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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 Mar 09. 2016

여행의 시작, 에콰도르 키토

남미여행의 첫 도시. 키토에서 만난 것들.

'내일이면 우리가 남미에 있다고?'


출발 직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비행이 끝나고 나면 지구 반대편인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 있을 것이었다. 남미대륙을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반시계 방향과 시계방향으로 나뉜다.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의 위쪽 나라에서 시작해서 아르헨티나나 브라질까지 반시계 방향으로 남미대륙을 도는 것과 밑쪽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나와 친구는 에콰도르에서부터 시작해서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에서 아웃하는 반시계방향의 루트을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 남미 여행의 첫 도시이자 여행을 시작하게 될 곳은 바로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였다.


에콰도르는 다른 남미 국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에콰도르는 남미 여행 가이드 책에서도 빠져있었다. 에콰도르에서 우리의 관심도 갈라파고스에 쏠려 있었던지라 키토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했다. 하지만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 또 다른 매력이 존재하는 법. 남미에서 만나는 첫 도시라는 이유만으로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잠도 자지 않고 오랜 비행시간 끝에 도착한 키토. 우연히 키토로 가는 비행기에서 30주년 결혼 기념으로 남미 여행을 오신 부부 분과 동갑내기 친구 한 명, 언니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이 먼 곳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던지라 서로 좋은 여행이 되길 바라며 연락처를 주고받고 헤어졌다. 우리는 사전에 숙소를 정해두지 않았던 터여서 방금 전 만난 친구와 언니를 따라 같은 숙소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깜깜한 새벽, 드문드문 켜진 주황빛 조명을 따라 택시를 타고 숙소를 향해 달리는 길. 방금만난 우리 네 명은 오랜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색 없이 서로 부푼 마음에 이야기를 재잘거렸고 그렇게 새벽녘 택시에서의 수다로 남미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나서 곧바로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 나섰다. 해발 2800m에 위치한 수도인 키토는 하늘에 가까운 만큼 파란 빛깔과 멋진 구름을 품고 있었다. 파랗고 높은 하늘, 강렬한 햇빛 하지만 덥지 않고 상쾌하게 몸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맑고 푸른 가을 같았던 키토의 날씨는 여행자에게 최고의 날씨였다.

키토에서 만난 신기한 나무. 이 나무는 나뭇잎이 마치 양면색종이처럼 앞뒤가 다른 색이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햇빛에 잎이 반짝이고 있는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키토의 구시가지는 골목골목마다 알록달록한 집들과 아치형 창문의 건물들이 마치 유럽에 와있는 느낌을 주었다.


휴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키토의 광장이나 공원들에는 휴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평일 낮이었음에도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공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카메라를 들자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리 숙소 바로 근처에 위치해있었던 키토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바실리카 대성당.

바실리카 대성당

비행기에서 내려 노곤한 몸을 씻고 준비를 하고 곧장 방문한 성당에는 때마침 햇살이 스테인글라스를 통해 알록달록한 색을 띠며 성당 내부에 일렁이고 있었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때 일렁이던 알록달록한 빛깔들로 바실리카 대성당은 더 특별했다. 엄숙한 성당 안, 그 시각 햇살이 만들어낸 그림자와 다채로운 빛깔은 우리의 발길을 오랫동안 성당 안에 머물게 했다.

성당의자밑 대리석에 만들어진 그림자와 빛깔들.



그리고, 키토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바로 천사상이 있는 앙헬 언덕. 시내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코스 중 하나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 곳에 오르면 키토 시가지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저 멀리 천사상이 있는 앙헬 언덕이 보인다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기 위해 구불구불, 좁은 길을 오른다. 언덕 꼭대기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려 시내를 내려다보니 키토를 가득가득 채우고 있는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과 산의 경계, 산등성이 꼭대기에까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스페인의 지배하에서 탄생한 식민지 시대의 계획적이고 획일적인 도로, 그리고 유럽식 성당. 산등성이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작은 집들과 시내 중심가의 높고 현대적인 건물들... 이 작은 언덕에 오르니 그 모든 것이 다 보였다. 아름답지만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풍경. 이것들이 바로 키토의 모습이었다. 이 작은 언덕 위에 올라 키토를 내려다보며 이틀을 머물기에는 너무 알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미 국가 중 에콰도르가 덜 알려져있어서 그런지 키토에서는 동양인을 보기가 특히나 힘들었다. 그래서 어딜 가나 동양인인 우리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는데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어른 아이 모두 선하게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남미를 여행하며 친절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지만 도시 전체의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는 느낌은 에콰도르 키토가 제일이었던 것 같다. 여행의 첫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그런 따듯한 느낌을 받으며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번 여행의 첫 도시인 키토. 단지 갈라파고스를 가기 위한 전초지쯤으로 생각했던 키토. 하지만 그런 생각을 우롱이나 하듯 키토는 예상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잘 몰라서, 첫 도시여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던 키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키토는 다른 남미 도시들에 비하면 큰 특색이 있진 않았지만 여행의 첫 도시였기 때문에 그만큼의 특별함이 있었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하게 해 준 키토.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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