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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광 Dec 24. 2017

#28. 이직 통보에도 순서가 있다

비행기 좌석의 서열, 이직 통보의 순서

비행기 좌석에는 순서가 있다.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 비행기 들어가서 두 번째 줄 오른쪽 창가 자리가 최고 상석이다. 일명 투알파(2A) 자리라고 한단다. 이어서 바로 그 옆자리 2B자리가 그다음 상석이다. 이코노미석도 순서가 있는데 비상구 바로 앞 좌석이 최고 상석이다. 이어서 앞에 의자가 없는 맨 앞 줄 좌석이 그다음 상석이다. 그다음부터는 비행기 좌석의 배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은 좀 덜 해졌다고는 하는데, 유력 인사들을 태울 때 좌석 배정을 잘못하면 큰 문제가 되곤 한단다. 그래서 각 항공사엔 좌석 배정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중소도시 시장과 국립대학 총장이 같이 타면 누구를 2A에 앉혀야 하는지. 여당 3선 의원과 야당 재선 의원이 탔는데 야당 재선 의원이 보직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직 통보를 할 때 통보 순서를 정하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통보 순서를 신경 쓰지 않다가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문제없이 지나간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에게 알려지지만 않았던 것이었을 수 있다. 팀원이 회사를 나간다는 소식을 임원으로부터 처음 들은 담당 부장은 무안해질 수밖에 없다. 팀원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리더십에 대한 의심도 받는다. 형동생 하는 인간적인 관계이고 나름 그 녀석의 롤모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다른 사람을 통해서 회사를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어떨까. 전 부서원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나만 몰랐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내 사수도 마찬가지다. 


이직 준비 중엔 비밀이 원칙이다. 그런데 그 도가 지나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거나, 마음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던 지인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직을 통보할 땐 원칙에 입각해 요령껏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최초 통보 대상은 직속 상사가 되어야 한다. 친한 순서가 되어선 안된다. 그리고 이어서 직속 상사의 주선으로 차상위 보스를 만나는 게 순서이다. 직속 상사가 차상위 보스에게 나의 이직 사실을 먼저 알리게끔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여의치 않다면 직속 상사와 함께 차상위 보스에게 대면 보고를 드리도록 하자. 


차상위 상사에 대한 통보가 끝나면 최대한 빠르게, 알릴 필요가 있는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신속하게 알리도록 한다. 순서를 알 수 없도록 동시에 빠르게 전달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정말 친한 사람이 있다면 순서에 관계없이 중간에 이직 사실을 먼저 전달하도록 하자. 단 그 사람의 입이 무겁다는 전제가 있어야 된다. 


직속 상사에 대한 최초 통보 시에도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통보 방법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친밀 정도에 따라 빈 회의실에서의 독대, 점심 약속 자리, 저녁 술자리 등을 마련해 상황을 설명하도록 하자.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를 해선 절대 안된다. 그분도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여러 팀원들 앞에서 리더가 당황스러워할 만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금물이다. 한 방 먹일 때나 쓰는 전략이다. 그랬다간 나 역시 사려 깊지 못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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