때문에 우리 회사에 충분한 투자를 해줄 투자사를 찾아야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결국 크든 작든 돈이라는 공통적인 벽을 만나게 된다.
두 번째 마주할 벽은 '사람'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핵심이 되는 것은 인력 리소스다. 투자금이 확보되었다고 해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리더와 새로운 땅에 집을 함께 지어줄 전문 인력이 구성되어야 한다. 보통 TFT(Task Force Team)이라는 명목하에 능력 있는 인원을 추려 새로운 조직을 만들거나 사업을 진행할 인력을 아예 충원하기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부실공사는 집의 하자를 일으킬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붕괴 우려도 있다. 새로이 지은 집이 기존의 집까지 덮쳐 모든 자산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집을 지어나가는 것은 사람이다. 자금 확보를 통해 집을 지을 재료를 갖췄다고 해도 각 분야의 전문가가 없으면 집을 짓기 어렵다.
세 번째 '기술력'이다. 사람과 연결되기는 하지만 좀 더 나아가 기술력이 없다면 새로운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이 어렵다. 자금과 인력이 갖춰졌지만 일정 수준 기술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오두막만 지을 수 있다. 수요가 없는 오두막을 이제와 짓는 것은 실패를 보장한 시작을 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력을 끌어와 빌라를 지어놓아도 충분한 입지 조건이나 빌라의 안정성 등을 고려했을 때 '선택' 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처음'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처음'은 단 한번뿐이다. 클라이언트 컨설팅과 디지털 마케팅 시장, 두 가지 시각에서 '처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먼저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현재 디지털 마케팅 시장은 굉장히 혼란스럽고 또 혼란스러운 시장이다. 내 광고주만 있다면 적은 초기 자본으로 1인 대행사를 꾸릴 수도 있다. 앞 서 말한 '돈'에 대한 벽이 낮은 시장이다. 물론 '사람'과 '기술력'의 문제로 새로운 시작이 아닌 오두막에서 출발할 뿐이다. 더불어 현재 대기업에 속하고 있는 종합광고대행사들이 디지털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격변의 시대를 겪고 있다. 기존의 디지털 대행사와 미디어렙사 그리고 매체사까지 종횡무진 살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광고 시장이 온오프 통합이 되면서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이미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온오프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대기업의 수직적 구조와 사일로 효과라 칭하는 부서 간 이해관계로 인해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은 자본과 인력 그리고 기술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격변의 시대에 가장 먼저 '처음'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외에 중소 대행사와 미디어렙사의 경우, 세 가지 변화혁신을 위한 것 중에 한 두 개가 빠진다. 중소 대행사의 경우 '돈'과 '사람'이 주된 원인이며 미디어렙사의 경우 '사람'과 '기술'에서의 문제를 토로한다. 크든 작든 '처음'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어려운 길임이 확실하다. 통합 마케팅을 기술을 바탕으로 체계화해내는 회사는 그 '처음'의 시작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디지털 마케팅에 몸담는 사람으로서 같은 고민을 영위하고 처음이 되기 위해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시장 내부의 '처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이번엔 외부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마케팅 컨설팅을 하다 보면 시장에서 '처음'을 목놓아 외쳐야 하는 시점인 클라이언트를 만난다. 예를 들어, 최근 작성했던 비건 산업이 대표적이다. 비건 산업은 현재 식음료를 넘어서 뷰티,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고 MZ세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비건이 아니지만, 미래 환경과 동물 복지를 위해 비건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시장 성숙도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시장 세분화 단계에 이른다.
이를 좀 더 경영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델 중에 하나가 GTM(Go to Market) 모델이다. 시장성숙도를 총 6단계로 나누고 그에 맞는 영역 별 단계를 설명하는 그래프다. 아래 GTM 모델 그래프를 참조했을 때, 비건 산업은 현재 Introduction에서 Growth 단계로 넘어가는 영역에 위치하리라 판단된다. 이 경우 비건 제품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비건 산업'에 대하여 마케팅해야 한다. 파이를 키우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우리 비건 브랜드가 '처음'이야 또는 '선도'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비건 뷰티나 식음료의 경우 이미 많은 제품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 성장에 따라 소비자 TOM(Top Of Mind/최초상기도)에 따른 판매량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비건 뷰티하면 적어도 손에 꼽을 정도 안에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 인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성장 단계에 있는 비건 산업의 위치가 TOM을 고착화시킬 수 있는 좋은 단계에 도착한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은 기존 사업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건설을 '처음' 시작으로 얘기했고, 비건 산업을 예로 '처음'을 최초 상기도를 잡기 위한 마케팅 소스로 이야기했다. '처음'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무조건 새롭게 기술을 개발하여 시장에 짜잔 내어놓는 것만으로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하며 지금 있는 위치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한번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아직 완벽하게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처음' 시도하는 개발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공유한다. 마케팅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목말랐던 부분이 클라이언트의 시장에서의 정량적 위치였다. 소비자의 인지도를 백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브랜드파워'라는 개념이 있다. 국내에서는 BPI(Brand Power Index)라는 개념으로 소비자 조사를 통해 브랜드 영향력을 지수화한다. 브랜드의 재무적 관점과 소비자의 인지 관점을 통합한 지수로 자산가치 평가나 기업 M&A 등에 활용된다. 또한 소비자에게는 브랜드파워를 통한 브랜딩으로도 사용된다.
브랜드파워를 디지털 마케팅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해봤다. 기본적인 재무 역량과 디지털 버즈량 그 외 소비자 인터랙션 및 브랜드 접점 등 항목을 통해 최종 브랜드 점수를 백점 만점으로 산출하는 구조다. 여기서 부족한 것은 '기술 인력'인 부분이었다. 기초 틀은 만들었지만 데이터 분석 및 구조화를 전문적으로 해 본 인력이 없다 보니 각 항목 별로 신뢰도에 대한 파악이 불가했다. 추출되는 수치가 정확한지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식 론칭이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처음'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길은 아니다. 아무리 준비해도 시작해 보면 생각지 못했던 과정의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조차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시작이 되었든 지금 앉은자리에서 시작해 보길 다시 한번 추천한다. 특히 변화를 앞두고 있는 디지털마케팅 산업에서는 더욱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